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밀착마크]이종걸 "대통령되면 이리 달라지나..文에 감동"

김경희 입력 2019.03.03. 06:01 수정 2019.03.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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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 경기고-서울 법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기획 간사, 16대부터 20대까지 5선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62)의 이력은 ‘진보 진영의 백두혈통’이라고 농반진반의 평가가 나올 만큼 화려하지만, 늘 주류가 아닌 길을 걸었다. 그 이유를 묻자 “운명적으로 비주류를 해 온 것 같다”는 알쏭달쏭한 답변이 돌아왔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급격히 바빠진 그를 밀착마크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3.1정신을 잇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사진 이종걸 의원실]
지난달 27일 오전 4시 5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 의원은 피곤한 기색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3ㆍ1운동-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특위 위원장으로 일본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앞서 러시아 사할린에서 열린 ‘3ㆍ1운동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페스티벌’, 중국 선양에서 열린 ‘무오독립선언 10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의원은 “3ㆍ1혁명을 주변으로 하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재해석해 보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있다”고 특위 위원장다운 화두를 던졌다. 중간중간 3·1운동을 ‘혁명’으로 표현했다.
Q : 100주년 기념을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나.
A : 3·1운동을 둘러싼 2·8독립운동, 무오독립운동, 또 기타 만주의 여러 운동을 서로 비교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입체화시키는 방법으로 100주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를 극대화하려 한다. 왜곡돼 있던 역사적 사실을 바로 세우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도서관 의원열람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있다. [사진 이종걸 의원실]
하루 전 일본 도쿄 키타구 아카바네회관에서 한 연설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이 의원은 ‘3ㆍ1절 100주년기념 해외동포대회’에서 “100년 전 도쿄에서 벌어졌던 2ㆍ8독립선언이나 3ㆍ1운동땐 모든 민족이 다같이 독립을 외쳤다”며 “그때처럼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과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하나로 대동단결해 하나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민단은 참석하지 않았고 총련 의장만 축사를 했다. 지난 수십년간 남과 북이 써내려 온 역사의 간극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Q : 10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됐는데.
A : 안타까운 일이다. 3ㆍ1운동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본류는 북한도 거역할 수 없는 거라고 본다. 다만 3ㆍ1운동과 임시정부 100년이라는 표제를 동시에 하는 것이 공동 행사를 못 하게 된 작은 원인이 된 것 같다. 북한에서는 3ㆍ1운동을 우리만큼 의미 있게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임시정부는 정쟁만 일으킨 소모적인 역사로 보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의 개념과 역사적 중요한 사실들을 서로 일치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3.1운동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특위와 역사와정의특위 공동으로 주최한 당정청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Q : 청와대가 남북의 인식 차이를 몰랐나.
A : 한 일주일 전에는 북측에서 갑자기 3·1운동 공동행사를 같이하겠다고 했단다. 우리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잘 되면 공동행사가 성사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결국 무산된 것 같다. 앞으로 남북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점검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의원은 3선 때 열린우리당 원내수석, 4선 때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이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했다. 지난해 7월엔 “민주 진영의 ‘빅텐트’를 적극 설치하겠다”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컷오프(예비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문ㆍ비노’였던 그는 컷오프 직후 ‘친문ㆍ친노’ 이해찬 지지 선언을 했다. 이는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원내대표 시절, 이 의원은 당시 문재인 대표와 대립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문 대표가 친문 성향의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려고 하자 이 의원이 반발하면서 열흘간 당무 거부로 대응했다. 그해 말에는 비주류였던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문 대표의 지도부 사퇴를 전제로 한 혁신전당대회를 주장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탈당하는 일이 생겼다. 이 의원은 “문 대표에게 분열의 책임이 있다”며 당무를 거부하다 문 대표가 김종인 대표에게 당권을 넘기기로 결정하자 복귀했다.

2016년 1월 2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Q : 이해찬 대표를 지지한 건 ‘친문 커밍아웃’인가.
A : 사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동해 버렸다. ‘이야 대통령이 되면 저렇게 달라지나’ 이럴 정도다. 문 대통령이 없었으면 이렇게 북미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하면서 화해와 합의의 방식, 평화적 방식으로 나가는 것이 과연 가능했겠나. 다른 이유가 없다. 내 살아생전에 있을 것 같지 않던 평화의 가능성을 열어준 대통령이니까 우선 고마운 거다. 협상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믿음인데 문 대통령은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Q : 주로 비주류로 분류된 이유는.
A : 운명적으로 비주류를 해온 것 아닌가 싶다. 우선 저희 집안이 소론이고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저는 학생운동을 하면서 부모님 속을 참 많이 썩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권위주의 체제에서 출세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 그게 사회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무언가를 같이한다는 게 불편했고 비판적 의식을 갖게 됐다. 사회 본류에 쉽사리 동화하지 못하는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Global Peace Convention 회의를 주최하고있다. [사진 이종걸 의원실]

Q :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에 대한 당의 대응에 대한 생각은.
A : 일단 법원 판단을 존중하는 마음을 비쳐놓고 내용에 대해 논리적으로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홍준표와 김경수가 왜 다르냐고 하는데, 홍준표는 정치인으로서 특혜를 받았고 김경수는 일반인처럼 법정구속한 거라고 보는 게 일반 민심에 가깝다. 민심을 거슬러선 안 된다. 법정구속은 충격적이지만 전술상 우리가 손해 볼 행동은 하지 말자는 거다.

Q :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통계에 대한 의견은.
A : 최저임금이 경착륙된 건 틀림 없다.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고만 할 게 아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효과들을 면밀히 분석해서 경착륙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일자리 대책이 최적화된 것은 아니었다고도 볼 수 있다. 가계부채가 더 늘고 있는데 어떤 손해를 보더라도 이 지수를 잡아야 한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맨 오른쪽)이 26일 일본 도쿄 키타구 아카바네회관에서 열린 ‘3ㆍ1절 100주년기념 해외동포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이종걸 의원실]

자유한국당의 새 대표가 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이 의원은 비평준화 마지막 세대 경기고 동창(72회)이다. ‘45년 지기’인 두 사람의 인생역정은 전혀 다르다. 학창시절에도 이 의원은 교내에서 유신 반대 유인물을 뿌렸고, 황 대표는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맡았다.

Q : 친구인 황 대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 친구니까 성공하길 바라고, 다만 고언을 좀 해주고 싶다. 정치는 개혁 진보와 보수가 양 날개로서 건강해야 발전한다. 황 대표가 양 날개의 균형을 이루는 보수 진영의 적임자가 됐으면 좋겠다. 권위주의 시대 공안검사의 일생을 벗어나는 게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본다.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 전체를 위해서라면 나한테 불행이 오더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정치를 한다면 그런 세계관과 정치 마인드를 보여줘야만 국민들이 날 위해 이 사람이 뛰어줄 거라고 믿을 거다.

경기고등학교 72회(1976년 졸업) 동창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중앙포토]
밀착마크 인터뷰 다음 날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황 대표에게 정치 선배로서의 충고를 담은 축사를 올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썼던 ‘정치하지 마라’라는 글(정치인이 감내해야 할 난관으로 거짓말의 수렁, 정치자금의 수렁, 사생활 검증의 수렁, 이전투구의 수렁 등을 지목한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 글은 나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다부진 의지로 시작한 정치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삼켜버리는 괴물이 될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황 대표와 우리 모든 정치인에게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고 겸손하라는 의미의 라틴어)’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물론 집권 3년 차 여권에도 적용되는 독립투사 집안 반골 정치인의 쓴소리로 들렸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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