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걸어 잠근 기업들.. 기업예금 잔액 400조 '훌쩍'

남정훈 2019. 3. 12. 19:5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업은 인적 자원 양성이나 생산 설비 확충, 다양한 연구 등에 많은 투자를 해야 보다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기업이 투자보다 자본을 쌓아두는 데만 집중하면 일자리 확충이 둔화되고 국가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기업예금 증가율이 가계 증가율보다 3.7%포인트 높은 셈이다.

기업예금 증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 수익은 늘어나는데 그 수익을 재투자나 배당에 쓰기보다 그대로 쌓아놓는 탓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투자보다 저축'.. 작년, 6.8% 증가.. 가계의 2배 / 글로벌 경기악화·불확실성 커져 / 번돈 은행에 넣거나 자사주 매입 / "신성장 산업 육성 투자 유도해야"
기업은 인적 자원 양성이나 생산 설비 확충, 다양한 연구 등에 많은 투자를 해야 보다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기업이 투자보다 자본을 쌓아두는 데만 집중하면 일자리 확충이 둔화되고 국가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투자가 아닌 예금에 더 골몰하는 모양새다. 기업의 예금증가율이 가계보다 갑절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기업예금 잔액은 425조8778억원으로 2017년 말에 비해 6.8% 증가했다. 기업예금이 400조원을 넘은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반면 가계 은행예금 잔액은 3.1% 증가한 618조4422억원이었다. 기업예금 증가율이 가계 증가율보다 3.7%포인트 높은 셈이다.

국가경제에서 가계가 저축의 주체다. 금융기관들이 가계 저축으로 쌓은 자금을 투자 주체인 기업에 대출해 준다. 기업은 이 돈으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상품을 개발해 수익을 내 은행에 자금을 갚는 게 국가경제의 기본틀이다. 최근 국내에선 이런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기업예금 증가율이 가계를 앞지른 건 2015년부터다. 기업예금 증가율은 2014년 3.4%에서 2015년 8.3%로 뛰었다. 같은 기간 가계 예금 증가율은 5.7%에서 5.4%로 소폭 떨어져 가계·기업 예금 증가율 간 역전현상이 생겼다. 2016년에는 기업예금 증가율이 10.2%로 확대한 반면 가계 증가율은 3.8%로 하락하며 폭이 커졌다. 2017년 들어 기업(4.0%)·가계(3.3%) 예금 증가율 격차가 0.7%포인트로 좁혀지는 듯했으나 지난해 재차 벌어졌다.

2000년대까지 기업예금의 추이를 확대해 살펴보면 그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 은행예금 가운데 기업 비중은 2000년 26.0%에서 지난해에는 30.5%로 올라섰다. 반면 가계 비중은 59.8%에서 44.3%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가운데 기업 비중은 2000년 14.2%에서 가장 최근 자료인 2017년 20.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 몫은 62.9%에서 56.0%로 떨어졌다.

기업예금 증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 수익은 늘어나는데 그 수익을 재투자나 배당에 쓰기보다 그대로 쌓아놓는 탓이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투자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면서 기업들이 안전하게 은행에 예금하거나 자사주식을 매입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소득 중에서 기업 비중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의 경우 대출까지 받아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자산을 묶어 두고 있다 보니 기업예금 증가율에 비해 가계예금 증가율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기업저축이 늘어나는 것은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경향 탓도 있지만, 마땅히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측면도 있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면서 “신성장 산업 육성 등 새로운 산업 정책이나 투자 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