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훈 아내가 사망 전 남긴 메시지.. 감금과 학대 그리고 투신

박민지 기자 입력 2019. 3. 6. 01:25 수정 2019. 3. 6. 10: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고(故) 이미란씨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묻는 이들이 다시 늘고 있다. 2016년 9월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이씨, 그는 왜 투신했을까.

5일 MBC ‘PD수첩’은 방용훈 사장의 부인 이미란씨의 사망을 집중 조명하는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을 방송했다. 방 사장은 배우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내몬 문제의 식사자리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이씨는 2016년 9월 한강에서 투신자살로 추정되는 변사체로 발견됐다. 그는 극단적 선택 직전 자신의 오빠에게 “너무 죄송해요. 어떻게든지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겁은 나는데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오빠는 다급히 실종신고를 했지만 동생을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가양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이씨의 변사체 인근에서 유서 7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자녀들이 “아빠가 시켰다”면서 자신을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워 집에서 내쫓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 “부부 싸움 중 남편한테 얻어 맞고 온갖 험악한 욕 듣고 무서웠다”면서 “4개월간 지하실에서 투명 인간처럼 살아도 버텼지만 강제로 내쫓긴 날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썼다.

사설 구급차에 강제로 실려 집에서 쫓겨난 사건은 이씨가 사망하기 직전인 2016년 8월 발생했다. 자녀들은 사설 구급업체를 동원해 이씨를 강제로 친정집으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강하게 저항하며 상황을 녹취했으나 자녀들은 휴대전화를 빼앗아 변기에 빠트렸다.

이씨의 가족은 방 사장과 이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고소했다. 경찰은 자녀들이 어머니를 다치게 했다며 공동존속상해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동존속상해 대신 강요죄를 적용했다. 때문에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월, 1심 법원은 이씨 자녀들에게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자녀들은 재판에서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 자살시도까지 한 상태의 어머니가 혼자 지하층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외할머니가 거주하는 친정집에서 쉬게 하는 것이 어머니의 자살을 방지하는 등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회 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판단했다. 병원 진료 기록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이씨가 자살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도리어 사설 구급차를 불러 쫓아낸 자녀들의 행위가 이씨의 극단적 심리 상태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방 사장은 “내가 왜 이런 걸 당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뭘 알고 얘기를 해야 한다. 부인이 죽고, 이모가 고소를 하고, 이게 상식이냐. 할머니가 애들을 고소하고, 그 이유는 왜 안 따져보냐”며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나는 사람하고만 말하고 싶다. 그 상황을 판단해보면 모르겠느냐”라고 분노했다.

딸 잃은 어머니가 사위에게 보낸 편지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된 후, 방 사장의 장모이자 이씨의 어머니의 편지가 공개됐다. 편지에는 “방 서방, 자네와 우리 집과의 인연은 악연으로 끝났네. 이 세상에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마음처럼 찢어지는 것은 없다네. 병으로 보낸 것도 아니고, 교통사고로 보낸 것도 아니고 더더욱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도 아니고 악한 누명을 씌워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들을 시켜, 다른 곳도 아닌 자기 집 지하실에 설치한 사설 감옥에서 잔인하게 몇달을 고문하다가, 가정을 지키며 나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내 딸을 네 아이들과 사설 엠블란스 파견 용역직원 여러 명에게 벗겨진 채, 온몸이 피멍 상처투성이로 맨발로 꽁꽁 묶여 내 집에 내동댕이 친 뒤 결국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음에 내몰린 딸을 둔 그런 애미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네”라고 적혀있다.

이어 “30년을 살면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낳아주고 길러준 아내를 그렇게 잔인하고 참혹하게 죽이다니, 자네가 그러고도 사람인가? 나는 솔직히 자네가 죄인으로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걸 기대했네. 그래서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으려 했는데 우리 딸이 가고 난 뒤의 자네와 아이들의 기가 막힌 패륜적인 행동을 보니”라고 주장했다.

아내 죽음 루머 퍼뜨렸다며 처형 집 무단침입 시도

2016년 11월, 이씨가 숨진 후 방 사장이 아내의 언니 집에 무단침입하려 위협을 가했다. 동행한 아들이 돌로 내려치며 위협했고 방 사장은 빙벽 등반용 철제 장비를 들고 현관문을 발로 찼다. 그는 처형이 부인의 죽음에 대한 루머를 퍼뜨렸다고 의심해 항의하러 집을 찾아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사장의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돌을 주워 집안으로 올라가 현관문을 몇 차례 두드렸고, 아버지가 자신을 말려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실제 CCTV 영상에서는 오히려 아들이 현관 앞 물건을 걷어차고 도끼를 든 방 사장을 말리는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방 사장은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다. CCTV보다는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마무리한 정황으로 보인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왜 이렇게 작성이 됐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아들이 흥분한 부친을 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 사장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끝난 얘기인데 왜 자꾸 들먹이냐”며 “내가 누구를 말리고, 아들이 누구를 말리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