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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 앨버트로스의 경고

입력 2019.03.09. 04:02

하와이 북서쪽 망망대해에 3개의 작은 산호초 섬으로 이뤄진 미드웨이제도가 있다.

신천옹으로도 불리는 앨버트로스란 바닷새도 옛날부터 이 섬을 번식지 삼아 살아왔다.

섬 곳곳에서 발견된 앨버트로스 사체의 배 부위는 페트병 뚜껑, 장난감 조각, 빨대, 풍선, 폐비닐, 일회용 라이터 등 온갖 플라스틱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미국의 환경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은 2009년부터 8년간 미드웨이섬을 오가며 앨버트로스의 생태와 비극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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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섬에서 발견된 앨버트로스 사체. 재단법인 숲과나눔 제공

하와이 북서쪽 망망대해에 3개의 작은 산호초 섬으로 이뤄진 미드웨이제도가 있다. 날짜변경선에 가깝고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의 중간쯤에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미국령인 이 섬은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이 일본에 승기를 잡은 미드웨이 해전 격전지로 유명하다. 이 섬은 새들의 천국이다. 신천옹으로도 불리는 앨버트로스란 바닷새도 옛날부터 이 섬을 번식지 삼아 살아왔다. 그런 이들에게 언제부터인가 재앙이 찾아왔다. 때가 돼도 날지 못하고 뒤뚱거리다 죽어가는 새끼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사연은 끔찍했다. 이들이 죽은 원인은 어미 새가 먹여 준 먹이에 있었다. 앨버트로스는 사냥한 먹이를 뱃속에 저장해 뒀다가 게워 내 새끼들에게 먹여 기른다. 그런데 어미가 준 먹이 안에는 플라스틱 조각들도 섞여 있었다. 먹이로 착각했을 것이다. 섬 곳곳에서 발견된 앨버트로스 사체의 배 부위는 페트병 뚜껑, 장난감 조각, 빨대, 풍선, 폐비닐, 일회용 라이터 등 온갖 플라스틱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미국의 환경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은 2009년부터 8년간 미드웨이섬을 오가며 앨버트로스의 생태와 비극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가 촬영한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는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크리스 조던:아름다움 너머(Intolerable Beauty)’란 전시회에서 전시·상영되고 있다.

앨버트로스에게 닥친 재앙은 인간이 뿌렸다. 수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소비한 뒤 마구 버려 온 인간들이 주범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엄청난 쓰레기가 쏟아지고 있다. 재활용하고, 태워 없애고, 땅에 묻기도 하지만 어딘가에 버려져 지구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큰비가 오면 육지의 쓰레기들은 강물에 휩쓸려 바다로 흘러들고 소용돌이 모양의 거대한 환류(還流)를 타고 흘러다니다 바다 한가운데에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든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 북태평양에는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면적의 쓰레기 섬이 있다. 대서양에서도 거대한 쓰레기 섬이 발견됐다.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800만t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필리핀, 동남아 국가들이 주요 배출국이지만 그들만 비난할 게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자국에서 배출된 쓰레기들을 처리 비용이 저렴한 이들 국가로 팔아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 업체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6500t이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발각돼 국내로 되가져오는 망신을 당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최근 CNN은 경북 의성에 방치된 17만t 분량의 거대한 쓰레기 산을 집중 보도하며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과소비 실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은 5조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는 그곳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을 위협한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죽은 채 발견된 향유고래의 뱃속에서는 플라스틱 컵 115개와 비닐 백 25개 등이 들어 있었다.

쓰레기는 다른 생명체에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다. 소각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이 발생해 대기를 오염시킨다. 잘게 쪼개져 바닷속을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거쳐 결국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플라스틱 조각을 배에 잔뜩 담은 채 죽은 미드웨이섬의 앨버트로스들. 이들의 주검은 인간의 무절제한 소비와 무책임이 다른 생명체를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쓰레기 과잉 배출의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 인류도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이기도 하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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