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일' 본 세월호 유가족 "시기적절한 영화..힘 모아지길"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19. 3.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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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첫 극영화 '생일' 향한 우려에 4·16가족협의회 입장 밝혀
"걱정했지만 감독님이 담담하게 풀어내..제작진과 계속 소통"
"유가족 불쌍하게 보기보다는 우리의 싸움 이해해 주셨으면"
"처음엔 시기상조라고 생각..이제는 힘 모이리라는 기대"
(사진=NEW 제공)
세월호 참사를 다룬 첫 극영화 '생일'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 단체인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측이 영화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 답했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생일'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임이 알려지면서 아직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사건을 극영화로 제작한다는 우려를 샀다.

세월호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미 몇 차례 제작된 바 있지만 상업 영화 특성상 각색 과정에서 진실과 다른 왜곡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다. 전 국민적인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이기 때문에 극영화 제작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었다.

유가족인 '예은 아버지' 유경근씨가 자신의 SNS에 '아픔과 상처를 딛고 치유돼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는 소개글을 공유하면서 "저렇게 잘 이겨내고 있으니 이제 다 된 거라는 의도는 아니길"이라는 글을 남겼고, 이것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갑론을박이 더욱 거세졌다.

'생일'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가족들이 아들 '수호'의 생일날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7년 세월호 다큐멘터리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을 제작한 이종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종언 감독이 두 번씩이나 세월호 관련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 왔던 경력에 있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 감독은 희생 학생들 생일모임을 여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설거지, 사진촬영 등을 담당했었고 그곳에서 만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영화가 제작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초였다. 그로부터 약 1년간 제작진은 지속적으로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이하 4·16 가족협의회)와 소통해 영화를 제작했다. 4·16 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6일, 두 차례 시사회에서 이미 '생일'을 관람했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4·16 가족협의회 측은 이 영화가 '시기적절'한 영화라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8일 CBS노컷뉴스가 '시연 어머니' 윤경희 4·16 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서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4·16 가족협의회 유가족들 대상으로 '생일' 시사회를 했다고 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가졌던 우려와 실제로 영화를 보고난 후 그런 지점들이 해소됐는지 궁금하다.

-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모습이 혹시나 과장되거나 미화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러나 이종언 감독님이 오랫동안 '치유공간 이웃'에서 피해자들을 만나와서 그런지 매우 담담하게 실제 사례들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주셨다. 여전히 걱정되는 건 사람들에게 드러내기 싫었던 우리 모습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이해받을 수 있을지다.

▶ 제작사 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1년 간 8회 정도 직접 만나 4·16 가족협의회와 소통했고, 전화를 통해 수시로 소통했다고 한다. 영화에 있어 유가족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소통 자체는 원활했는지 궁금하다.

- 지금도 계속 소통하고 있고 영화 제작단계부터 가족협의회와 소통한 것이 맞다. 영화가 다 만들어지고 제일 먼저 유가족들과의 시사회를 준비하셨고 여기에서 지적되었던 디테일한 문제들을 다시 편집하셔서 6일에 또 한번의 시사회를 했다.

▶ '예은 아버지' 유경근 씨가 SNS에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이것이 커뮤니티에 퍼져 '생일'이 제대로 유가족 동의를 구하지 않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영화가 아니냐는 우려와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우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 문제 제기의 핵심은 '아픔과 상처를 딛고 치유돼가는 과정'이라는 영화 소개에 있었다. 잠시 위안은 될 지언정 치유가 아니다. 치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살아돌아오지 못하는데 어떻게 치유가 되는가. 심장에 커다란 상처를 안고 평생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내 자식을 기억해주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치유가 아니라 버티며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진상규명을 다 해 낼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내야만 하는 힘을 모아내는 과정이다. 진상규명이 된 후에는 미안함, 죄스러움을 조금은 덜어내고 내 자식에게 갈 수 있다.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불쌍하게만 보지 마시고, 왜 우리가 이토록 버텨내며 싸우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힘을 보태주시면 좋겠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눈을 감으면 영원히 뜨기 싫은 밤과, 눈을 뜨면 어떻게든 살아내야 할 아침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 왔고, 살아가야 한다. 내 자식에게 갈 때까지.

▶ 사실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미 몇 차례 나왔었고, 극영화의 경우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이 사건이 복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 국민을 트라우마에 빠뜨린 비극이었기에 아직 세월호 사고를 다루는 극영화가 나오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 우리도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시기상조인 이유는 아직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즉 왜 선원들만 표적 구조하고 승객들에게는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지, 세월호 급변침과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 그 책임들은 누가 져야 하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영화는 진상규명의 과정과 결과를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그런데 영화 '생일'을 보니 우리가 왜 그토록 진상규명과 아이들의 명예회복을 바라는지가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만일 관객들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 더 많은 힘이 모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영화는 시기상조가 아니라 '시기적절'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그렇게 평가받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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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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