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 현실화..'비둘기' 전환하는 중앙은행들

안호균 2019. 3. 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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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연말까지 금리 동결하고 새 부양책 꺼내
유럽 성장 전망 대폭 하향..드라기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美 연준, 금리 인상 중단하고 연내 자산 축소 종료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8.12.14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최근 글로벌 경제의 둔화 조짐이 확연해지면서 주요 중앙은행들이 긴축 움직임을 중단하고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금리를 올해 연말까지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유로존의 정책금리는 0.0%이고,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지급하는 예금금리는 -0.40%, 대출금리는 0.25% 수준이다.

이와 함께 ECB는 오는 9월부터 3차 장기저리대출프로그램(TRTRO)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TLTRO는 2014년과 2016년 ECB가 시행한 경기 부양책 중 하나다. 민간에 대출을 더 많이 하는 은행에 저리로 최장 4년까지 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당초 ECB는 지난해 말 2조6000억 유로(약 3323조원)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올 여름부터는 금리 인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시행해 왔던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올해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ECB의 긴축 전환에도 제동이 걸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일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유로존 19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0%로 크게 낮췄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무역 전쟁과 자동차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1.6%에서 0.7%까지 떨어졌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전망치가 0.9%에서 -0.2%로 하향조정됐다. ECB도 이날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1%로 떨어뜨리면서 경기 둔화를 공식 인정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 경제에 대한 하방 요인이 계속되고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수세적이기 보다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올해 초부터 비둘기로 전환했다.

연준은 2015년 12월 제로금리 정책 종료를 선언한 뒤 지난해 12월까지 9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2017년부터는 4조5000억 달러에 달했던 대차대조표도 축소하며 본격적으로 긴축에 나섰다.

하지만 연준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한차례씩 미 증시가 폭락하고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서둘러 정책을 전환했다.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성명서를 대폭 수정하면서 금리 인상 중단을 공식화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도 올해 말로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준은 아직 미국 경제는 양호한 상황이지만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파급 효과가 국내에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된 '이코노믹 클럽' 오찬 대담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이날 "Fed는 유연하고 인내심을 갖고 있다"며 "경제전망이 악화될 경우 단기간에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2019.01.11.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6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미중 무역마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불투명성이 미국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미래의 (금융) 정책 변경에 대해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게 맞다"며 금리인상 유보 의사를 재확인했다.

실제로 연구기관들은 올해 유럽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에서 성장 둔화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OECD는 이번 경제전망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을 3.5%에서 3.3%로 낮췄다. 미국(2.7→2.6%), 중국(6.3→6.2%), 일본(1.0→0.8%) 등 주요국들의 성장률 전망치가 대부분 하향조정됐다.

연준은 지난 6일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현재 미국 경제가 '약간 내지는 보통 수준으로'(slight-to-moderate)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1월 베이지북에서 '완만한 내지는 보통 수준으로'(modest-to-moderate)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던 것보다 후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 내에서는 금리 경로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에서 발표한 점도표에서 2019년 2차례, 2020년 1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연준은 올해 초 금리 인상 중단을 선언했지만 아직 이 경로를 수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7일 뉴저지주 프린스턴대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국내외적 위험 요인이 커짐에 따라 경제 전망을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생산과 고용 전망의 하향조정은 금리 경로를 더 완화적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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