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유력 언론 "北 대사관 습격 사건 배후는 美 CIA"

박수현 기자 2019. 3. 1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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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가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10여명의 괴한이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을 습격한 사건의 배후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지목했다고 현지 유력 언론 엘 파이스가 보도했다. 현지 유력 언론이 북한 대사관 습격과 관련해 미 정보기관 배후설을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인터넷매체 엘 콘피덴시알도 이보다 앞선 10일 "스페인 경찰정보국(CGI)과 국가정보국(CNI)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만, 미국의 정보기관이 다른 해외 카운터파트와 함께 이번 공격을 펼쳤다는 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엘 콘피덴시알은 당시 "괴한 중에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 정보기관의 해외 카운터파트로 한국을 언급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외관. /구글 뷰

13일 엘 파이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건을 수사 중인 CGI와 CNI가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침입한 10명 중 최소 2명의 신원을 CCTV 분석으로 확인했다"며 "CIA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CIA의 답변이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엘 파이스는 "이번 사건의 배후가 CIA로 확인되면 스페인과 미국 정부 간 외교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스페인 정부는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이런 행위를 했다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엘 파이스는 "(CIA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면) 미국의 정보기관이 정부에 허락을 구하거나 수사 당국에 알리지 않고 스페인 영토에서 작전을 폈다는 것을 의미할뿐 아니라 미국이 외교 사절단을 보호하는 국제 규약을 위반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했다.

엘 파이스는 "이번 사건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5일 전 발생했다는 점에 고려할 때 괴한들이 김혁철 전 북한 스페인 대사(현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관련된 정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혁철은 지난달 6~8일 평양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미·북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엘 파이스는 "CGI와 CNI는 군사 조직이 이번 사건을 지휘한 것처럼 완벽하게 기획됐다고 보고 있다"며 "괴한들은 그들의 목표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했다.

마드리드 북쪽 외곽 주택가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지난달 22일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직원들이 감금되고 컴퓨터를 도난당했다. 이들은 대사관 직원과 외부에서 온 손님 등 8명의 머리에 봉지를 씌우고 손을 묶은 뒤 폭행을 가했으며, 피해자 중 3명은 심하게 얻어맞아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일각에서는 괴한들이 북한의 특수공작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북한 핵실험 직후인 2017년 9월 스페인에서 추방된 김혁철이 요원을 보내 자신이나 북한 정권에 중요한 문서를 급히 수거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혁철의 충성심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개인 문서들을 대사관에서 가져올 것을 지시했을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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