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밀려 줄폐업..미국 소매업이 흔들린다

조진형 입력 2019. 3.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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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 매장 확대하는 아마존에 밀려
"두 달간 4800곳 폐업..지난해 전체에 근접"
월마트·크로거도 온라인 확대 안간힘
지난달 미국 시민들이 뉴욕의 아마존 서점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선 ‘어디서 저렴한 물건을 구입할까’를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손쉽게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거나, 수백여 곳의 아마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을 평정한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경쟁에서 밀린 미국 소매업 매장이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달 유명 신발유통업체 페이리스 슈소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업체는 1980~90년 ‘원 플러스 원(1+1)’ 판매 전략을 도입해, 크게 매출을 올린 바 있다. 당시엔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다른 한 켤레를 더 주는 영업 전략이 상당히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저가 신발 판매에 나선 아마존과 경쟁에서 밀린 페이리스 슈소스는 최근 매출이 크게 줄었다. 결국 이 업체는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 위치한 2100여 개 점포의 폐점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1월 파산 신청을 했던 아동복 브랜드 짐보리 역시 올해 805개 점포의 폐점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파산 보호 신청이다. 당시 짐보리는 400여 개 점포를 폐업한 바 있다.

소매업체의 줄폐업은 브랜드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자전거 업체 퍼포먼스 바이시클은 102곳, 의류업체 샬롯 룻세는 94곳,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53개 매장을 올해 폐점할 계획이다.

‘미국 백화점의 상징’으로 꼽히는 시어스도 지난 2017년 150개 매장을 폐업한 데 이어, 최근 70여 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이런 기록적인 소매업체 폐업 분위기와 관련해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소매업의 종말”이라고 비유했다.

미국의 백화점인 시어스의 한적한 풍경. [AP=연합뉴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간 폐업했거나, 폐업 계획을 밝힌 미국의 소매업 점포는 약 4800곳에 이른다. 단 두 달(1~2월) 만에 지난해 총 소매업체 폐업 숫자(5400여 곳)에 근접하는 것이다.

데보라 웨인스리그 코어사이트 리서치 창립자는 “올해 폐업을 앞둔 미 소매업체 매장은 총 1만2000곳에 이른다. 반면 새로 개장할 매장은 약 2260곳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매업계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미국 재취업 지원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미 소매업계에서 약 61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올해만 소매업계 일자리 약 4만1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두 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추정했다.

미국 뉴저지의 한 가구 판매업체가 손님이 없어 한적하다. [AP=연합뉴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 최대 쇼핑가’로 꼽히는 뉴욕의 상가 공실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년간 뉴욕 타임스퀘어 등 지역 상가 공실률이 2배 이상 올라 현재 20%에 달한다”고 전했다.

소매업체가 떠난 자리엔 아마존 매장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마존이 미 전역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크게 세 가지다. 자사 웹사이트에서 4점 이상(5점 만점)의 평가를 받은 상품을 취급하는 ‘아마존 4스타 매장’, 자사 정보기술(IT)제품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 그리고 ‘아마존 북스(서점)’다.

WSJ는 “아마존은 오프라인 시장 진출의 실험 성격이었던 팝업 스토어 87곳을 내달 말까지 모두 폐쇄하고, 대신 아마존 북스와 아마존 4스타 점포를 늘릴 계획”이라며 “무인 매장인 ‘아마존 고’ 역시 오는 2021년까지 약 3000곳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식품 판매업체 크로거 역시 아마존과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온라인 쇼핑 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아마존의 적극적인 소매업 확장이 중소형 소매업체의 폐업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FT는 “전국 대·소형 소매업체가 살아남는 방법은 온라인 유통 트렌드에 하루빨리 적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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