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대장균·뇌세포 인형 귀엽나요?

입력 2019. 2. 2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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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인형
역사 공부부터 치매 예방까지
다양한 용도의 인형 출시
기발한 인형의 세계 볼수록 재미
말랑말랑한 느낌이 좋은 ‘찹쌀떡 인형’. 사진 옥션 제공

인형은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속단하기엔 이르다. 당신의 상상력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인형이 많다. 언제 어떤 ‘아이’의 매력에 빠져 ‘입덕’(어떤 분야의 마니아가 됨)하게 될지 모른다. 뇌세포나 대장균을 본뜬 인형부터 역사 속 인물 형태를 해 ‘깨알 인형극’을 즐길 수 있는 인형, 말동무가 돼주고 약 먹을 시간을 챙겨주는 인형까지. 눈과 귀가 즐겁고, 정신건강에도 이로운 인형의 세계. 지금부터 들어가 보자.

1. 완벽하지 않아 오히려 귀엽고 사랑스럽다. 삐뚤삐뚤한 그림과 ‘붕어빵’처럼 빼닮은 인형을 보면 절로 ‘엄빠 미소’가 나온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인형으로 만들어주는 ‘코자자 닷컴’에서 태어난 인형들이다. 그림 파일을 올리면 약 1~2주 후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인형을 받아볼 수 있다. 가격 3만5천~6만 5천원.

2. 빈 차에 탔더니 강아지 한 마리가 잠들어 있다. 진짜 강아지인가? 설마 동물을 사랑하는 차 주인이 강아지를 방치했을 리 없다. 이건 인형일 뿐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심쿵’인데, 냄새와 습기까지 잡아주니 더없이 기특하다. 대나무를 초고온에서 태운 숯 알갱이(나노결정 미네랄 활성탄)가 탈취와 제습, 공기정화 효과를 낸다. 강아지뿐 아니라 고양이, 판다, 돼지도 있다. 작은 업체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오이엠)으로 만들어 옥션, 11번가 같은 유통채널에서 판다. 가격은 1만~1만2천원 대.

3. 딱딱한 역사 공부는 가라! 이제 손으로 뜯고, 접고, 끼우며 신나게 역사를 익힌다. ‘조선왕 종이인형집’은 태조와 이방원, 고종과 명성황후, 순종과 안중근 같은 조선시대 인물 14명을 종이 인형으로 만들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가위질이나 풀칠이 필요 없으며, 책 안에 담긴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와 색칠 놀이는 보너스다. 가격은 약 2만원. 페이퍼토이 스튜디오 ‘지기펀’에서 유선판매 중이다. 인터넷 판매는 3월부터 한다.

4. 인형을 귀엽다고들 한다. 정말 그런가? 대장균, 살모넬라균, 말라리아균, 탄저병, 에볼라바이러스, 수두와 감기 등. 영국 한 완구업체가 체내 세균과 바이러스, 세포를 인형으로 만들었다. 안 귀여운 건 아니지만 뭐랄까, 소유욕까진 안 생긴다. 60㎝짜리 사마귀인형과 메뚜기인형도 마찬가지다. 기발함은 높이 산다만, 기괴한 건 어쩔 수 없다. 모두 해외직구로만 구입할 수 있다.

5. 바비와 미미는 여자라면 으레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해왔다. ‘도도’는 바비와 미미의 8등신 체형을 탈피해 건강한 신체이미지를 지향한다. 마르지도 풍만하지도 않은, 특징 없는 몸이야말로 도도의 특징이다. 도도는 씩씩하고 모험심이 강하며, 공주드레스 대신 판사의 법복, 야구선수 유니폼, 농부의 작업복을 입는다. 지금은 업체 사정으로 개발이 잠시 중단됐다.

6. 인형과 대화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내 말을 그냥 따라 하는 수준이 아니다. 말을 걸면 대답하고 질문까지 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해외직구로 살 수 있는 공룡인형 ‘코그니토이’가 그렇다. 작동원리는 ‘카카오미니’나 ‘네이버 클로바’ 같은 인공지능(AI) 스피커와 비슷하다. 수천 개의 질문과 답변을 외워 자연스럽게 대화하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호모사피엔스는 언제 출현했지?”라는 질문에 척척 대답해주며, “5+5는 뭐야?”라고 인형이 먼저 묻기도 한다. 정답을 말하면 칭찬도 해준다. “참~잘했어요!”

