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용창출" vs "사회주의"..美정치판 흔드는 '그린 뉴딜' [세계는 지금]

국기연 2019. 3. 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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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선전 최대 쟁점 부상 / 기후변화·소득불균형 문제 적극 대처 / 녹색산업 지원통한 일자리 창출 추진 / 민주 초선 의원 코르테스 전도사 나서 / 향후 10년 이내 100% 청정 에너지화 / 화석연료 전면적 사용중단 파격 내용
미국 정치권에서 GND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의 머리글자를 딴 약칭이다. 그린 뉴딜 정책은 1930년대에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 극복을 위해 추진한, 공공사업 일자리 창출 등을 골자로 한 뉴딜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린 뉴딜은 기후변화와 소득 불균형 문제에 대처하는 녹색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및 시장 창출 계획이다. 그린 뉴딜의 전도사는 AOC이다. 미국 정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무서운 신예’ 29세 여성 초선 민주당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가 FDR처럼 AOC로 불린다. 민주당은 이미 그린 뉴딜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이를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매도한다. 오는 2020년 대선전에서 그린 뉴딜은 최대 선거 쟁점 중의 하나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발표하고 있다.
◆그린 뉴딜의 반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정부 당시에 미국이 가입한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전사로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 당선 기록을 세운 코르테스 의원이 등장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잔 다르크처럼 나타나 미국 정치권에서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지난 2월 7일 에드 마키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과 함께 미 의회에 ‘그린 뉴딜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 결의안은 미국이 10개년 계획을 세워 향후 10년 이내에 전력수요의 100%를 청정 및 재생 에너지원으로 충당하고,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전면 중단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의 전력선망 디지털화, 모든 빌딩의 에너지 절약 시스템 도입, 전기차와 고속철도 도입 등을 통해 미국의 교통체계를 완전히 재편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이 결의안에 포함됐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그린 뉴딜 결의안은 또 인류가 오는 2030년 또는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야심 찬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이 이런 혁명적인 변화의 선두주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청정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대거 창출함으로써 소득 불균형 문제에 대처하는 계획이 이 결의안에 들어있다. 미국에서 잘사는 백인과 못사는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간 소득 불균형 문제 대처 방안도 그린 뉴딜에 담겠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이다. 정부가 화석연료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청정·재생 에너지 분야로 전직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결의안에 들어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미 의회에서 결의안이 통과해도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지만 그린 뉴딜은 미국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의 지도부와 주요 차기 대선 주자들이 그린 뉴딜을 지지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우파 포퓰리즘에 대항하면서 이념적으로 좌파 색채가 진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화당은 그린 뉴딜을 대표적인 사회주의 국가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공화당은 그린 뉴딜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질수록 민주당의 좌파 노선이 부각돼 정치적으로 손해 볼 게 없다고 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그린 뉴딜 결의안을 놓고 미 의정 단상에서 토론하자고 역공세를 펴고 있다.
미 보수 진영의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진영의 반격

그린 뉴딜 논란을 가장 즐기고 있는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그린 뉴딜 구상을 실컷 조롱했다. 트럼프는 “그린 뉴딜을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데 잘해 보라고 하라”면서 “그렇게 하면 비행기도 사라지고, 에너지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전기가 없는 암흑 세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오늘 마침 바람이 불고 있어 텔레비전을 볼 수는 있겠다”고 힐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전에도 “그린 뉴딜을 시행하면 모든 소가 사라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목축업이 탄소가스 배출 업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비행기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도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린 뉴딜 정책에 담겨 있는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겠다’는 대목을 물고 늘어졌다. 이방카는 “일의 종류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임금 하한선을 정해 놓자는 주장이 결코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정부가 일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도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이를 철회한 바 있다.
공화당의 톰 코턴 상원의원(아칸소)은 “정부가 국민의 자동차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했고, 존 바라소 상원의원(와이오밍)은 “소 등 가축 사용 금지 조치로 아이스크림, 치즈버거, 밀크셰이크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린 뉴딜 정책을 시행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공화당은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 정책이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부유층에 소득세에 세율 70%를 적용하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그린 뉴딜로 경제 시스템을 전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기 때문에 그 비용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 뉴딜을 시행하는 데 100조달러의 예산이 들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당 측은 100조달러가 든다 해도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보다 적은 액수라고 반박했다. 그린 뉴딜은 아이디어일 뿐 아직 세부 계획이 있는 구체적인 정책은 아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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