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동산은 세대 전쟁 중②]부모에게 집 물려받는 20대..세대갈등 새 국면

2019. 3. 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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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별로 세대갈등 양상 다변화
KSOI 여론조사… 20대-60대 동조화
20대 집값, 보유세에 보수적 답변 늘어
‘부모 돈=내 돈’ 부의 대물림이 원인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 견본주택 현장. 20대, 30대 젊은층이 많이 눈에 띈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부동산을 둘러싼 세대 갈등은 기본적으로 노년 세대와 청년 세대의 대립 형태를 띄고 있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훨씬 다층적이다. 조그만 정책 하나하나에 연령대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가령 현 정부 들어 강화된 청약가점제를 놓고, 2030세대는 젊은층의 주택 마련 기회를 차단하고 50대 이상에게 수혜가 돌아간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반대로 신혼희망타운 공급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대책에 대해선 5060세대를 중심으로 내집마련을 더 오래 기다린 세대에게 기회를 더 줘야하는 거 아니냐고 불만을 표시한다. 신혼부부도 아니고 가점제로도 안정권이 아닌 40대는 ‘청약 낀 세대’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최근 눈길을 끄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른바 ‘금수저’로 불리는 20대들의 변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3일 발표한 ‘2월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들은 모든 세대 중 집값 하락에 대해 가장 부정적이다. 오히려 집값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많다. 


▶달라지는 20대…‘집값 올라야’ 의견 늘어= 조사결과 연령별 모든 세대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70%대로 압도적으로 많고, ‘상승해야한다’는 의견은 10%대에 머문다. 다만 세대별로 온도차가 감지된다. ‘하락해야 한다’고 말한 비율은 60세 이상이 72%로 가장 낮고, 20대가 72.6%로 뒤를 따르고 있다. 40대(78.5%), 50대(77.6%), 30대(77.3%)는 ‘하락해야 한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20대와 60세 이상의 결과가 유사하고, 30ㆍ40ㆍ50대가 비슷하다.

20대는 ‘상승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17.3%로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높다.

이러한 경향은 KSOI가 한달전 발표한 ‘1월 정례조사’에서도 드러난다. 20대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과 관련해 ‘고가 다주택자 보유자가 그동안 받아왔던 세금혜택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43.4%로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은퇴 고령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세금폭탄에 불과하다’는 부정 평가 비율은 35.1%로 높은 편이었다. 60세 이상은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각각 46.7%와 42.6%로 20대와 비슷하다. 반대로 30대(긍정 63.3%-부정 22.1%), 40대(긍정 64.2%-부정 29.6%), 50대(긍정 57.2%-부정 38.7%)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유세 강화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20대는 보유세 강화에 대해 ‘매우 공감한다’는 답변이 27.4%로 전 세대 중 가장 낮다. 제일 높은 40대(54.1%)의 절반밖에 되지 않으며, 60세 이상(36.8%)보다도 10%포인트 가량 낮다. ‘대체로 공감한다’까지 포함한 긍정 평가의 비율은 71.9%로 60세 이상(70.1%)에 이어 두번째로 낮다. 30대(85.7%)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 견본주택 현장. 20대, 30대 젊은층이 많이 눈에 띈다.

▶‘부모 상속’ 기대감 반영= 20대가 이처럼 60대와 동조화되고 있는 이유는 집을 가진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엔 양도소득세 강화로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뜯기느니 자식한테 물려주자’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증여건수는 1511건으로 2006년 집계 이래 최대치다.

10ㆍ20대 자산가도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증여세 신고자 중 증여재산가액이 1억원 이상인 10ㆍ20대는 1만961명으로 전년 8720명보다 2241명(25.7%)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1020세대는 1872명으로 전년 1557명보다 315명(20.2%)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는 9억원 초과 1주택자나 6억원 초과 다주택자가 내는 것으로 전국민의 0.5%(27만명)만이 납부한다. 지난해 4월부터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증여 열풍이 거세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10ㆍ20대 자산가는 더욱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은 분양가와 대출 규제 때문에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청약시장에서도 부모의 자금을 등에 업은 이른바 ‘금수저’들의 왕성한 구매력은 돋보인다. 얼마전 서울 광진구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예비당첨자 524명 중 431명(82%)이 20ㆍ30대였다. 이 아파트는 84㎡가 11억원대, 115㎡가 15억원대로, 중도금 대출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 8~12억원을 자체 조달해야 살 수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높이고, 대출 막고, 무주택자 위주로 기회를 주는 현 청약시스템은 그야말로 금수저 판이 될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20대가 보수화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 “20대 남성 입장에서 보면 가장 효과적인 경제 방책이 자기 아버지 재산을 물려받는 것 아니겠냐”며 “자기 아버지의 재산을 어떻게 지키느냐는 결과적으로 나중에 자기에게 어떻게 돌아오게 하느냐와 연결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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