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관계 '기존문법' 거부한다.. 20대 '脫연애' 바람

조재연 기자 2019. 3.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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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사이에서 기존의 연애 관념을 거부하겠다는 '탈(脫) 연애'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탈 연애주의자 정소현(여·26) 씨는 7일 "탈 연애가 연애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에 있던 남녀 관계의 역학을 거부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남녀 간 연애를 하면서도 기존의 고리타분한 '정상연애'의 가치는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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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위주 공격적 스킨십

남친에게 수줍어하는 연기

틀에 박힌 性역할 벗어나

이제는 대등한 동반자로

“사회변하면 방식 달라져

다양한 생활양식 존중을”

20대 사이에서 기존의 연애 관념을 거부하겠다는 ‘탈(脫) 연애’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기존 연애가 일대일 독점 소유, 고정된 성별 역할, 이성애 중심주의 등에 매몰돼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돼 사회운동의 성격을 띠고 전개되는 양상이다.

탈 연애주의자 정소현(여·26) 씨는 7일 “탈 연애가 연애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에 있던 남녀 관계의 역학을 거부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 씨는 “한때 남자친구와 데이트 비용을 함께 모으는 ‘데이트 통장’ 등이 유행했는데, 이 역시 우리에게 주어졌던 정상연애의 강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연애에 목매야 진보적이고 ‘쿨’한 여성인 줄 알았던 생각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남녀 간 연애를 하면서도 기존의 고리타분한 ‘정상연애’의 가치는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대학원생 송유진(여·26) 씨는 “나와 현재 애인이 서로 보편적 여성성·남성성에 부합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보니 더 자연스럽게 탈 정상연애에 대해 합의가 됐다”고 소개했다. 송 씨는 “예전에는 스킨십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남성 위주의 공격적인 스킨십에 거부감이 있었고, 스스로 수줍은 여성을 연기해야 하는 데에서 오는 피로감도 있었다”며 “지금은 서로 감정적으로 솔직하고, 정해진 남성성·여성성의 각본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기존 남녀관계의 문법도 거부한다. 송 씨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을 뿐 굳이 제도로 엮이고 싶지 않다”며 “포괄적인 동반자 법이 제정되면 평생 동반자로 살 의향은 있다”고 설명했다.

탈 연애 현상을 사회운동으로 확산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칼럼니스트 도우리 씨 등이 공동대표를 맡은 ‘탈 연애선언’팀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탈 연애 선언 퍼포먼스와 정상연애 장례식을 연다. 이 단체는 선언문에서 “연애라는 이름만으로 규정 불가능한 다양하고 풍부한 친밀성을 모색한다”며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를 뒤흔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연애를 결혼·출산과 동일시하지 말고 젊은 세대의 새로운 생활양식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애, 결혼과 관련해 새로운 인식과 행동이 출현하며 문화적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사회 체계가 변화하면서 다른 결합 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 전개된다”며 “젊은이들에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재촉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활양식을 존중해 주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재연·나주예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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