北에 美강경파까지.."사방이 적" 비건이 외롭다
전수진 입력 2019. 2. 27. 15:28 수정 2019. 2. 27. 16:00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김혁철 북한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미국 내 대북 강경파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았으며 협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이 27일 전했다.
이 소식통은 “(비건 대표에게 향하는) 여러 방향의 압박 때문에 미국 입장이 경화(硬化)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보 소식통은 “(미국 내에서) 여러 방향으로 압박이 비건 대표에게 가해지고 있다”며 “비건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건 대표는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상태”라며 “북한과의 실무협상도 쉽지 않고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비건이 북한에 너무 많은 걸 내준다’는 비판이 점점 득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국 폭스뉴스도 26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비건 대표가 너무 앞서나간다(getting too far)’는 우려가 나온다”며 “관료들은 북한에 대가 없이 공짜 선물을 주고 싶지 않아 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비판은 백악관ㆍ재무부를 중심으로 나온다고 한다. 백악관에는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있고 재무부의 진원지는 대북 제재를 담당하는 해외자산통제실(OFAC)이다. 비건 대표가 소속된 국무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비건 대표는 “북한에 대해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 원칙을 견지하며 ‘영변 그 이상(beyond Yongbyon)’을 목표로 협상에 임했다”는 취지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의 비핵화 행동이 있을 경우에만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 분위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협상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은 현재 ‘영변 일부라도 우리로선 중대한 조치’라면서 ‘금강산 가지고는 만족 못한다. 개성공단 제재도 풀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노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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