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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에서.. 한국 스타트업 '2평의 기적'

바르셀로나(스페인)=이기문 기자 2019. 2. 2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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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무장 83개 업체, 작은 부스에서 세계 이목 끌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증강현실(AR) 안경인 홀로렌즈2에 탑재된 렌즈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처리 속도도 빠릅니다. 이미 MS는 물론이고 구글·화웨이·HP 같은 세계적인 IT 기업의 임원들도 우리 부스를 방문해 AR 안경용 렌즈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 MWC19 4관에서 만난 한국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레티널의 하정훈 최고경영자(CTO)는 자체 개발한 AR 안경용 렌즈를 선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레티널의 AR 안경 렌즈는 세계 최초로 8K급 초고화질 이미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렌즈에 눈을 갖다 대자 선명한 원통형 로봇이 눈앞에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 MWC를 앞두고 발표한 AR 기기 홀로렌즈2를 통해 보았던 가상 이미지보다 선명도가 높아 보였다. 레티널은 올 하반기 AR 안경알 공급을 위해 해외 AR 관련 기업 10여곳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력을 내세우는 무대인 MWC에 한국 스타트업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MWC에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은 지난 2017년 28곳에서 2019년엔 세 배인 83곳으로 늘었다. 비록 6.6㎡(약 2평) 남짓한 부스에 책상과 제품만 놓고 있지만, 기술력 하나를 무기로 세계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로봇부터 코딩 교육까지

코딩(프로그래밍) 교육용 블록 로봇을 개발·제조하는 큐브로이드는 이번 MWC에 가로·세로·너비 3㎝ 크기의 정사각형 큐브를 활용해 로봇을 만들고, 이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PC·스마트폰·태블릿PC로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큐브로이드 전시관에는 직접 코딩을 해 로봇을 조작하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회사 신재광 대표는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코딩 소프트웨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재밌게 놀면서 코딩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에게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2013년 창업한 큐브로이드는 작년 11월 처음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4개월 동안 벌써 중국·한국·일본 등 유통업체들과 90억원대의 납품 계약을 맺었다. 올해 200억원 수출이 목표다.

또 로봇 스타트업 토룩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로봇인 '리쿠'를 개발해 선보였다. 리쿠는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기분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는 로봇이다. 또 주인과 낯선 사람의 얼굴을 가려내기도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기분 좋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두려움, 우울함,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로봇 얼굴에 달린 눈으로 표현한다. 토룩은 딥러닝(심층 기계학습) 기반으로 얼굴 인식 기능뿐 아니라 로봇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결정하는 알고리즘도 함께 개발했다. 토룩 관계자는 "노년층이나 1인 가구의 반려동물 개념의 로봇"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가야 산다"

MWC에 나온 한국 스타트업의 특징은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이다. 아키드로우는 북미·유럽의 인테리어 시장을 공략한 3D(입체) 공간 스캐너 기기를 선보였다. 레이저 기술과 AR을 결합한 것으로 스마트폰에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을 깔고 기기에 연결하면 된다. 레이저 센서가 거실·방 공간을 측정해 3D 이미지로 만들고, 자유롭게 가구·책상·침대·소파 등을 AR로 배치할 수 있다.

아키드로우의 3D 스캐너의 장점은 기술과 가격이다. 북미·유럽에서 판매하는 3D 스캐너는 가격이 수백만원대를 넘지만, 이 회사 제품은 119달러다. 여기에 레이저·AR 기술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이에 2017년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처음 제품을 내놓자 2시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아키드로우 홍종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북미와 유럽 인테리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고 말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MWC 같은 대형 전시회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전 세계의 고객과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대"라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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