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 제어봉'의 경고..2010년 이후 10회나 반복 고장

박동욱 2019. 2. 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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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사고일지' 분석해보니..한울 3호기 3회-신고리 1호기·신월성 1호기 2회씩
원전의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 장치인 '제어봉'(制御棒) 낙하 고장으로, 평소 출력의 절반으로 낮춰졌던 고리원전 4호기가 사고 발생 엿새 만인 지난 26일 아침부터 정상을 되찾았다. 
지난 20일 원전 가동 차질은 원자로의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봉 52개 중 1개가 전원 접속 불량으로 아래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원자로 노심에 들락거리면서 핵연료인 우라늄의 연쇄반응을 조절하는 제어봉은 한개만 고장을 일으켜도 10~20% 출력을 떨어뜨리면서, 원전 전체를 정지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안전장치인 '제어봉' 고장으로 인한 원전 중단 또는 감발(발전소 출력 감소) 사례가 최근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돼,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방사능 유출 등 위험 노출상황을 '사고'로 규정해 '고장'과 엄격히 구별해 표현하고 있으나, 고장이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념 구분을 떠나 실천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진은 지난 2012년 4월29일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외벽에 고리원전의 폐쇄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비추고 있는 모습. 그린피스 제공 자료사진
한수원이 지난 1998년 7월 이후 현재 홈페이지에 공개한 '원전 사고' 가운데 '제어봉'으로 인한 원전 가동 차질 사례는 모두 15회다. 공식적으로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지난해 5월28일 발생한 신고리 원전 1호기까지 포함하면 16회에 이른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원전 24기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원전이 평균적으로 한번씩 고장난 것과 같은 수치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다른 유의미한 흐름을 보여준다.
한수원이 공개한 1998년 이후 4등분해 보면, 2002년까지는 한울(울진) 3호기(1999년 1월22일), 한울(울진) 4호기(2002년 12월29) 등 2회 발생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고리 3호기(2005년 7월23일), 한울(울진) 3호기(2005년 11월25일), 한울(울진) 3호기(2005년 12월20일) 등 3회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한빛(영광) 5호기(2009년 10월23일), 신고리 1호기(2010년 10월31일), 한빛(영광) 6호기(2012년 7월30일), 신월성 1호기(2012년 8월19일), 신고리 1호기(2012년 10월2일), 한빛(영광) 3호기(2012년 11월4일) 등 6회다. 2013년 이후 최근까지 한울 1호기(2014년 6월9일), 신월성 2호기(2016년 1월28일), 신고리 1호기(2018년 5월28일), 신고리 3호기(2018년 8월21일), 고리 4호기(2019년 2월20일) 등 5회다.
고리원전 1·2호기와 한빛(영광) 1·2호, 한울(울진) 1·2호기, 신고리 2호기, 한울(울진) 2~6호기는 지난 20여년 동안 '제어봉' 고장은 없었다.
한수원 사고 일지 공개된 1998년 이후 제어봉 사고지난 20년 간 3곳 중 2곳서 한번 오작동 '가동 차질'
이같은 고장 연표를 바탕으로, 10년 단위로 쪼개보면 제어봉 고장 확률은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여준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6회에 비해 2010년 이후 9년여간 10회나 발생했다. 2010년 이후 9기가 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10년 주기 고장 확률은 얼추 같은 셈이다.
이에 반해 제어봉에 고장을 일으킨 원전이 재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안전 불감증' 또는 '기술적 한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20년 동안 신고리 1호기와 신월성 1호기는 2회씩, 한울(울진) 3호기는 3회나 반복됐다. 특히 종합 점검에 해당하는 계획예방정비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기간에 '제어봉' 고장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사고를 온전히 극복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탈핵단체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갖가지 사고를 일으켜 중단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지만, 특히 핵심 안전 장치인 '제어봉' 낙하 사고가 반복 일어난다는 것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우려스런 상황"이라며 한수원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 및 실상 공개를 주장했다.  

부산·울산=박동욱 기자 pdw717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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