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가 아프면 꾀병?" 화병·우울증·공황장애 시달리는 아픈 청춘들 [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입력 2019. 3. 9. 10:46 수정 2019. 3. 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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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우울감 경험률이 50대를 앞질렀습니다. 취업난과 경쟁의 심화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인데요.
 
문제는 터놓을 사람도, 의지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정신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우울감 경험률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울감 경험률이란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비율을 뜻하는데요.
 
2012년 9.3%를 시작으로 2013년 10.4%, 2015년에는 14.9%까지 올랐습니다. 2015년 들어서는 50대(13.1%)를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20대의 우울감 경험률이 50대를 넘어선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매년 집계하는 연령대별 우울증 환자 수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대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20대 우울증 환자는 7만6246명으로, 성년 중 80세 이상에 이어 두번째로 적지만 증가 폭은 가장 컸는데요. 2013년 5만여 명을 기록한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7년 49.7%(2만5000여명)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2만명 이상 불어난 연령대는 20대가 유일합니다.
 
◆20대 우울감, 50대 앞질러…취업난 심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
 
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과거 우울증 문제로 내원한 환자 중 20대 비율이 5% 정도라면, 요즘은 10명 중 3명 이상으로 늘었다"며 "이들을 상담해보면 취업이나 성적 등 경쟁에 지쳐 낮아진 자존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20대 사이에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우울증을 다룬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가벼운 우울감이 2년 이상 지속되는 증상인 기분부전장애를 직접 겪고 이 책을 저술한 작가는 "주요 독자층은 나와 같은 연령대인 20대"라며 "메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 등을 통해 공감을 표현하는 이들도 20대가 가장 많다"고 말했습니다.
 
2030대가 느끼는 우울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취업난'입니다.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조사를 보면, 4년제 대졸 취업준비생 7명 중 1명은 취업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업준비생 절반(40%) 가량은 우울증을 겪었다고 답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청년물가상승률과 청년체감실업률을 더한 지표인 '청년경제고통지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청년경제고통지수는 2016년 22.3%에서 2017년 24.9%로 2.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연구원은 높아진 청년실업률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설령 취업에 성공했어도 사회초년생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당한 현실입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장인 15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인 73.3%(1105명)가 '최근 1년 간 직장생활에서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적대적·위협적·모욕적인 업무환경이 조성되었음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괴롭힘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경험했다고 응답한 직장인이 46.5%(513명)로 절반에 가까웠는데요. 주 1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25.2%(278명)로 4명 중 1명꼴이었고, 거의 매일 경험했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12%(132명)나 됐습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한 직장인 가운데 20대 응답률이 75.7%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30대가 70.9%로 뒤를 이었습니다.
 
◆취업해도 사회초년생 '직장 갑질' 등 고달픔 여전
 
정신건강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20대 환자가 1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 지난해 2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환자 10명 중 3명은 우울증이었는데, 지난해 불안장애와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5년 사이 35~48% 급증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신건강 질환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176만5000명으로, 2016년 166만7000명보다 5.9% 증가했는데요.
 
특히 연령별 증감률을 보면 20~29세 환자가 2016년 17만2000명에서 지난해 19만6000명으로, 가장 큰 폭(13.5%)으로 증가했습니다.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당뇨를 비롯 화병, 공황장애 환자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청년층에서 높아지는 등 청년세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학업과 취업난, 아르바이트 등으로 스트레스를 겪는 고단한 청년세대 자화상이 신체건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대 당뇨 환자 수는 2013년 1만7359명에서 2014년 1만8390명, 2015년 1만9780명, 2016년 2만1927명, 2017년 2만4106명 등으로 5년간 38.9% 증가했습니다.
 
당뇨가 대표적인 노인질환이라는 인식을 깨고 20대가 연령대별 최고 증가율을 보인 것인데요. 당뇨 질환의 연령대별 평균 증가율은 23.4%였습니다.
 
20대 화병 환자 수는 2013년 709명, 2014년 772명, 2015년 843명, 2016년 1225명, 2017년 1449명으로 5년간 배 이상으로 늘었는데요.
 
전반적으로 화병 환자 감소추세임에도 유독 20대와 10대 증가율은 100%를 넘어서 20대 청년과 10대 청소년이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20대 공황장애 환자 수도 2013년 7913명, 2014년 8434명, 2015년 9964명, 2016년 1만2762명, 2017년 1만6041명 등으로 5년간 두 배로 늘었습니다.
 
청년층의 자살사망률도 높았는데요.
 
통계청의 2015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20대(20∼29세)와 30대(30∼39세)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었습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는 20대가 16.4명(43.8%), 30대는 24.6명(35.8%)에 달했습니다.
 
◆2030대 사망원인 1위 '자살'…청년층 "내 맘 누가 알아주나요?"
 
더 큰 문제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중 '우울할 때 사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1명도 없다'고 답한 이는 2016년 기준으로 8.2%였습니다. 2013년 3.3%, 2014년 6.2%, 2015년 8.4%로 매년 증가하다가 이듬해 소폭 감소했는데요.
 
자신들의 고충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현 정부에 대한 20대 분노도 치솟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20대의 국정지지율이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는데요. 문재인정부 핵심 지지층이었던 2030대 한 축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놓고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 부족'을 20대 지지율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고 있는데요.
 
20대는 '공정성'을 외치고 있는데도 기성세대는 '교육 탓' '일자리 탓'으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이 20대를 마치 '세상 물정도 제대로 모르는 어린 아이'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정치권의 이런 모습에 20대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20대 남성의 불만이 여성의 '집단이기주의' '페미니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한 전문가는 "먹고살기 힘들고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을 때 만만해 보이는 소수자 집단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혐오의 사회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20대의 낮은 지지율 논란과 관련해 "젊은층은 그 어느 세대보다도 교육을 잘 받은 세대이며, 오히려 정치가 엉뚱한 처방만 내놓고 있다"고 진단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민 의원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오늘의 20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도 교육을 잘 받은 세대"라며 "정치인으로서 그들의 외침에 제대로 호응하지 못하고 있어 민망하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20대 청년들이 기득권의 장벽에 막혀 경제적, 사회적 지위 상승의 사다리를 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민 의원은 "(젊은이들이) 기회의 균등과 공정의 원칙을 믿고 사회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것을 보장받지 못하고 꿈과 희망을 잃고 있다"면서 "정치가 답해야 하는데 정치는 그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엉뚱한 처방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 의원의 말처럼 20대의 눈으로 진단해 20대의 고민을 풀어내야 할 때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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