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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연연치 않겠다"던 美, 왜 '빅딜' 제안했나

서재준 기자 입력 2019.03.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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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여론 대응·대북 메시지 동시 효과 '포석' 분석
간극 큰 인식 차로 '나쁜 합의' 위기감에 결렬 선택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날 미국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NSC 보좌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의 협상 카드를 전격 공개하는 수를 뒀다. 이례적 행보에 의도와 배경이 주목된다.

현지시간으로 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안보보좌관은 미국 CBS, 폭스뉴스, CNN 방송에 잇따라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 요구사항과 '상응 조치'가 담긴 문서를 건넸다고 밝혔다. 이른바 '빅딜' 문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빅딜'을 제안했다는 것은 정상회담에 앞서 나왔던 다수의 전망과는 결과적으로 차이가 나는 행보다.

북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빅딜'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은 특히 "(비핵화의) 시간에 연연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작은 단계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를 조금씩 받아내며 이에 대한 상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타결해 나가는 방식의 협상이 예상됐다.

미국 측 실무협상의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역시 '단계적 동시 행동'에 가까운 향후 협상 방식을 시사하는 등 '빅딜'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상회담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 후 알려진 협상내용에 맞춰 보면 북미 간 '빅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음을 엿볼 수 있다.

볼턴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핵과 탄도미사일, 생화학 무기를 포함하는 수준의 비핵화를 요구했다. 사실상 재래식 무기 시스템을 제외한 북한의 주요 '국가 핵무력'의 무력화를 의도한 셈이다.

그 대신 북한에 '거대한 경제 미래상'을 상응 조치로 제시했다는 것이 볼턴 보좌관의 설명이다.

미국이 이 같은 안을 제시한 배경에는 비핵화의 '디테일'에 대한 북미의 인식 차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체계 일체를 '비핵화'의 대상으로 상정한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북미 공동 조사단 입회 하의 폐쇄만을 제안했다.

영변 핵시설이 북한의 핵 기술에 있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양 측의 인식 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볼턴 보좌관도 이날 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의 폐쇄에 대해 "매우 제한적 양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 밖 '빅딜' 시도의 의도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분석이 나온다.

마이클 코언 전 변호사의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 국면과 민주당의 거듭된 대북 협상 반대 여론 몰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대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북미 간 전격 '빅딜'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담긴 포석이었다는 뜻이다.

동시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빅딜'이 되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해 비핵화 이후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게 할 의도였다는 분석도 있다.

당장은 성과가 없더라도 미국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않는 북한에 '미래 먹거리'를 제시해 향후 전개될 협상에서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려는 큰 틀에서의 전략이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빅딜'이 잘 될 경우엔 큰 승리를 가져오고, 그렇지 않더라도 북한의 향후 태도 변화를 위한 포석이 되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다만 경제적 보상에 대한 양 측의 인식 차가 확인된 것을 주목할 필요는 있다. 볼턴 보좌관은 '거대한 경제 미래상'을 제시했다고 밝혔으나 문안 그대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다소 추상적 청사진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북한은 2016년 이후 결의된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5개 중에서도 '민수 경제'에 해당하는 내용을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구체적인 자신들의 요구사항에 비해 '거대한 경제 청사진'이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인식 차, 경제 보상에 대한 인식차를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은 일단 '깨는 것'이 대내외적 메시지 관리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나쁜 합의'까지는 아니어도 성패 어느 쪽으로도 충격파를 던지지 못하는 '어설픈 타결'을 하기보다는 결렬을 선택하는 것이 득이 더 많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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