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팩트체크]② 유관순 열사 고문·순국에 대한 사실 왜곡

입력 2019.03.08. 10:15

최근 유관순(1902∼1920) 열사에 대해 최고등급(1등급) 추가 서훈이 결정되고,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개봉하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유관순이 머리 가죽이 통째로 벗겨지는 고문을 받았다' '미꾸라지가 든 독 안에 알몸으로 가둬졌다' '무차별한 성폭행으로 자궁이 파열돼 숨졌다' '시신이 토막으로 잘렸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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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고문·시신 훼손' 등 선정적 '가짜뉴스' SNS 확산
"잔인한 고문 사실이나 과장·왜곡 정보 점증..기초 연구 부족한 탓"
정부, 유관순 열사에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추가 서훈 (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임하은 인턴기자 = 최근 유관순(1902∼1920) 열사에 대해 최고등급(1등급) 추가 서훈이 결정되고,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개봉하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도 유관순 열사에 대한 게시물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이 중에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아무런 근거 없이 선정적인 내용을 부각한 경우가 많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성고문이나 순국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유관순이 머리 가죽이 통째로 벗겨지는 고문을 받았다' '미꾸라지가 든 독 안에 알몸으로 가둬졌다' '무차별한 성폭행으로 자궁이 파열돼 숨졌다' '시신이 토막으로 잘렸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 게시물에는 1만3천여명이 '좋아요'를 표시했고,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SNS에서 확산하고 있는 유관순 열사 게시물 [출처 : 인스타그램]

그러나 이러한 내용 대부분은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일제가 독립 시위로 체포된 애국지사들에게 혹독한 고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방식에 대한 기술은 사료로 거의 남아있지 않다.

다만, 국가기록원이 펴낸 여성독립운동사 자료총서에는 1919년 3월 하순에 출옥한 31명의 서울 여학생들의 증언을 토대로 "처음 수감돼서는 무수하게 매를 맞고, 그 후에는 발가벗겨져 알몸으로 손발이 묶인 채 마구간에 버려졌다", "왜놈들은 여학생 몇 명을 몰래 잡아가서 윤간하고는 새벽에 다시 끌고 왔다" 는 등의 기록이 있긴 하다.

그러나 20여년간 유관순 연구소 소장을 지낸 박충순 전 백석대 교수는 성고문에 대해 "여러 혹독한 짓을 했으니 뭔들 못했을까 싶지만, 구체적인 악행은 모른다"며 "최근 들어 표현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근거가 될만한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류정우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회장도 "인두로 허벅지를 지졌다는 기록이 있으나 이 밖에 성고문 관련 기록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관순 열사가 자궁 파열로 숨졌다거나 시신이 훼손됐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지난 2013년 국가기록원이 주일대사관에서 이관받아 공개한 '3·1운동시 피살자 명부'에 따르면 유관순 열사는 '옥중 타살(打殺)', 즉, 감옥에서 구타를 당해 숨진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정은 3·1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이 2004년 저술한 '유관순:불꽃 같은 삶, 영원한 빛'을 보면 유관순 열사와 투옥 생활을 한 여성 독립운동가 어윤희 선생이 "유관순이는 너무 매를 맞고 고문을 당해서 죽었어요"라고 회고한 대목도 있다.

시신 절단도 오랜 '가짜뉴스'로, 독립운동 연구자들은 유관순 열사가 숨을 거두자 이화학당이 시신을 인계해 수의를 만들어 입혔다고 설명한다.

2011년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가 발간한 '한국의 운동가들'에 따르면 유관순 열사의 시신을 인수해 직접 장례를 치른 당시 이화학당 학당장 서리 월터 역시 "나는 그녀의 온전한 몸에다 수의를 입혔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개최 (서울=연합뉴스) 문화재청이 3·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제10·12 옥사에서 1910년 경술국치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환국까지 약 40년 동안의 역사적 상황을 재조명하는 뜻깊은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을 연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유관순) 전면. 2019.2.18 [문화재청 제공] photo@yna.co.kr

전문가들은 이처럼 잘못된 역사 서술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 연구와 시민들의 성숙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은 회장은 "우리 사회가 해방 뒤 유관순 열사와 같은 인물에 대해 기초 조사·연구를 하기보다는 추모제 같은 행사에만 관심을 쏟다 보니 잘못된 내용이 되풀이돼 인용되고 있다"며 "이 기회에 사실을 바로잡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도 조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대표도 "고인, 특히 여성 독립운동가분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심스러워야 한다"며 "역지사지의 성숙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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