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보다 100배 편하다"..김밥집도 파고든 '키오스크'

김다영 2019. 3.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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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직원 채용-관리-인건비 고민 없어"
소비자 "사람 대면(對面)스트레스 없어 편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안의 김밥집. 한눈에 봐도 오래된 50여 석 남짓한 규모의 김밥집 안에 최신 무인주문기가 설치돼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 손님은 이 무인주문기 앞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먹을 김밥을 주문하고 어려움 없이 결제까지 마쳤다. 무인주문기를 사용한 김모(21)씨는 "성격이 소심한 사람들은 점원과 직접 말로 주문하는 것보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기계로 주문하고 결제하는 걸 더 편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식사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았고, 셀프 서비스에 따라 식기 반납까지 스스로 마친 뒤 조용히 식당을 떠났다. 김밥집 운영자 전모(54)씨는 "기계를 처음 살 때 500만원을 썼는데, 한번 사놓으니 인건비도 안 나가고 손님들도 만족스러워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여성이 지난달 27일 서울 고속터미널역 내 김밥집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임성빈 기자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도입됐던 ‘키오스크’가 소규모 김밥집, 과자점, 스터디룸, 헤어숍 등 다양한 업종의 사업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 기계 사용이 익숙한 젊은 층 소비자의 '대면(對面) 스트레스'를 덜어주면서 키오스크의 보편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고용주들의 인건비 부담은 물론, 직원 채용·관리 스트레스까지 덜어주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키오스크 한 대 들여놓는 게 아르바이트 한 명 고용하는 것보다 100배 편하다"는 말이 나온다.


◇김밥집ㆍ과자점까지…"돈도 돈이지만 알바보다 두 배 편해"
키오스크란 본래 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단말기를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무인주문계산기 등의 의미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 서울에서 키오스크 과자점 10곳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김동식(50) 씨는 "사람을 고용하려면 채용 공고를 내고 면접을 보고, 계속해서 관리해야 하지만 키오스크는 한 번 들여놓으면 더는 신경 쓸 일이 없다"며 "무인주문결제기 도입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의 무단결근이나 수익의 일부를 몰래 빼가는 등의 부정을 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제품 로스(도난)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며 "돈도 돈이지만 직원 채용에서 오는 자영업자의 고민을 반으로 덜어줬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 본래 과자점 1곳을 운영하기 위해 한 달 평균 4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인건비가 한 달에 350만~400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1대당 450만원짜리 키오스크를 점포에 들여놓은 뒤에는 아르바이트 1명을 관리인으로 고용해 3개 점포를 동시에 관리하게 했다. 과거에는 400만원으로 점포 1곳을 관리했다면, 이제는 관리인 월급 200만원으로 점포 3곳을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씨는 "직원 채용의 경우에는 인건비 외에도 식비, 교통비, 난방비, 냉방비 등을 걱정해야 하는데 이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또 24시간 운영하다 보니 전체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젊은 소비층 "소액·할인쿠폰 등 눈치 보지 않아 편해"
소비자들도 키오스크 도입으로 사람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는 반응이다. 특히 기계 사용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층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대학생 곽중호(26)씨는 "키오스크는 결제만 카드로 하고 기다리면 5~10분 뒤에 음식 나오니 간편하다"며 "할인쿠폰을 쓸 때도 점원한테 직접 말하지 않고 직접 입력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 번거롭지도 않다"고 말했다. 박숙희(50)씨도 "카드로 소액을 결제할 경우 점원한테 직접 결제를 부탁할 때 조금 불편한 경우가 있었다"며 "무인기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고 직접 카드결제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밝혔다.

물론 고령자층은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한 무인커피숍에서 친구들과 동창 모임을 가졌던 서모(66)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기계 사용에 익숙해 한번 보면 바로 사용하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설명을 들어도 사용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또 각자 돌아가면서 하나하나 다 주문을 하려니 불편해 사람이 주문을 받는 게 나았다"고 말했다.


◇1인 창업, 최저임금, 사회적 단절 '3박자' 맞아떨어진 결과
전문가들은 동네 구멍가게까지 파고든 키오스크붐에 대해 "1인 창업의 증가 및 최저임금 인상, 사회적 단절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자본·소규모의 1인 창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으로 오르면서 주휴수당을 포함한 시급은 1만30원 수준으로 인상됐다"며 "인건비 대책이 없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키오스크 사용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런 가운데 사람을 마주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자신의 신용카드를 타인에게 맡기기 꺼리는 젊은층의 소비 트랜드가 맞아떨어지면서 작은 점포까지 무인주문기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키오스크 제작판매업체에서도 최근 키오스크가 보편화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소규모 1인 창업의 증가라고 보고 있다. 10년 넘게 키오스크 제작 판매를 했다는 장성남 TCJ시스템 대표는 "최근에는 초기 투자자본이 적은 1인 창업자들이 직원을 고용하는데 부담을 느끼면서 처음 시작부터 무인주문기를 도입해 장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소개했다. 장 대표는 "주류판매 등 후불제가 보편적인 업종에서는 손님이 무언가를 하나 주문할 때마다 무선기계를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도입이 어렵지만, 이외 선불이 가능한 업종에서는 무인주문기 사용이 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한국보다 무인화 시스템이 보편화했는데, 한국도 고용률과 최저임금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일본처럼 아주 작은 마을의 작은 점포까지 키오스크가 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다영ㆍ임성빈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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