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하노이]트럼프-김정은 핵담판 왜 안됐나, 이것만 보면 이해한다

the300 2019. 2. 2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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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여기는 하노이…긴박했던 1박2일


-서명 합의문이 있었나.

▶️합의문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도 있었다, 원한다면 100% 서명할 수 있었다”고 했다. 회담 일정을 잡은 것을 볼 때 최소한 중간 딜 정도의 합의문이 마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문에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등이 담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확대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기자들이 질문이 이 내용에 집중됐다. 문제는 경제 제재 부분이었다. 미국은 완전한 해제는 안 된다고 최종 입장을 정리하고 협상에 임했다.

사전 협상에선 남북 경협, 관광 등 일부 제재 완화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진행됐던 것 같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면적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결국 결렬인가. 합의 무산인가.

▶️이번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No agreement was reached at this time)는 게 공식 표현이다. 표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문 서명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도 생각했고 폼페이오도 느꼈고 이번엔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않고 끝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원하면 100% 서명할 수 있었다.근데 준비가 안됐다고 봤다. 서두르기보다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북한이 요구한 것은.

▶️제재의 전면적 완화다. 북한의 싱가포르 합의의 4가지 기둥 중 유해 송환을 했다. 북핵 실험 중단 등도 핵 관련 부분도 실천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영변 핵실험 폐기까지 내놓으면 제재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북한에게 제재 완화는 ‘일부’와 ‘전부’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핵 문제가 재발되면 다시 제재를 하면 되지 않냐는 판단도 깔려 있다. 김 위원장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미국이 경제 제재 완화 카드를 받을 수는 없다. 얻는 것도 없이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정치적 문제가 고려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요구는 무엇인가.

▶️미국에게 영변 핵 시설은 기본이다. 이외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다. 전면적 핵 프로그램, 탄두 미사일 등 모든 것으로 신고하라고 했다. 과감한 비핵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했는데.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만 카드로 가져온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영변 핵 시설 얘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곤 "영변 핵시설보다 플러스알파를 원했던 것 아니냐.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 농축과 같은 것이냐는 질문엔 "그렇다. 저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했다.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 했다"고 했다.

27일 2차정상회담 만찬 배치도


-결국 ‘제재완화’와 ‘비핵화’의 간극인가.

▶️과감한 제재 완화와 과감한 비핵화간 간극이다. 트럼프는 제재 완화에 있어 소극적으로 얘기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있어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인데 모든 신고 등을 요구하고 나서니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 이번 회담이 시기 상조였나.

▶️ 싱가포르 1차 회담은 양국 정상간 대화의 장을 여는 측면이 강했다. 이후 어떤 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가을 교착 국면을 겪었고 11월에 와서야 협상팀이 구성됐다. 정상회담에 다시 합의했는데 트럼프 입장에선 “여러 옵션 있지만 지금상황에선 합의하거나 할 상황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1차 회담이 탑다운 방식이었다면 이번 회담은 톱 다운과 바탐 업 성격이 혼재돼 있다. 기존의 협상이 톱 타운식으로 만나서 조율할 의제를 정하고 실무에 던졌다. 반면 이번에 하부 조율을 시작했는데 그 과정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상들끼리 담판처럼 하려고 했다.

원래 갖고 있는 의제는 충분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북미가 서로 요구하는 내용의 온도차가 있었다. 조율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이다. 서두른 측면이 없지 않다.

- 향후 협상은 어떻게 되나.

▶️시기는 잡지 않았다. 하지만 문이 닫힌 것은 아니다. 수개월내 고위급 협상을 가동해서 조율을 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서로 갖고 있는 패는 알게 됐다. 실무진뿐 아니라 정상간 패를 알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정상회담을 예고하기보다 폼페이오 장관 등의 고위급 실무협상을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늦어지면 어려워진다. 협상의 기본은 신뢰인데 만남이 늦어질수록 의심이 생긴다.

-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는데.

▶️첫날 환담 때 발언, 만찬 발언 등을 되짚어보면 온도차가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계속했다. 그러면서 “경제 발전”을 강조했다. 경제 발전을 위한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면 속도보다 무엇이 옳은지 결정하라는 메시지였다. 비핵화가 먼저라는 의미였다.

반면 김 위원장은 “1분이라도 소중하다”고 했다. 빨리 협상을 하며 얻을 것을 얻겠다는 의지 표현이었는데 다소 성급한 태도로 비쳤다. 두 사람 모두 국내 여건이 좋지 않긴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상황을 역으로 했고, 성과가 필요한 김 위원장은 조급했던 측면이 있다.

- ‘코언 파문’이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있는데.

▶️일각에서 미국 국내 정치 문제를 넘기 위해 ‘파격 딜’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반대 선택을 했다. 국내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어중간한 합의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중한간 합의보다 아예 합의를 하지 않는 게 국내 정치적으로 입지를 높일 수 있다.

합의문 초안대로라면 북한의 협상 승리로 읽히기 충분했다. 일부 비핵화를 전제로 제재를 풀어주면 북한에 끌려다닌 협상이란 평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 환경이 나쁠 때 ‘통큰 합의’라는 옵션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난처해진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이 가장 큰 피해자일 수 있다. 곤혹스런 입장일 것이다. 북미간 중재를 통해서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간극을 좁히려 했기에 특히 그렇다. 종전 선언, 평화 협정, 제재 완화 등을 전제로 3.1절 100주년을 맞아 ‘신한반도 체제’를 선포하려도 구상도 어긋난다. 일정이 꼬인 셈이다.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기도 버겁다.

금강산 관광, 철도·도로 건설 등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 한미 워킹그룹에서 미국의 목소리도 더 강경해질 것이다. 반대로 다시 ‘중재자’로 부각될 수 있다. 북미간 이견이 확인된 이상 중재할 당사자가 문 대통령 외에 없다.

28일 2차 북미 확대회담 테이블 배치도

-향후 전망은.

▶️북한에 달려 있다. 북한 메시지를 봐야 한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 때 말한 ‘새로운 길’ 카드를 만지게 되면 한반도는 ‘시계 제로’ 상태로 접어든다. '새로운 길' 관련해선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 북중관계를 토대로 미국과 대응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핵 재무장, 탄도미사일 생산 등 과거 회귀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과 무관하게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남북 관계가 정상화된 가운데 변수를 추가로 만들 상황은 아니란 판단에서다.

-한미군사훈련은 어떻게 되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회담에서 언급했던 훈련비용 문제를 재차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면 한국도 일정한 기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회담 성과 없으면서 훈련 실시 가능성은 커졌으며 훈련의 규모나 강도가 향후 북미관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사훈련은 미국이 북한과의 회담에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향후 진행되는 북미관계 따라 변화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을 언급했는데.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를 지렛대 삼아 중국, 일본 등과 다면기를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아베 일본 총리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명확히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미·일, 미·중 무역 분쟁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게 눈에 띈다.

창틈 사이로 보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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