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본부 떠나는 김현종 "주변국, 호시탐탐 한방 먹이려 한다"

서유진 입력 2019. 3. 4. 12:09 수정 2019. 3. 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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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하면 영어로..욕 먹어도 영어공부 됐다던데" 농담도

문재인 정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가들이 세계를 상대해서 결과를 잘 내야 민족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국익, 국격을 위해 옳은 일이라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4일 그는 세종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2017년 여름, 휴가가 한창인 시즌에 부임했는데, 1년 6개월이 지나 다시 이 자리에 섰다"면서 "갑자기 부름을 받아서 왔고, 또 갑자기 부름을 받아 자리를 옮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됐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그는 "통상교섭본부는 새로운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공격적 해외투자와 외국인투자유치, 국가 간 협력 프로젝트를 대범하게 기획하고, 추진해 가기를 바란다"면서 "협상가들이 세계를 상대해서 결과를 잘 내야 민족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통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도 타격을 주다 보니 올해 수출 6000억 달러도 쉽지 않은 목표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본부장은 "최근 보호무역주의로 대변되는 통상 환경은 잠시 국지적으로 이는 파도가 아니고, 긴 시간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조류"라며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그동안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구축되어온 글로벌 밸류 체인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중심의 리저널 밸류 체인(Regional Value Chain)으로 분화해 갈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혁신에서 주도권 경쟁이 보호무역주의와 어우러져 사생결단의 패권 다툼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런 시기에 우리는 오판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정세 격변기에 빈틈만 보이면 호시탐탐 한 방 먹이고, 한 몫 챙겨간 주변국들과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대적 사명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4차 산업혁명 기술 확보를 꼽았다. 우선 북핵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해관계자들 간에 속도와 경로에 대해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여러 고비가 있겠지만, 단일민족으로서 숙명적으로 가야 할 길이다"면서 "인내심을 갖고 상호 신뢰를 쌓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혁신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509년 포르투갈은 인도양 패권을 놓고 인도-이슬람 연합함대와 디우해전을 치른 사례를 들었다. 새로운 함포기술을 가진 포르투갈이 승리했고, 그 결과 동서양 무역 주도권은 이슬람에서 유럽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는 "쓰나미를 원천적으로 피해 가는 방법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서 범용제품이 아닌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며 "수소 경제와 데이터 비즈니스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할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반 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 미안함도 전했다. 그는 "(제가)인덕이 부족해서 때로 화도 내고, 야단도 치고 했던 부분은 한 가족으로서 애정과 신뢰가 깔렸었다는 저의 진심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흥분하면 대체로 영어로 말하니까 욕은 먹어도 영어공부는 많이 됐다는 얘기도 하던데, 영어 공부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찾아와라"고 농담도 던졌다.
그는 취임식 때 인용했던 로마의 철학가 세네카의 말, '운이라는 것은 준비가 기회와 만날 때 생겨난다(Luck is what happens when preparation meets opportunity)'는 명언을 다시 인용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박봉에, 때로는 외부의 부당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우면서 대안을 준비하고, 기회를 포착하려 애쓰는 자세를 봐왔다"면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 것이 산업통상자원부의 근성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여러분은 운이 좋을 수밖에 없고, 여러분이 통상을 하는 한 우리 통상도, 경제도 잘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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