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진 北 '제재회피'..유엔 "허점 있지만 김정은 궁지에 몰렸다"
북한이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해상 환적 방식으로 원유수입·석탄수출을 하거나 수중송유관을 활용하는 등 교묘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12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대북제재위가 이날 공개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가장 많이 사용한 대북제재 무력화 방법은 해상환적이다. 북한 선박이 다른 국적의 선박인 것처럼 식별되도록 위장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보내 해상 환적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남포항’은 금수품목 수입·수출의 허브 기능을 했다. 보고서는 “남포항에서 불법 환적된 유류의 수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며 “석유제품과 석탄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ship-to-ship) 이송을 통해 안보리 결의를 계속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선박에서 남포항 수입터미널로 석유를 옮기는 과정에서 수중 송유관(underwater pipeline)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해상 환적의 통신수단으로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중국 텐센트의 위챗(Wechat)이 사용됐다고 한다.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에 유입된 석유가 대북제재에 따른 연간 원유공급 상한선인 50만 배럴을 훌쩍 넘겼다고 추정했다. 북한이 교묘한 방식으로 대북제재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北 외화벌이용 ‘해킹’…대북 무기거래 혐의로 27개국 조사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정찰총국 주도로 사이버 해킹을 시도하기도 했다.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아시아에서 최소 5차례에 걸쳐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해 5억7100만 달러를 빼돌렸다. 암호화폐를 이용해 금융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북제재위는 아울러 북한이 예멘의 후투티 반군은 물론 리비아와 수단에도 외국 중개업체를 통해 소형 무기, 경무기. 여타 군사장비 등을 불법 수출해왔다고 지적했다. 대북 무기거래 혐의로 27개국을 조사하고 있다고도 했다. 알제리·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가 16개국으로 절반을 넘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차량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의 제재위반 문제도 보고서에 담겼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목격된 해당 차량은 유엔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돼 대북수출이 금지돼 있다는 설명이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대북제재의 이행 및 효과를 정리한 종합 평가결과다. 매년 두 차례 안보리에 제출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대북제재 문제와 관련한 양측의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나온 보고서인 만큼 그 파장이 더욱 주목된다.
◇美 “비핵화 전까지 고립” vs 北 “제재 철회해라”
휴 그리피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단장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갈수록 교묘해지는 회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제가 북한을 파고들고 있다”며 "안보리의 포괄적 제재엔 허점도 있지만 김 위원장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재는 장기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석탄·석유 제품을 선박 간 불법 환적 방식으로 수십년씩이나 은밀하게 수송할 순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도 이번 보고서를 긍정 평가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혐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모든 회원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를 이행하는 국제적 결속은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계속 방해하고 북한은 비핵화할 때까지 경제적·외교적으로 고립될 것"이라며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대북제재를 둘러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김송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대북제재위 보고서와 관련해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철회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