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몰려가는 한국인..베트남 '동' 동났다

이윤정 기자 입력 2019. 3.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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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개월새 수요 40% 늘면서 환전 실패사례 속출

지난달 1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관광객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최근 베트남 통화인 ‘동’에 대한 국내 환전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일부 은행에서 환전 가능 물량이 바닥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결혼을 앞둔 이지원(31)씨는 베트남에 거주 중인 예비 장인을 보러가기 위해 지난달 26일 신한은행 모바일 앱 ‘쏠(SOL)’로 800만동(약 39만원) 환전을 신청했다. 모바일로 환전을 신청하면 시내 영업점에서 오랜 시간 기다릴 필요 없이 출국 당일 공항에서 빠르게 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는 ‘선택하신 영업점의 모바일 및 인터넷 환전 예약신청 증가로 해당 외화(VND)의 환전가능한도가 일시적으로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다음날 다시 시도했지만 역시 같은 메시지가 떴다. 이씨는 "베트남에 자주 가는 편인데, 환전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통화인 ‘동’에 대한 국내 환전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일부 은행에서 환전 가능 물량이 바닥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환전 물량과 대면 환전 물량을 따로 관리하는데, 비대면 환전의 경우 신청한 뒤 며칠 뒤에 찾아가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베트남 동은 물량이 풍부한 주요 통화가 아닌데다 최근 수요가 갑자기 몰리면서 부족 사태가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동 환전을 신청한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8월 대비 올해 1월 베트남 동 환전액이 약 39% 증가했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기간 37% 증가했고, KB국민은행에선 43% 증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하나은행에서 베트남 동 환전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최근 베트남 동 수요가 급증해 은행권이 동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동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겨울철 여행지로 베트남이 급부상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하나투어(039130)관계자는 "이전까지는 태국, 필리핀 등이 동남아 인기 여행지였는데, 약 3년 전부터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어 지금은 베트남 인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 1207만명 중 한국인은 348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4% 증가한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베트남에서 달러를 동으로 바꾸는 ‘2단계 환전’이 주로 이뤄졌다.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때 수수료 우대율이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물가가 저렴해 많은 현금이 필요치 않다보니 환전 수수료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그 절대적 금액이 얼마 안된다"며 "이 때문에 번거롭게 두 번 환전하기보다는 한국에서 동으로 바로 환전하는 고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외에 ‘박항서 신드롬’도 한국인들의 베트남 행을 부추겼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축구 불모지’ 베트남이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AFF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아시안컵에서는 8강까지 진출하는 등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 내 박 감독의 인기가 국가주석보다 높아지면서, 한국인에게도 친화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또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점도 베트남 흥행 몰이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은 베트남 동 물량을 대폭 늘릴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은 물건을 수입하듯이 외화 현찰을 조달해오는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중국은행(BOC) 등 외화 현찰을 도매로 판매하는 외국계 은행이 그 파트너다. 다만 원화로 동을 직접 구매할 순 없어 달러를 이용해 사야 한다.

동은 전체 환거래 시장에서 비중이 적은 기타 통화라 달러, 유로, 엔화 등 주요통화보다 조달 비용도 비싼 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동의 경우 1년 내내 수요가 많은 게 아니라 가끔씩 수요가 몰리는 편이라 무작정 많은 물량을 확보해두긴 어렵다"며 "조달 비용도 비싼데다 팔리지 않는 통화는 재고자산으로 잡히고, 보유비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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