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임병도 2019. 3. 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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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총사퇴 불사' 이어 '의원수 축소-비례 폐지'까지 꺼낸 한국당.. 국민소환제 있었다면

[오마이뉴스 글:임병도, 편집:김지현]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거듭 경고한다. 선거제 패스트트랙 태우면 자유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태우겠다는 것은 대통령 독재국가를 시도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을 패싱하고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거래하는 사상 초유의 선거법 쿠데타를 강행하고 나섰다"라고 말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원직 총사퇴'를 말하게 된 배경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여야 4당은 3월 10일까지 선거제 개편안 관련 당론을 정리해달라고 수차례 한국당에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아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해 상태입니다. 국회가 이런 상황이니 여야 4당은 내년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선거제 개혁안이 적용되려면 상임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결국, 나경원 원내대표의 '총사퇴 카드'는 자신들이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국회가 해산될까요?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사직서만 제출하면 의원직을 그만둘 수 있을까?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본회의 표결이나 의장 허가로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 임병도
 
국회의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곧바로 처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회의 의결을 통하거나(개회시) 국회의장이 허가(폐회시)를 해야 합니다.

한국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하려면 먼저 전원이 사직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후에 국회 본회의에 사직 여부에 대한 안건을 상정합니다.

국회의원 사직은 일반 안건이라 출석 의원들의 표결에서 과반만 넘기면 의원직을 그만둘 수 있습니다. 재적 의원 과반의 출석이 필요하지만, 사직서를 제출한 의원도 표결에 참석할 수 있으니, 진짜 사직할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표결까지 가는 부분이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진심으로 그만둘 생각이 있다면 사직서만 빨리 제출하면 됩니다. 지금은 국회가 열리는 기간이라 본회의 의결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한국당 의원이 전원 사퇴하면 국회가 해산된다?
 
<헌법>
제3장 국회
제41조 ①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②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
③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1조를 보면 "국회의원의 수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조항 때문에 한국당 의원이 총사퇴를 하면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상관없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국회의원의 수를 정해놨을 뿐, 국회 해산에 대한 조항은 없습니다. 물론 과거 헌법에서는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7년 제9차 개헌을 하면서 대통령의 의회해산권을 명시한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국회가 해산한 사례>
① 1960년 4.19 혁명 이후 국회가 자진해서 해산을 의결
② 1961년 박정희 5.16 군사쿠데타
③ 1972년 박정희 10월 유신 친위 쿠데타
④ 1979년 전두환 12.12 군사쿠데타

국회의원 몇 명이 유지되지 않으면 국회를 해산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원 사퇴를 해도 국회는 유지됩니다.

재보궐 선거? 내년 4월에 총선을 치르면 된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이 임기 중에 사직, 의원직 박탈, 사망 등으로 자리가 비워지면 보궐 선거를 치릅니다. 만약 3월 중에 한국당 의원들이 전원 사퇴하면 2019년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될까요? 아닙니다.

3월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퇴한다고 가정해도 오는 4월 3일 치러지는 보궐 선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올해 안에 보궐 선거를 또 할 수는 없습니다. 보궐선거는 연 1회만 하게 돼 이도록 2015년에 선거법이 개정됐기 때문입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은 2020년 4월 15일이다.
ⓒ 임병도
 
그럼 2020년에 보궐선거를 치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보궐선거를 따로 하지 않고, 선거일에 합니다. 또한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을 경우에는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습니다. 

내년(2020년)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20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일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이 선거일이니 2020년 4월 15일에 그냥 선거를 하면 됩니다.

결론은 자유한국당 전원이 사퇴해도 별다른 선거 없이, 내년 총선에서 새로 국회의원을 뽑으면 됩니다.

민주당에 유리한 한국당 총사퇴
 
 20대 국회 의석수 현황
ⓒ 임병도
 
20대 국회 의석수 현황을 살펴보면, 민주당이 129석, 자유한국당이 113석입니다. 바른미래당(29석),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 (5석), 민중당(1석), 대한애국당(1석), 무소속(7석)을 합치면 57석입니다.

만약 한국당 의원이 모두 사퇴하면 298석이 185석이 됩니다. 그중 민주당이 128석이니, 민주당 만으로도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한국당 의원 총사퇴는 수치상으로만 보면 민주당에게 아주 유리하다는 뜻도 됩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데도 한국당이 총사퇴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 뿐인 협박으로 보입니다.

국회의원직 박탈하는 주민소환제가 있었다면 
 
 3월 7일 오전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리는 황교안 당 대표 주재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
ⓒ 자유한국당
  
지난 10일, 한국당은 '의원정수를 10% 줄여 27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폐지하자'는 당론을 내놨습니다. 이럴 경우, 현재 253석인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수는 되레 17석 늘어납니다.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시민단체와 국민의 여론과는 정반대로 가는 겁니다. 이 안이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시대적 흐름을 무시하고 역행하는 방안'이라는 혹평이 나왔습니다.

한국당은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여야 4당이 한국당 당론을 묻기 전에 이미 개혁안을 내놨을 겁니다.

지금 한국당이 의원 총사퇴를 말하는 것은 국회의원끼리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여 정치 혐오를 유발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싸우면서 시간을 질질 끌다가 흐지부지 기존 선거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는 전략입니다.

국회의원이 선거제도에 대한 개혁 의지도 없고, 책무를 다하지 못할 바에는 사직서를 내고 국회를 떠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만약, 국민이 직접 의원들을 소환해서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있었다면, 한국당 의원들의 총사퇴라는 '가짜 협박'을 듣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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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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