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일가 95명, 사익편취로 자산가치 35조 이상 불렸다"

박은하 기자 2019. 3. 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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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경제개혁연구소 ‘지배주주 부의 증식 보고서’ 공개
ㆍ이재용, 상장 통해 6조 이상 증가…최태원, SK C&C 한 곳서 5조
ㆍ서정진, 셀트리온헬스 통해 4조…상위 3명 증식액이 전체의 44.9%

계열사들로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받거나 정상 거래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방식(사익편취)으로 재벌 총수일가가 불린 돈이 35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2011년부터 공정거래법과 상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나섰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한 부의 편법승계가 여전해 더 촘촘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구소가 5일 공개한 ‘사익편취 회사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의 증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4개 기업집단 39개 회사(상장사 16개, 비상장사 23개)의 총수일가 95명이 사익편취로 불린 자산 가치가 35조7600억36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해당 주식 지분 획득에 쓴 금액과 견주면 단순 수익률은 1142%로 추산됐다.

연구소는 분석 대상인 사익편취 회사의 지배주주는 141명이나 부 증가액이 50억원 미만이거나 수익률이 10% 미만인 경우를 제외하고 95명의 부의 증가액과 수익률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부의 증가액은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의 평가액과 배당금, 주식 매각금액을 더한 뒤 최초 취득금액을 뺀 것이다. 조사 대상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인 총수일가 직간접 지분이 20% 이상이며 내부거래 비중이 20% 이상인 회사들이다.

가장 재산을 많이 불린 총수일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를 통해 6조4666억1800만원의 부가 증가했다. 편법상속 논란이 있었던 삼성에버랜드 상장 차익으로 1조원 넘는 이익을 올린 것으로 평가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SK C&C 한 회사를 통해 5조650억2900만원의 재산이 늘어 수익률은 8만4403%를 기록했다. 최 회장은 1994년 (주)SK와 SK건설이 보유하던 SK C&C의 지분을 주당 400원에 매입했다. 이후 SK C&C는 SK텔레콤 등 계열회사의 전산용역 등을 수행하며 몸집을 불렸고, SK C&C 주식은 2015년 (주)SK와의 합병을 거치며 28만원까지 상승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4조5395억4300만원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벌어들여 창업주로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서 회장이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대부분은 셀트리온을 통해 올린다. 2010년 순자산액이 40억원에 불과했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을 발판으로 급성장해 2017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한 뒤 시가총액이 10조원 넘는 회사가 됐다. 연구소는 “셀트리온 주주의 부가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이전했기 때문에 회사 기회 유용에 의한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경우 3조1100억2200만원의 부가 증가했다.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약 2조5000억원의 증식이 있었으며, 이노션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통해서도 부를 불렸다. 최근 주가가 하락해 2016년에 비해선 부의 규모가 감소했다.

부의 증식은 상위 소수에게 집중됐다.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서정진 회장의 부 증식액이 전체의 44.9%를 차지했다. 1조원 이상의 부 증식을 기록한 9명이 전체의 77.8%, 5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14명이 전체의 86.6%를 차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제23조2에 따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등을 사익편취로 규정해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총수일가들은 공정거래법상의 지분율 규제는 지키되 간접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 등 법의 틈새를 이용해 부를 늘렸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이총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편법승계를 막는 것은 기업을 옥죄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신뢰를 회복해 시장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상법을 적용해 사익편취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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