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동창리에 쏠리는 시선, 신중해야 하는 이유

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2019. 3. 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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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무용론' 뒷받침 근거로 소비되지 않기를
전문가들, "갑자기 시작된 활동 아냐" 신중한 태도 주문
북미 모두 대화 동력 이어가려는 의지 밝히며 신중한 입장 견지
(사진=연합뉴스)
최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북미 간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로 마무리되자 북한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6일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토대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CSIS는 이를 두고 북한이 얼마나 빨리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어떤 조처도 조금의 주저함없이 쉽게 되돌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라는 미국의 목표에 대한 도전"이라고 정의했다.

동창리 위성사진에서 시작된 이같은 보고서와 분석은 보수진영에서 '대화 무용론'을 뒷받침하는 주장으로 재가공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당 북핵안보특위 회의를 열고 외교안보 부처 장차관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이 동창리 시설을 복구하고 있다고 한다"고 단정하며 "정부가 영변핵시설이 얼마나 있는지 알고도 개성공단·금강산 이야기를 했다면,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상관없이 또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도 이런 것을 추진한 것이고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북한의 커다란 '오판'을 뜻하기 때문이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 발사 장소로 북한은 2016년 2월 이곳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ICBM은 미국 본토까지 닿을 수 있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 직접적인 북핵위협을 증가시킨다.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 이어 동창리 논란의 충격파가 전해지면서 안보 불안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북한에게 비핵화 의지가 없고 지금까지의 대화를 다시 원점으로 돌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동창리에서의 활동은 계속 포착돼 왔고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함께 '갑자기' 시작된 활동이 아니라는 점을 든다.

CSIS뿐 아니라 북핵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역시 위성사진을 분석해 2월 16일부터 3월 2일 사이 동창리 서해 발사대 구조물 재건이 엿보인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27~28일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부터 이같은 활동이 시작됐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태다.

또 북한이 비핵화를 선포했지만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사일 기지에서 도발과 관련이 없는 일상적인 활동이 지속되고 있었다는 점을 두고는 비핵화 논의가 진행 중인 현 단계에서 비판할 여지가 크지 않다.

특히 북한이 이 시점에 미국을 도발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북한은 그간의 학습을 통해 강한 도발에는 강한 제재가 따른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제재의 고삐를 늦춰본 적이 없다.

북한 내부 경제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무엇보다 경제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 재건을 꿈꾸는 김정은 위원장의 목표를 이루려면 미국을 자극해서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북한은 또 이번 회담에 대한 타결 의지가 매우 컸고, 합의문 도출에 실패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볼 때 미리 도발을 준비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민감한 미국 역시 펄쩍 뛰기보다는 신중한 태도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관련해 "실망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사실이라면'이란 전제를 달았다. 또 미국은 즉각적인 답은 피한 채 곧장 CIA 등 정보국의 정확한 확인작업에 착수했다.

초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관련 보고서 및 보도들에 대해 판단을 하기는 이르다며 "주의깊게 이 상황을 살펴보려 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 정부의 정찰 위성이 해당 연구소들이 사용하는 민간용 위성보다 더 정확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신중함을 기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결렬에도 불구, 북한으로부터 최소한 더이상의 도발이 없을 것이란 약속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그냥 지켜볼 리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사일 발사장으로 다시 쓰기 위해 복구한다는 설과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할 당시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란 양극단의 주장으로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신중함'이다.

북미 대화의 가치를 깎아내리는데 이용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지나친 낙관론에 기대지 말고 큰 틀에서 상황을 주시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미 양측이 서로를 비판하면서도 대화의 의지는 확실하게 피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다는 미국의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 역시 미국을 비난하며 결렬의 책임을 넘기면서도, 북미 양측이 새 정상회담을 약속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며 동력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였다.

북미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끝나고 서로를 향한 강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기싸움을 벌이고는 있지만 이례적으로 대화는 계속하겠다며 상대의 양보를 바라고 있는 시점이다. 우리 정부의 중재 등 여러가지 계기로 비핵화 의제에 돌파구가 생기면 다시 협상이 시작, 훈풍을 맞이할 기회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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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warmhearted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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