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퍼벨트'는 비교적 큰 천체들로 구성..명왕성 크기도 여럿

김기범 기자 2019. 3. 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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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 뉴호라이즌스호 전송 사진 분석
ㆍ명왕성과 충돌 흔적 대부분 ‘대형’으로 큰 운석이 남긴 것 추정
ㆍ벨트 밖엔 지구 10배 행성 가능성…명왕성 ‘지위 복권’ 어려워

무인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촬영한 명왕성의 위성 카론의 크레이터들(위).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카론과 카이퍼벨트 내 다른 천체의 충돌 흔적을 분석해 카이퍼벨트 내에는 작은 천체들이 드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카이퍼벨트 천체 가운데 뉴호라이즌스가 근접촬영한 울티마툴레(2014MU69)의 모습(아래 오른쪽). 미국항공우주국(NASA)·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학연구소·사우스웨스트연구소 제공

태양계의 해왕성 궤도 너머 카이퍼벨트 천체들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흔적들이 명왕성과 위성 카론에서 발견됐다. 천체망원경으로 관찰이 어려운 터라 오랫동안 두꺼운 베일에 덮여 있는 카이퍼벨트의 비밀을 풀 또 하나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의 사우스웨스트연구소는 명왕성과 위성 카론을 촬영한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카이퍼벨트 천체들과의 충돌 흔적인 크레이터(충돌구)들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밝혔다. 약 40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크레이터들의 사진은 태양계 외곽으로 향하던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2015년 명왕성에 접근했을 당시 촬영한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예상과 달리 명왕성과 카론의 크레이터 중 직경 13㎞ 미만인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 때 이만큼 큰 흔적을 남겼다면, 카이퍼벨트 내에 지름이 1~2㎞인 작은 천체의 수가 적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논문의 주 저자이자 뉴호라이즌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는 켈시 싱어 박사는 “카이퍼벨트 내에 작은 천체가 적다는 것은 카이퍼벨트의 형성 및 진화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는 것”이라며 “카이퍼벨트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가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소행성대 내에서는 천체들끼리 더 많이 충돌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작은 천체로 쪼개진 반면, 카이퍼벨트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충돌이 적게 이뤄지면서 천체들이 비교적 큰 덩어리로 남았다는 분석이다.

카이퍼벨트 내의 천체들은 대부분 태양계가 처음 생성될 때 생긴 태양과 행성 등의 잔해들이다. 크기가 작아 지구에서 직접 관측하기는 어렵다. 천체망원경으로 확인이 어려워 그간 확실하게 확인된 카이퍼벨트 내 천체는 많지 않았다. 무인우주탐사선을 동원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울티마툴레가 유일하다. 정식 명칭이 2014MU69인 소행성 울티마툴레는 지구에서 65억㎞ 떨어진 곳에 있는 직경 30㎞의 소행성으로, 뉴호라이즌스호가 근접촬영한 사진을 통해 ‘눈사람’처럼 올록볼록하게 생긴 모양이 처음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처럼 관찰이 쉽지 않은 카이퍼벨트는 그만큼 많은 논란과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논란의 주제가 바로 ‘명왕성’이다.

해왕성 궤도 너머의 천체들은 직경에 상관없이 모두 카이퍼벨트의 천체들로 동일하게 분류되는데, 크기에 따라 소행성과 왜소행성으로 나뉜다. 명왕성이 2006년 행성 지위를 박탈당하면서 왜소행성이라는 새로운 분류가 만들어진 데 따른 것이다. ‘134340 플루토’로 불리는 명왕성은 크기가 달보다도 작고, 태양 공전궤도가 다른 8개의 행성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 행성의 지위를 잃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각각 하데스, 플루토라 불리는 명계(冥界)의 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명왕성의 직경은 달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하다.

또 명왕성의 공전궤도는 길쭉한 타원 모양으로 해왕성 궤도의 안쪽으로 들어갈 때도 있다.

국제천문연맹(IAU)은 당시 행성분류법을 바꾸면서 ‘자신의 궤도에서 지배적 역할을 하는 천체여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했는데 명왕성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5개의 위성 중 카론과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공전하기 때문이다. 카이퍼벨트 내에서 명왕성과 비슷하거나 더 큰 크기의 다른 천체들이 여러 개 발견된 것도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하자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일부 학자들은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복권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행성은커녕 카이퍼벨트 내 왜소행성의 지위마저 박탈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난해 5월 미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연구진은 행성과학 전문지 이카루스에 명왕성의 화학적 구성 성분이 혜성과 유사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볼 때 명왕성은 왜소행성이 아닌 거대한 혜성이거나 수많은 혜성이 함께 움직이는 형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유럽우주국(ESA)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2004년 관측한 혜성 ‘67P’의 구성 성분과 뉴호라이즌스의 탐사 자료를 볼 때 이런 결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미국의 일부 천문학계를 제외하고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천문학계 내에는 미국 학자들의 ‘팔이 안으로 굽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인 과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1930년 발견한 유일한 태양계 행성이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으로 추락하자 이를 복권시키려는 ‘자존심 싸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2016년에는 명왕성 너머에 지구보다 5~10배 정도 큰 제9의 행성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제9행성의 존재가 입증된다면 명왕성이 다시 태양계 내 아홉번째 행성의 지위를 되찾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진은 2016년 천문학저널에 카이퍼벨트에서 천체 6개가 같은 각도로 타원형 궤도를 그리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려면 거대한 행성이 존재하고, 이 행성의 중력이 작용해야 한다. 제9행성이 없다면 이런 현상이 설명되지 않는 셈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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