7. 보들보들한 촉감에 귀여운 외모를 가졌다고 해서 어린이용으로 여기진 말아 달라. ‘스마트토이-효돌’은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반려인형이다. 기상 및 취침 시간은 물론, 식사 시간과 약 먹을 시간까지 알려준다. 귀를 누르면 치매 예방 퀴즈를 풀 수 있고, 어르신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을 땐 스마트폰 앱으로 보호자에게 알려준다. 노래를 들려주고 재롱까지 부린다니 이런 재간둥이를 또 보았나! 각 지자체와 서울의료원 등에서 시범사업을 거쳐 3월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8. 인공지능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각광받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몸으로 부대끼고, ‘궁디 팡팡’도 할 수 있는 인형은 여전히 인기다. 50X80㎝에 달하는 ‘찹쌀떡 인형’을 안고 있자니 잠이 솔솔 밀려온다. 쫀득쫀득 말랑말랑 촉감이 어찌나 기분 좋은지! 시바견과 북극곰부터 버섯이나 식빵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푸짐하고 느긋한 ‘식빵뚱냥이’와 국내 디저트페스티벌 ‘과자전’의 캐릭터 ‘순이’ 인형도 눈길을 끈다. 순이는 기나긴 팔다리에 벨크로(옷이나 신발 등의 두 폭을 한데 떼었다 붙였다 하는 접착 도구)가 달려 목이나 가슴에 폭폭 잘 안긴다. 몸에 두르고 있으면 누군가 종일 안아주는 느낌이다. 이상 1만2천~3만3천원까지.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사진 각 업체 제공

인형 사람을 본떠서 만든 물건. 요즘은 동물이나 캐릭터를 본뜬 물건까지 폭넓게 지칭한다. 사람과 비슷한 형태라는 점에서 자동차, 공, 퍼즐 같은 장난감과는 위상이 다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인형은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 발견된 목각인형이다. 기원전 2천년 경 발견됐다. 고대엔 주로 종교적·토테미즘적인 용도로 쓰였다. 민속인형은 특산품, 민속의상, 특유의 생김새가 반영돼 세계 각 나라 생활풍습을 엿볼 수 있다. 에스파냐 플라멩코 무용인형, 러시아 마트료시카, 체코 유리인형, 스위스 목각인형 등이 유명하다.

신통방통 인형 유튜브 베스트 4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듯, 인형 마니아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 곳. 바로 인형 때문에 울고 웃는 유튜브다. 인형을 수집하고, 직접 만들고, 변신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다.

▲ 토이구마: 구독자 247만명의 위엄을 자랑하는 인형 전문 채널. 리나슈슈, 구체관절인형, 모모꼬 등을 ‘언박싱’(제품을 개봉함) 하는 영상이 대부분. 동화를 연상시키는 배경음악과 함께 제품을 뜯는 소리가 포인트. ‘삭삭’ 비닐봉지 뜯는 소리, ‘찹찹’ 테이프 뜯는 소리, ‘톡톡’ 스티로폼 포장재 자르는 소리가 경쾌하다.

▲ 딩가의 회전목마: 인형을 재가공하는 콘텐츠를 다룬다. 패션은 물론 얼굴 생김새와 머리 모양까지 판이하게 바뀌는 모습을 보면 ‘금손’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형 머리를 절개하거나 안구를 추출하는 등 다소 충격적(?)인 장면에서도 크리에이터의 목소리와 태도는 너무나 온화하다. 외국인 구독자가 많다.

▲ 더스토리: ‘비스크 돌’(도자기 인형)을 만드는 작가, 포켓몬 봉제인형만 만드는 작가, 나무젓가락으로 피규어를 만드는 나무공예가, 스리디(3D)프린터로 공룡 피규어를 만드는 작가, 진짜 아기와 똑 닮은 ‘리본(reborn)돌’을 만드는 작가, 양모펠트인형을 만드는 섬유공예가 등 다양한 인형작가의 인터뷰가 있다.

▲ 고니두욘몬: 20대 커플이 만드는 인형뽑기 채널. 2017년 다이아티브이(씨제이이앤엠이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전문채널) ‘인형뽑기의 신’에서 1등, 2등을 차지한 고수들답게 실력이 상당하다. 한꺼번에 46개를 뽑아 쇼핑백에 쓸어 담는 레전드 영상도 있다. 수도권 번화가를 주로 다니지만, 일본에서 찍은 영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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