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등장, 쓸쓸한 퇴장..'빈손' 김정은의 4박5일

하노이(베트남)=김평화 기자 2019. 3. 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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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용두사미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틀째인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열린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이 취소된 후 멜리아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용두사미(龍頭蛇尾).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박5일 베트남 하노이 일정은 이 단어 하나로 설명된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떠나는 뒷모습은 쓸쓸했다.

지난달 27~28일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회담 전까진 전세계가 김 위원장에 주목했다. 주인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회담 후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도 확 줄었다. 김 위원장은 남은 일정을 최소화하고 서둘러 짐을 꾸렸다. 자신만의 세계인 평양으로 향했다.

◇프롤로그, 기대감 고조=한참 전부터 요란했다. 김 위원장 의전을 책임지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달 15일 일부 대표단과 함께 하노이에 도착했다. 정상회담일보다 12일 먼저 도착한 것.

그는 김 위원장의 숙소, 회담장 후보지 등 하노이 구석구석을 꼼꼼히 점검했다. 그가 어딘가를 찾았다는 소식 자체가 뉴스였다. 김 위원장이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노이의 타이응우옌과 박닌 경제구역, 베트남·북한 우정유치원이 방문 후보지로 거론됐다. 하노이 밖으로는 하롱베이, 하이퐁, 박장성 북한군 조종사 묘역 등에 관심이 쏠렸다. 취재진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야경투어에 나설 것도 대비했다.

◇첫째날, 화려한 등장=지난달 26일 오전 8시13분(현지시간).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 특별열차가 베트남 동당역에 들어섰다.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첫 발을 디디는 하차 장소엔 레드카펫이 깔렸다. 김 위원장은 꽃으로 치장된 '꽃길'을 걸으며 베트남에 입성했다.

베트남 정부는 김 위원장이 지나갈 길을 통제했다. 베트남 시민 수천명이 인공기를 흔들며 김 위원장을 환영했다. 10시57분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도착했다.

첫 공식 일정은 하노이 주재 북한대사관 방문이었다. 정상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했다. '핵 담판' 하루 전 날 '식구'를 먼저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대사관 안에선 '만세' 소리가 수차례 퍼져 나왔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베트남, 그리고 전세계가 주목했다. 첫날, 화려한 등장이었다.

◇둘째날, 신중한 첫만남=신중했다. 김 위원장은 첫날 북한대사관 방문 이후 정상회담 첫 날인 지난 달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 전까지 호텔을 떠나지 않았다. '유치원 방문설'은 말 그대로 '설'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의 핵심 외교·경제 참모들은 세계적 관광지인 하롱베이를 방문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낙관하는 행보였다.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인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현장 시찰은 기정사실이었다.

오후 6시30분. 드디어 두 정상이 만났다.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1대1 단독회담, 3+3 친교 만찬을 가졌다. 회담은 약 2시간18분 동안 진행됐다.

자신감이 가득했다. 김 위원장은 만찬에 앞서 "(단독회담) 30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셋째날, 디데이의 반전=지난 달 28일 공동합의문을 내기로 한 '디데이'가 밝았다. 두 정상은 오전 8시55분 단독회담을 시작했다. 반전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회담이 진행될 수록 양쪽의 카드가 엇갈렸다.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오찬과 공동합의문 서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협상장에서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은 표정엔 그늘이 가득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더 이상 그를 향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온 그는 다시 두문불출했다. 남은 일정은 최소화했다. 시찰도 관광도 사라졌다.

◇넷째날, 베트남이라도…=북미정상회담 하루 뒤인 1일. 김 위원장이 머무르는 멜리아 호텔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대형 이벤트가 끝난 뒤 주민들의 관심도 전보다 줄었다. 김 위원장의 표정은 더 어두웠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25분에서야 숙소를 나섰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베트남 권력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서열 3위인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과 면담했다.

베트남 인사들과 악수를 나눌 때는 가끔 웃음을 지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날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한 터였다. "김 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국의 반응을 보며 김 위원장이 의욕을 잃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최 부상의 전언 그대로였다.

◇다섯째날, 씁쓸한 퇴장=김 위원장은 2일 오전 9시30분 멜리아 호텔을 떠났다.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묘로 향했다. 묘역에선 베트남 군 의장대가 묘역으로 가는 길 양옆에 도열했다. 베트남 군 의장대가 '영웅전사들을 추모하며 김정은'이라고 적힌 대형 화환을 들고 앞장섰다.

김 위원장의 뒤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수행단이 따랐다. 김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헌화와 묵념을 마친 뒤 묘역을 떠났다. 곧바로 동당역으로 이동해 평양행 특급열차에 몸을 실었다. 씁쓸한 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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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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