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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후배' 윤지오 "'리스트' 싸우기 위해 만든 것, 유서 결코 아냐"

장혜원 입력 2019. 03. 05. 20:04 수정 2019. 03. 0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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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사망한 배우 고(故) 장자연(위에서 두번재 사진)씨의 성추행 피해를 증언한 동료 배우 윤지오(맨 위 사진)씨가 처음으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일명 '장자연 리스트'로 불리는 문건을 직접 봤다고 증언했다.

윤씨는 장자연 사망 10주기를 이틀 앞둔 5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증언을 한 뒤로는 일상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장씨 소속사의 후배로, 장씨가 자필 편지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술자리에 동석했다. 이후 검찰과 경찰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윤씨는 "그동안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장자연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가 숨어 살지 않고 오히려 존중받는 걸 보면서 한국도 그래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며 "가해자가 오히려 떳떳하게 사는 걸 보면서 억울했다"고 실명을 밝히고 방송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윤씨는 장씨 10주기를 맞아  '13번째 증언'(북마운트·표지 사진)을 출간하고, 경찰 수사 과정과 검찰 참고인 조사, 권력과 지위를 악용한 성폭력,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미투'(me too) 운동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 장씨의 죽음에 얽힌 의혹과 수사 후 사건의 전개 등에 대해 장씨의 지인이자 사건 당사자의 관점에서 기록했다.

윤씨는 방송에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문건)을 직접 봤다고 밝혔다.  

윤씨는"문건을 공개한 소속사 대표가 유가족과 원활한 관계가 아니어서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했다"라며 "문건에 (장)자연 언니가 저에 대해 남긴 글이 있다고 해서 유가족이 보기 전에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이 문건에서 다수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실명이 거론되면서 성접대 의혹을 받았던 사회 저명 인사의 이름을 봤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기억하기엔 한 언론사의 같은 성(姓)을 가진 3명의 이름이 거론돼 있었다"라며 "13번의 경찰 조사에 늘 이처럼 성실하게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목되고 있는 조선일보 관련 세 사람의 이름을 똑똑히 봤다"며 "그리고 조선일보 전직 기자인 조모씨가 직접 (장씨를)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윤씨는 지난해 6월에도 JTBC '뉴스룸'에 익명으로 출연해 장씨와 함께 소속사 대표 김모씨로부터 여러 차례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았으며, 특히 정계 진출을 시도하던 조선일보 기자 출신 조씨에게 장씨가 성추행을 당한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장씨가 문건을 작성한 게 '유서'와 죽음으로 이어진 데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윤씨는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이해 가지 않는다"며 "그 문건은 싸우기로 결심해 만든 것이지 유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가 유서를 리스트식으로 나열하고 지장까지 찍겠느냐"며 "심지어 당시에 언니가 나에게 문건을 전해주며 이것을 대신 가지고 있어 달라고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남긴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문건을 공개한 것"이라며 "소속 기획사와 (언니가 옮기려고 한) 새 기획사, 중간에 있는 이들이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문건은 유서가 아니다"라며 "(언니가) 문건을 왜 작성했는지가 중요한데 그걸 물어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문건을 갖고 있던 이가 저에게 ‘네가 공개한 걸로 해주면 안 되느냐’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며 "이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다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장자연 사건'의 공소시효를 6개월여 남겨둔 지난해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수사를 요청하는 글이 등록됐고, 이 청원은 게재 한달 만에 청원인 20만명을 돌파해 청와대의 답변 요건을 충족시켰다.

윤씨는  당시 경찰과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어린 제가 봐도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사건에 관계 없는 구두 색상 등을 질문 받았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수박 겉핥기식의 질문을 늦은 시간에 반복하다 보니 ‘왜 이런 질문을 하나. 중요한 것은 따로 있는데’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성추행 관련자들이 무혐의 처분된 데 대해서도 "이해되지 않았다"며 "법적 효력은 없지만 기억할 수 없는 부분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말에 여러 차례 최면 수사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경찰은 최면 수사에서 말한 걸 (최면에서) 깨고 나면 왜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오히려 추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건이 덮이는 걸 보면서 무서웠다"며 "관련 청와대 국민 청원이 없었다면 재수사가 가능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7월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은 이른바 '장자연 문건' 관련 보도를 통해 이 문건에 게재된 것으로 확인된 유력 인사의 실명을 공개해 사회적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이른바 '장자연 사건'은 2009년 3월7일 장씨가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상납을 강요받았으며, 방에 갇혀 폭행을 당했다는 문건을 남기고 경기도 분당의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이 문건에는 언론사와 연예 기획사 관계자, 대기업 종사자 등에게 약 100여차례 성상납과 술접대를 했을 뿐만 아니라 방에 감금돼 폭력과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당시 경찰은 수사 선상에 오른 17명 중 5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장자연의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 명예 훼손과 폭행 및 협박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의혹이 제기된 유력 인사 10여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수사 중 피의자 몇몇의 실명이 밝혀졌으나 끝내 '장자연 문건'은 공개돼지 않았다. 

장씨가 숨진지 9년이 된 지난해 2월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수사를 요청하는 청원글이 등록 26일 만에 청원인 수 20만명을 넘어서며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청와대는 그해 4월 장자연 사건을 '공소시효와 관련 없이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달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에 사전 조사를 권고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검찰은 재수사에 돌입했다. 

그해 7월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은 장자연 문건에 언급된 조모씨의 실명을 언급했다. 또 유명 드라마 PD 정모씨와  장자연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 추정되는 TV조선 전무 등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검찰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2월 관련인들을 피조사인으로 호출해 장씨 문건에 대해 사실 관계를 조사했다. 이들은 관련 혐의를 전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 조사단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 결과를 검찰과거사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JTBC '뉴스룸'·북마운트·MBC 뉴스·'PD수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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