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학부모 똥줄 타게 해야 승리" 그들은 엄마들을 '이용'만 했다

송진식 기자 입력 2019.03.13. 06:00 수정 2019.03.13. 07: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ㆍ한유총에게 학부모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017년 사립유치원 휴원 선언 사태, 2018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이달 초 사립유치원 개학연기 사태 등 주요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학부모를 이용하거나 동원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유총 회원들은 “우리가 살려면 학부모를 이용해야 한다” “학부모가 ‘똥줄’ 타게 해야 승리한다” 등 막말도 서슴지 않으며 학부모를 ‘방패막이’로 삼으려 했다. 한유총에 학부모란 자신들 이익을 지키기 위한 포로에 불과했다.

■ 학부모는 이용 대상일 뿐

2017년 ‘유치원 집단 휴원·철회’ 때부터 강성파 목소리 넘쳐 “학부모를 교육시켜 우리 편 만들어야” 18개월간 계속 쏟아내

12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한유총의 단체대화방인 이른바 ‘3000톡’의 대화 내역을 보면 ‘학부모’가 대화에 나올 때 가장 많이 함께 거론된 단어는 ‘이용’이었다. 이를 위해 학부모들을 계속 ‘교육’시켜 한유총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화가 최근 18개월간 꾸준히 등장한다.

2017년 9월은 한유총이 사립유치원 집단휴원을 선언했다가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고 철회한 시기였다. 한유총 내부는 휴원 철회에 불만인 강성파들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특히 정부가 유치원에 주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직접 주도록(바우처 제도) 하자는 게 한유총의 핵심 주장이었다. 3000톡에는 “학부모에 지원금이 가도록 하면 유치원은 정부 감사나 개입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대화가 많았다.

당시 정부는 지원금을 직접 지급할 경우 아이의 유치원비 외 다른 용도로 쓰일 우려 등을 감안해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한유총에서 꺼내든 것이 학부모를 이용하는 방안이다. “아이 걸음마 가르치듯 학부모 교육을 통해 스스로 권리(바우처)를 찾도록 해야 한다”(9월17일), “전국적 부모교육에 캠페인하고 거짓말한 교육부에 ‘엄마들이 뿔났다’로 모두 일어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 꼭 해야 된다. 정부 지원금을 바우처로 돌리도록 하는 내용을 부모에게 청원시키자”(9월18일) 등의 제안이 쏟아졌다.

같은 해 12월 어린이집 무상교육 문제가 화제가 됐을 때도, 지난해 1월 학교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립유치원이 살려면 학부모로 하여금 청원을 넣도록 해야 한다” “사립교사와 학부모를 다 동원해야 한다”는 대화가 다수 올라왔다.

교육감 선거 땐 “원장님들, 엄마들 모아 지지선언 빨리하라”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시·도교육감 선거 과정에서도 3000톡에서는 “한유총을 옹호하는 교육감을 뽑아야 한다”는 대화와 함께 어김없이 학부모가 등장했다. 한 회원은 “○○도 원장님들은 엄마들 모아서 지지선언 빨리하라. 신문에 나면 영향력 있다”고 요구했다. 특정 후보의 공약이나 관련 뉴스를 들며 “학부모 카페 등에 올려 알려야 한다”는 대화도 등장했다.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터진 지난해 11월에는 한 회원이 3000톡에 “학부모 연대를 만들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자. 지역별로 모집해서 변호사는 우리(한유총)가 선임해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좋은 아이디어다” “변호사 선임과 문구 작성은 어떻게 하나” 등 호응이 이어졌다.

■ “학부모가 똥줄 타게 해야”

집단휴원이나 폐원 등을 통해 학부모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도 ‘단골 메뉴’였다. 학부모들의 불편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11월 사립유치원들이 비리 문제로 코너에 몰리자 한 회원은 “학부모가 움직이게 하는 것은 휴업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12월에는 집단폐원 예고로 학부모들의 ‘분노’가 정부를 향하게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12월27일 한 회원은 “학부모들 동요시키는 건 폐원 선언이 가장 쉽다. 전국이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또 다른 회원은 “학부모가 똥줄 타게 해야 한다. 휴원은 바로 역풍 맞고 쓰러진다. 폐원 예고를 해 두 달 정도 학부모들에게 시간을 주면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호응했다.

올 2월에는 한유총이 학부모들을 통해 유치원 바우처 동의 서명을 받은 뒤 정부에 전달하려 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3000톡 내용을 보면 2월 중순경 한유총은 ‘학부모 편지’라는 이름의 ‘유아학비 직접지원 동의서’를 만들어 3000톡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배포했다.

최근엔 “몇 달 전 폐원 예고하면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날 것”

최근 개학연기 사태 당시에도 학부모를 이용하자는 제안이 등장했다. 한유총이 개학연기를 선언한 당일인 2월28일 한 회원은 “학부모님들이 교육부로 항의할 수 있도록 교육부 또는 각 지역 유아교육과 전화번호를 안내하자”고 제안했다. 곧바로 3000톡에는 교육부 담당 과장과 직원들의 사무실 전화번호 등이 올라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이 시각 추천뉴스

    실시간 주요이슈

    2019.10.17. 11:35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