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플라스틱 소비 세계 최대" 언론보도, 사실일까?

구자형 입력 2019. 3. 7. 00:18 수정 2019. 3. 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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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최대"
CNN과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에서 보도
조선일보 인용 자료는 잘못된 것으로 파악돼..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 3일 미국 CNN 방송은 경북 의성의 쓰레기 더미 문제를 취재하며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최대 수준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CNN은 'South Korea's plastic problem is a literal trash fir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5년 한국은 1인당 대략 132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해, 미국과 중국을 앞질렀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5월 8일 조선일보는 '한국인이 쓰는 일회용컵 25,700,000,000개… 플라스틱은 세계 1위'라는 기사에서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며 2016년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1위라고 이야기했다. 과연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대 수준이라는 언론 보도는 사실일까? 팩트체크 결과 절반만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플라스틱 수요량, 세계 생산량과 함께 증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지난해 9월 18일 발표한 '국내외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현황 및 해결방안'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전체 수요량은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성수지와 합성섬유, 합성고무를 모두 플라스틱 범위에 포함해 계산한 수치다. 2005년 연간 약 900만t이었던 국내 수요량은 2016년 1100만t에 달했다. 이 중 생활 폐기물이 500만t으로 50%를 차지했다. 반면 플라스틱 원료 생산량은 2005년 1800만t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2009년부터 2100만t을 웃돌고 있다.

같은 자료에서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첫 조사가 시작된 1950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만t이었으나, 2015년에는 4억 700만t으로 약 200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플라스틱 수요량과 함께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하는 꼴이었다. 폐기물 종류는 포장재 폐기물이 가장 많았고, 섬유 폐기물과 건설 폐기물이 뒤이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량 벨기에 이어 2위

지난 2016년 10월 유럽 플라스틱 및 고무 기계 협회(이하 EUROMAP)는 '세계 63개국의 포장용 플라스틱 생산량 및 소비량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61.97kg으로, 벨기에에 이어 2위였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각각 48.78kg, 24.09kg으로 순위에 올랐다. EUROMAP은 2015년까지의 기록을 토대로 2020년까지의 예상 소비량도 덧붙였다. 예상 소비량 역시 2020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67.41kg로 벨기에에 이어 2위였다.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 (자료=EUROMAP, 그래픽=스냅타임)

CNN이 근거로 내세운 주요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도 같은 자료에서 확인됐다. EUROMAP은 한국의 2015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을 132.7kg으로 발표하며 2020년에는 145.9kg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63개국 중 한국은 벨기에(170.9kg)와 대만(141.9kg)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63개국 중 5개국만 100kg 이상 소비량을 가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세계 최대 수준 중 하나라는 주장은 신뢰할 만 하다.

◇ 통계청 "사실무근"…06년이 16년으로 둔갑

조선일보는 2018년 5월 8일 '한국인이 쓰는 일회용컵 25,700,000,000개… 플라스틱은 세계 1위' 기사에서 한국인의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1위라고 주장하며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을 근거로 첨부했다. 통계는 2016년 기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에서 한국이 98.2kg으로 가장 많다고 이야기하며, 미국(97.7kg), 프랑스(73.0kg), 일본(66.9kg)의 소비량을 덧붙였다. 한국의 소비량은 EUROMAP이 제시한 2015년 132.7kg에 비해 1년 사이 34.5kg이나 낮아졌다. 이 자료는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숭대시보(숭실대 학보사) 보도 기사, 녹색연합 페이스북 페이지, 인터넷 커뮤니티 등 다양한 곳에서 인용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확인 결과 통계청은 "언론에서 보도한 2016년 플라스틱 소비량에 대해 이미 수차례 문의가 들어왔다."면서 "해당 통계를 발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통계 자료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역설적이게도 조선일보가 2008년 11월 4일 보도한 '대한민국은 '플라스틱 공화국' 기사에서 출처를 찾을 수 있었다. 기사에선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98.2kg"라며 기준 연도를 2006년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다른 국가의 소비량 수치 또한 2018년 기사에서 제시한 것과 같았다.

◇ 잘못된 근거 인용…언론 보도는 절반의 사실

CNN은 지난 3일 보도에서 한국의 2015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대략 132kg이라고 주장하며 세계 최대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정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는 2016년 EUROMAP에서 발표한 '세계 63개국의 포장용 플라스틱 생산량 및 소비량 조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검증 결과 한국은 CNN의 보도 내용대로 벨기에와 대만에 이어 세계 최대 소비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2018년 5월 8일 보도는 통계청에서 해당 통계를 발표한 사실이 없다고 이야기한 점 그리고 같은 매체의 2006년 기사 자료를 검토해봤을 때, 근거 자료가 무너졌으므로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스냅타임 팩트체크는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최대이다."라는 언론 보도를 '절반만 사실'로 판단했다. /스냅타임

구자형 (lettype9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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