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세계문화유산' 종묘 담장에 일왕 연호..86년째 방치

유동엽 입력 2019. 3. 10. 21:27 수정 2019. 3. 1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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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선시대 왕이 제사를 지내던 곳, 바로 종묘입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죠.

그런데, 종묘 담장 곳곳에 일본 왕의 연호가 새겨져 있는 사실이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일제가 남긴 흔적인데, 문화재청은 이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K, 유동엽 기자입니다.

[리포트]

종묘, 조선 역대 왕들의 신위를 모신 곳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목조 건물인 정전은 왕이 직접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궁궐보다 더 신성한 공간이었습니다.

종묘로 들어가는 정문 바로 옆, 담장 아래 한자로 새겨진 문구가 보입니다.

'소화 8년 3월 개축'.

일제 강점기인 1933년 3월에 담장을 수리했다는 뜻으로, '소화'는 일본어로 '쇼와' 당시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입니다.

똑같은 문구를 담장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확인해 우리 시민단체에 알려준 사람은 최근 한국을 찾은 일본인이었습니다.

[백승호/'우리문화숨결' 궁궐길라잡이 : "제가 직접 찾은 게 아니고 일본 분의 말씀을 듣고 알게 돼서, 등잔 밑이 어두웠고 부끄러웠습니다."]

담장을 따라 난 순라길을 돌며 이런 문구가 몇 개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종묘 순라길 2.5km 구간을 둘러본 결과, 일본식 연호가 새겨진 기단석은 눈으로 확인된 것만 모두 9개였습니다.

담장 아랫부분이 흙으로 덮인 곳이 많아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화재청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보다도 적은 7개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을 비하하거나 일제를 찬양하는 내용이 아닌 단순한 수리 기록이어서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종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조선 왕실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일제 잔재를 아무 조치 없이 내버려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순민/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 : "종묘 담장을 일제 강점기에 일본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관리했나 하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정보를 안내판을 통해서라든지..."]

담장 너머로 종묘 정전이 바라다보이는 그 자리에 일본 왕의 연호를 새긴 돌이 놓인 지 86년째.

문화재청은, KBS 취재 이후 실태 조사와 안내문 설치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장K 유동엽입니다.

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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