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멈춰버린 일상, 정부는 바람 불기만 기다린다

김효인 기자 2019. 3. 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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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맑은 도시를 위한 4대 제언

수일째 고농도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자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수십 건 이어졌다.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 못 하면 국민 모두 병들어 죽는다" "우리 아이 어린이집 첫 등원 날인데 미세먼지 때문에 너무나 화가 난다"는 글들이었다. 직장인 이모(35)씨는 "미세먼지가 언제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정부는 비상저감조치 문자만 보내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나 국민이나 바람 불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일단 정부가 나서 국내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검붉게 덮쳐오는 '미세먼지 지옥' - 세계 기상 정보를 수집해 시각화한 비주얼 맵 '어스널스쿨'에서 확인한 4일 오후 9시 기준 한반도와 그 주변 초미세 먼지 상황. 중국과 우리나라 전체를 초미세 먼지(검붉은 색)가 뒤덮고 있다. 이날 서울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최고 164㎍/㎥까지 치솟았고, 5일에도 초미세 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보됐다. /어스널스쿨

①비상저감조치 선진국 수준 강화

지난달 15일부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됐지만 효과는 별로 없다. 허점이 많고 솜방망이 대책이기 때문이다.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해도 2부제 적용을 받는 것은 공공 부문 차량뿐이다. 서울시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시내 운행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민원 때문에 시행 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2.5t 이하 노후 경유차는 단속 대상이 되지 않고, 매연저감장치 부착 신청서만 접수해도 단속이 면제된다. 선우영 한국대기환경학회장은 "심각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는 일반인들도 불편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파리시는 과거 스모그가 심각했을 때 민간 차량 2부제를 시행했다. 지금은 미세먼지가 심각하면 노후 차량의 운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시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일반 차량도 2부제를 시행한다.

②석탄화력 발전 획기적으로 줄여야

전국 미세먼지 배출량의 14%를 차지하는 석탄 화력 발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현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경우 일부 석탄발전기 출력을 최대 성능의 80%로 제한하고, 삼천포 5·6호기 등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셧다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화력 발전을 대신해 원자력 발전량을 늘리는 게 미세 먼지를 줄일 수 있는 분명한 대안"이라고 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노후 경유차 88만대를 조기 폐차하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은 200만 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내 노후 경유차의 수가 280만 대에 달해 88만 대를 조기 폐차하더라도 3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예산을 더 투입해서라도 노후 경유차를 빠르게 줄이고, 동시에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노후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미세먼지 배출 요인 제대로 파악해야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는 4년 전인 2015년 것이 최신치다. 이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PM10) 총 배출량은 23만3177t으로, 2014년 배출량(9만7918t)의 2.3배에 달했다. 1년 새 배출량이 급증한 것은 전년도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던 비산 먼지, 생물 연소 등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누락된 미세먼지 데이터가 여전히 많다고 본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내외 미세먼지 배출 요인을 분석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중국 측 자료는 2008년도에 멈춰 있고, 국내 자료도 2015년 것인 데다 추정치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정확한 국내 배출량을 알아야 중국에 감축을 요구할 수 있고, 정책도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④중국 정부에 제대로 요구해야

다른 나라로부터 날아오는 먼지 때문에 대기 오염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도 수년째 인도네시아 등 국외 요인에 의한 미세먼지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외교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2010년 21.3㎍/㎥에서 2017년 19.7㎍/㎥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과 미세먼지 문제 협의에서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중국은 여전히 개선 정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중국이 협력을 빌미로 시간만 끌다가 나중에 가서 책임은 없다고 하는 패턴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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