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마크]이종걸 "대통령되면 이리 달라지나..文에 감동"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 경기고-서울 법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기획 간사, 16대부터 20대까지 5선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62)의 이력은 ‘진보 진영의 백두혈통’이라고 농반진반의 평가가 나올 만큼 화려하지만, 늘 주류가 아닌 길을 걸었다. 그 이유를 묻자 “운명적으로 비주류를 해 온 것 같다”는 알쏭달쏭한 답변이 돌아왔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급격히 바빠진 그를 밀착마크했다.
A : 3·1운동을 둘러싼 2·8독립운동, 무오독립운동, 또 기타 만주의 여러 운동을 서로 비교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입체화시키는 방법으로 100주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를 극대화하려 한다. 왜곡돼 있던 역사적 사실을 바로 세우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A : 안타까운 일이다. 3ㆍ1운동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본류는 북한도 거역할 수 없는 거라고 본다. 다만 3ㆍ1운동과 임시정부 100년이라는 표제를 동시에 하는 것이 공동 행사를 못 하게 된 작은 원인이 된 것 같다. 북한에서는 3ㆍ1운동을 우리만큼 의미 있게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임시정부는 정쟁만 일으킨 소모적인 역사로 보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의 개념과 역사적 중요한 사실들을 서로 일치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Q : 청와대가 남북의 인식 차이를 몰랐나.
A : 한 일주일 전에는 북측에서 갑자기 3·1운동 공동행사를 같이하겠다고 했단다. 우리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잘 되면 공동행사가 성사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결국 무산된 것 같다. 앞으로 남북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점검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의원은 3선 때 열린우리당 원내수석, 4선 때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이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했다. 지난해 7월엔 “민주 진영의 ‘빅텐트’를 적극 설치하겠다”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컷오프(예비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문ㆍ비노’였던 그는 컷오프 직후 ‘친문ㆍ친노’ 이해찬 지지 선언을 했다. 이는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원내대표 시절, 이 의원은 당시 문재인 대표와 대립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문 대표가 친문 성향의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려고 하자 이 의원이 반발하면서 열흘간 당무 거부로 대응했다. 그해 말에는 비주류였던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문 대표의 지도부 사퇴를 전제로 한 혁신전당대회를 주장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탈당하는 일이 생겼다. 이 의원은 “문 대표에게 분열의 책임이 있다”며 당무를 거부하다 문 대표가 김종인 대표에게 당권을 넘기기로 결정하자 복귀했다.
Q : 이해찬 대표를 지지한 건 ‘친문 커밍아웃’인가.
A : 사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동해 버렸다. ‘이야 대통령이 되면 저렇게 달라지나’ 이럴 정도다. 문 대통령이 없었으면 이렇게 북미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하면서 화해와 합의의 방식, 평화적 방식으로 나가는 것이 과연 가능했겠나. 다른 이유가 없다. 내 살아생전에 있을 것 같지 않던 평화의 가능성을 열어준 대통령이니까 우선 고마운 거다. 협상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믿음인데 문 대통령은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A : 운명적으로 비주류를 해온 것 아닌가 싶다. 우선 저희 집안이 소론이고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저는 학생운동을 하면서 부모님 속을 참 많이 썩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권위주의 체제에서 출세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 그게 사회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무언가를 같이한다는 게 불편했고 비판적 의식을 갖게 됐다. 사회 본류에 쉽사리 동화하지 못하는 기질이 있는 것 같다.
Q :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에 대한 당의 대응에 대한 생각은.
A : 일단 법원 판단을 존중하는 마음을 비쳐놓고 내용에 대해 논리적으로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홍준표와 김경수가 왜 다르냐고 하는데, 홍준표는 정치인으로서 특혜를 받았고 김경수는 일반인처럼 법정구속한 거라고 보는 게 일반 민심에 가깝다. 민심을 거슬러선 안 된다. 법정구속은 충격적이지만 전술상 우리가 손해 볼 행동은 하지 말자는 거다.
A : 최저임금이 경착륙된 건 틀림 없다.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고만 할 게 아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효과들을 면밀히 분석해서 경착륙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일자리 대책이 최적화된 것은 아니었다고도 볼 수 있다. 가계부채가 더 늘고 있는데 어떤 손해를 보더라도 이 지수를 잡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새 대표가 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이 의원은 비평준화 마지막 세대 경기고 동창(72회)이다. ‘45년 지기’인 두 사람의 인생역정은 전혀 다르다. 학창시절에도 이 의원은 교내에서 유신 반대 유인물을 뿌렸고, 황 대표는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맡았다.
Q : 친구인 황 대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 친구니까 성공하길 바라고, 다만 고언을 좀 해주고 싶다. 정치는 개혁 진보와 보수가 양 날개로서 건강해야 발전한다. 황 대표가 양 날개의 균형을 이루는 보수 진영의 적임자가 됐으면 좋겠다. 권위주의 시대 공안검사의 일생을 벗어나는 게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본다.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민 전체를 위해서라면 나한테 불행이 오더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정치를 한다면 그런 세계관과 정치 마인드를 보여줘야만 국민들이 날 위해 이 사람이 뛰어줄 거라고 믿을 거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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