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다가온 北 기자.."찍어가믄 보도하나요?"

이기주 2019. 3.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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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달 말 베트남에는 북미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전 세계의 내외신 기자들이 모여들었죠.

저희 MBC도 많은 취재진이 현장에 갔고, 특히 지금 보도할 이기주 기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을 떠나던 마지막 날까지 취재를했는데요.

그날 북측 기자들과 깜짝 조우하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기자가 스마트폰에 담아온 당시 상황, 함께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김정은 위원장의 귀국장면을 담기 위해 베트남 동당을 찾은 수십명의 내외신 기자들.

저도 그런 기자들 중 한명이었는데요.

새벽부터 비를 맞으며 김 위원장이 잘 보이는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도착 30분 전, 선발대로 먼저 온 북한 기자들 중 1명이 갑자기 남한 기자들 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제 주변으로 말이죠.

놀라움도 잠시,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그에게 재빨리 제 옆자리를 내줬습니다.

[북한 기자] (이쪽으로 와서 찍으실래요?) "아 일없갔습니까?" (괜찮습니다. 고생하시네요.) "고생이야 뭐 다 하시는데 뭐."

기다림에 지쳐가다 뜻밖에 만나게 된 북한 기자.

다짜고짜 '대체 김 위원장은 언제 오는거냐'며 불만섞인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북한 기자] ((위원장님) 얼마나 있다 오십니까?) "속도 좀 내고 왔으니까 선두가 지금… 그니까 이제 고조(그저) 한 10분 정도 15분 정도 고조 걸릴겁니다."

그런데 그의 눈엔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남한 기자들이 조금 신기하게 보였나 봅니다.

[북한 기자] "그거(스마트폰) 사진 찍어서 가져가믄 보도하나요? 친구들한테 보여준다든가 이르케(이렇게)…"

그러다 앞에 있는 베트남 기자가 거슬리는지, 안절부절하면서 뭐라고 말을 건네는데요.

[북한 기자] "와이두(와이드)잖아. 와이두. 응? 와이두로 (촬영)하니까네…"

급기야 손짓 몸짓까지 동원됩니다.

'당신의 머리가 카메라를 가리니 비켜달라'는 뜻인거 같은데요, 손동작이 그럴싸 했는지 결국 대화 성공.

곧바로 양말투혼을 발휘하며 촬영 모드에 돌입한 북한 기자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봤습니다.

[북한 기자] (노동신문 소속이신거죠?) "아니 중앙통신입니다." (조선중앙통신?) "예예."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이 뭐 성함까지 이름까지…"

이때 북한 동료기자가 한명 더 남한 기자들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북한 기자] "겨우 자리 하나 땄다니까는…" (군악단 뒤에서 한 번 찍었으면 좋겠는데…) "두줄인가 나온단 말입니다. 저기 (군악대가) 삐쭉나가서 사선으로 일케(이렇게) 섰으니까…"

대화 도중 자신을 찍는 제가 신경쓰였는지,

[북한 기자] "뭘 자꾸 찍어요?"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여기 정신없이 찍네. 어지러워 자꾸 찍으면 허허."

멋쩍게 웃고 마는데요.

이렇게 더운 날씨엔 옷을 조금 편하게 입으면 안되는지 물었습니다.

[북한 기자] (위원장님 행사라서 양복을 입으신거죠?) "멋있는 행사 아니고 일반 행사도 지금 말 안해도 이젠 다 기리케(그렇게) 하게… 일반행사도 다 하게(양복입게) 돼 있습니다."

그럼 이 분들 그동안 식사는 어떻게 했을까요?

[북한 기자] (베트남 쌀국수는 많이 드셨어요? 오셔서…) "하하 아이… 뭐 먹는거까지 물어보는데 이거…" (뭐 드셨어요? 그 안에서…) "한번 먹어봤습니다." (한번 드셔보셨어요?) "네." (분짜는요?) "네? (분짜.) "분짜?… 분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정이 거의 끝날 때쯤이어서일까요.

열흘 넘는 강행군에 많이 힘들었는지 이 분들도 피곤한 티가 역력했습니다.

[북한 기자] "에혀…" (힘드세요? 힘드시죠?) "눈으로 찍는게 아니고 발로 찍지 않습니까. 사진이야…"

그러던 중 다시 시작된 바디랭귀지.

반대편에 있는 동료에게, 잠시 후 위원장의 전용차가 등장하면 알려달라는거 같은데요.

[북한 기자] "하하. 아니."

동료가 못알아들었는지 바디랭귀지 수준은 점점 업그레이드됩니다.

결국엔 차 모양까지 그리면서, 꽤나 구체적이죠?

드디어 오케이 사인.

이제야 동료가 이해했나 봅니다.

[북한 기자] "오면 손짓 좀 해달라는건데 허허."

김정은 위원장을 밀착수행한 이 분들에게 회담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는데요.

[북한 기자] (성과가 없어서 좀 허탈하시겠어요? 다 고생했는데…) "우리야 무슨 뭐 거기에 대해서 뭐 잘 모르죠 뭐…" (잘 모르지 않으신거 같은데?) "하하."

끝까지 말을 아끼더라고요.

김 위원장이 떠나고 이제 긴장이 좀 풀린걸까요. 삼삼오오 기념사진을 찍는 방탄경호원들과 북한 기자들.

제 옆에 계셨던 사진 기자님, MBC 사다리 빌려쓰신 영상 기자님 반가웠습니다.

서울 답방때 꼭 다시 봅시다.

MBC뉴스 이기주입니다.

이기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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