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비례대표 폐지'로 맞불..여론 앞세워 의원축소 제시
자체 개혁안 내놓았지만 '연동형 비례' 야3당과 정면배치..충돌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김연정 기자 = 자유한국당이 10일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절차) 추진에 맞서 '비례대표 폐지'를 들고 나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를 통한 의원정수 증가는 국민의 여론에 반한다는 판단에 따라 비례대표 폐지를 통한 의원정수 축소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는 연동형 비례제 전면 도입을 요구해 온 바른미래당 등 야3당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안이어서 앞으로 국회 차원의 선거제 논의 과정에서 극심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당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었다.
10일은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한국당 선거제 개혁안 제출 시한으로 통보한 날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4당은 이날까지 한국당이 자체 안을 내놓지 않으면 선거제 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겠다며 압박해 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현재 대통령제하에서는 오히려 의원정수를 10% 줄여서 270석으로 하자는 게 한국당의 안"이라며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는 의원으로 의원정수를 270석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의원정수를 10% 줄이고 비례대표를 폐지하게 되면 지역구 의원을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의 전횡을 전혀 견제할 수 없는 제도"라며 "개헌과 선거제 논의는 동시에 해야 한다.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분권형 대통령제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도 했다.
석패율제에 대해서는 "전부 도입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고 말했고 "여성 공직후보자 30% 강행규정 관련 여야 원내대표 2명에게 동의를 받았고, 안을 내려고 한다. 30%를 추진하지 않으면 국고 보조금을 삭감하는 식으로 연동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안으로 구체적인 비례대표 폐지를 통한 의원정수 축소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당의 자체적인 입장을 제시하라는 압박 속에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자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한 셈이다.
나 원내대표 제안대로 의원정수 270석을 맞추려면 비례대표 47석을 모두 없애고, 대신 지역구 17석을 늘려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300석이고, 이 가운데 지역구는 253석, 비례대표는 47석이다.
특히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날 한국당이 역으로 비례대표제 폐지까지 들고 나오면서 당시 합의문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다만 나 원내대표가 제시한 개혁안이 다소 극단적으로 비칠 수 있어 실제로 관철을 위한 개혁안이라기 보다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한 '맞불' 성격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단 '패스트트랙'에 오르면 330일 이내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신속처리안건 지정은 피하고 보자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제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개혁안을 공식화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난항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정유섭 의원은 "대통령제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가 없고,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국가 중에서도 영국·캐나다·호주는 비례대표가 없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 유지 또는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하면 의원정수 대비 10%를 감축하고 미국·영국·프랑스 등 정치 선진국처럼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대신 국민이 직접 뽑는 지역구 의원 증원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나치즘의 일당 독재를 겪은 독일이 권력분산을 위해 의원내각제를 선택하며 도입한 독특한 역사적 산물"이라며 "왜 우리가 세계 최초로 대통령제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갖다 붙이는 실험을 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최교일 의원은 "이탈리아는 상원의원 수를 315명에서 100명으로 감축했고, 대만은 국회의원 정수를 50% 감축했다. 프랑스에서도 의원 수를 30% 감축한 개혁안이 나왔다"며 "올해 7일 국회가 개회했다. 이렇게 노는 날이 많은데 의원 수를 10∼20% 줄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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