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때문에 핵발전 고려..위험을 위험으로 막는 것
[경향신문] ㆍ후쿠시마 원전 사고 8년…숀 버니 그린피스 원전전문가와 영상 인터뷰
앞으로 30~40년간 아무것도 말고, 주민들 귀환 차단이 최선 일 원전 재가동 위해 거짓 정보 유포…재생에너지 전환이 답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는 아직도 재앙 속에 있습니다. 8년이 지난 현재도 위험을 줄일 방법은 없고 지금도 주민들의 귀환을 막는 것이 최선입니다.”
미세먼지로 전국이 뿌옇게 덮인 지난 6일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원자력 선임전문가는 일본 도쿄에서 영상통화를 받았다. 일본의 공기질은 한국보다 청정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는 심각한 고민이 있다.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끝나지 않는 방사선의 위협이다. 사고 8주기를 앞둔 8일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최전선에 선 노동자와 어린이들의 위험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펴냈다.
“일본 정부가 노동자들의 인권 유린을 묵인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버니 전문가는 후쿠시마현 현장조사로 제염(除染) 노동자들의 현실을 확인했다. ‘위험의 외주화’였다.
“일본 환경성에서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지구상 어디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도쿄전력으로 넘어간 임무가 다시 몇몇 회사에 맡겨졌고, 이 회사들도 수백개 하청업체로 일을 넘겼습니다.”
위험을 떠맡겠다고 나선 것은 노숙인이나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한 원전 노동자는 그린피스에 “우리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됐다”고 증언했다.
조사를 벌인 후쿠시마현 나미에는 사고가 난 원전에서 북동쪽으로 10㎞, 이타테는 북서쪽으로 30㎞ 정도 떨어져 있다. 이들 일부 지역은 2017년 3월 피난이 해제됐다. 하지만 이 지역의 방사선 준위는 국제 권고 최대치보다 5~100배 높았다. 나미에의 한 출입금지구역의 평균 방사선 준위는 시간당 4.0μ㏜(마이크로시버트)에 달했다. 노동자가 하루 8시간씩 1년을 일하면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100번 이상 받는 수치다. 방사선을 측정한 1584개 지점에서 일본 정부의 목표치인 시간당 0.23μ㏜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와 가임기 여성들은 특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 위험을 알면서도 지난 1월까지 돌아온 주민이 나미에에만 896명이었다.
“주민 복귀 정책은 일본 정부의 위험한 에너지 정책과 닿아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사고 후 모든 원전을 닫았다가 최근 가동 원전을 30~35%까지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후쿠시마 사고의 충격 때문에 반대하고 있고요. 결국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고 ‘문제가 없다’는 거짓 정보를 내보내는 겁니다.”
최근에는 저장 용량이 한계에 다다른 오염수 111만t을 태평양에 방류하려는 시도가 한국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버니 전문가는 방사성물질의 긴 반감기를 고려하면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최선은 앞으로 30~40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겁니다.”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에도 사람들의 출입 자체를 막았다.
그는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대기오염 문제의 근본 배경은 수십년간 잘못된 에너지 정책입니다. 하나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위험을 가져오는 것이 맞을까요.”
원자력은 막강한 에너지원이지만 발전이 끝난 뒤 남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있다. 버니 전문가는 1990년 말부터 그린피스에서 원자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 1992년 강원 삼척에 원전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한국 시민사회와 연대해 반핵운동을 벌인 인연도 있다.
“사실 핵폐기물 문제는 수백년이 지나도 답을 찾을지 의문입니다. 이제라도 원전은 그만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 결국 답입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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