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글로벌 트렌드] 짓궂은 알바생 장난에..日 식당가 '바이토테러' 발칵

정욱 입력 2019.03.14.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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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토테러로 12일 긴급 휴무한 상황을 설명한 공지문(왼쪽)과 오토야 시부야점 전경. [도쿄 = 정욱 특파원]
"3월 12일 회사 정책에 따라 휴업을 실시합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지난 4일 일본 전역에서 350여 곳 매장을 운영하는 식당 체인인 '오토야'의 매장마다 긴급 일시 휴업 공지가 붙었다. 쇼핑몰 등에 입점한 매장 중 일부는 제외됐지만 전체 매장에서 휴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국 매장에서 하루 매출이 1억엔(약 10억원)가량인 오토야 입장에선 피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악화되는 여론에 어찌할 수 없었다.

오토야는 하루 전국 모든 매장 임시 휴업과 함께 사장 및 등기이사 5명의 1개월 임금 10%를 삭감한다고 밝혔다. 또 임시 휴업 등의 여파라면서 2018년 회계연도(3월 결산) 실적 전망치도 기존 2억3000만엔에서 1억9000만엔으로 낮췄다. 2017회계연도에도 영업이익이 19%나 감소해 회사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던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건으로 2018회계연도 영업이익 감소폭은 21%까지 확대됐다.

회사 측 결정만 놓고 보자면 대단한 사건이 일어난 듯 여겨지지만 발단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장난이었다. 작년 가을께 오사카 외곽에 있는 오토야 매장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3명이 손님이 없어 무료한 시간에 뭔가 재밌는 일이 없을까 머리를 맞댔다.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은 한 명이 얼굴에 가면을 쓴 채로 신체 중요 부위만 매장에서 사용하는 쟁반으로 가린 채 춤을 추는 것이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촬영자나 모두 즐거운 듯 깔깔 웃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치 못한 듯하다. 흥이 난 이들은 해당 영상을 SNS에 올리고 또 주변 친구들에게 보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렇게 퍼져나간 동영상이 몇 번의 전달 과정을 거치면서 올 초 일반인들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됐고 일본 주요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연한 일이지만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기를 갖고 어떻게 저런 장난을 치느냐" 등의 비판이 폭발했다. 결국 회사 측은 진상조사 등을 거쳐 2월 18일 동영상 촬영과 관련된 아르바이트생 3명을 모두 해고했다. 해고와 사과로도 비난이 끊이지 않자 결국 전국 모든 매장에서 교육을 위한 1일 휴업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동영상으로 일본 유통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난처럼 올린 동영상이 회사 차원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브랜드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어서다. 아르바이트생의 장난으로 회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일본 언론에서는 '바이토 테러'란 이름까지 붙였다. 아르바이트를 줄인 일본어인 '바이토'와 '테러'를 합성해 만든 단어다.

오토야가 대대적인 대책을 내놓은 데는 타 업체들에서 비슷한 사건이 급증하면서 일본 사회의 불만이 누적된 영향도 크다. 스시 체인인 구라스시는 손질하던 생선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가 꺼내서 씻지도 않은 채 재료로 쓰는 영상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패밀리레스토랑 최대 체인인 스카이라크는 조리 중인 가스레인지에 담뱃불을 붙이는 동영상으로 뭇매를 맞았다. 식당만이 아니다. 세븐일레븐은 직원이 매장 조리대에서 판매하는 어묵을 입에 집어넣었다가 뺀 뒤 다시 조리대에 넣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 때문에 혼이 났다. 패밀리마트는 직원이 계산 과정에서 물건마다 침을 바른 뒤 비닐봉투에 집어넣는 동영상 때문에 담당임원이 머리를 숙여야 했다. 최대 소고기덮밥 프랜차이즈 스키야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국자로 민망한 장난을 치고 얼음을 바닥에 던지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회사 측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대부분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이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심심함을 달래보자며 장난처럼 찍은 것들이다. 동영상이 알려질 때마다 회사 측은 고객들의 폭주하는 비난 여론에 직면해야 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후 회사 측에서 재발방지를 위해 매장에 폐쇄회로(CC)TV 설치는 물론 근무 시 스마트폰 지참 금지 및 체크, 관련 교육 강화 등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브랜드 가치는 급락하고 판매 역시 급감하고 있다.

식품유통업체들은 업종 특성상 많은 인력이 빈번히 교체되는 것이 현실이다. 근무 경력도 짧고 아직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고등학생 직원도 많아 스마트폰 동영상 등으로 인한 문제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소식들이 터져나오면서 직원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교육을 아무리 강화한다고 해도 언제든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위험성이 존재하다 보니 관련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만 아르바이트생들이 매장 내 어묵 조리대에 침을 뱉는 모습 등을 촬영한 동영상이 2건 올라온 세븐일레븐만 하더라도 이달 들어 유사한 동영상이 또 올라왔다. 지난달 2건의 동영상 이후 회사 측에서는 교육을 강화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징계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란 판단에 일부 프랜차이즈 등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규제 강화와 함께 시간당 임금 인상을 비롯한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검토를 시작했다. 소셜미디어가 생활의 일부가 돼가는 상황에서 모든 직원의 행동을 감시할 수 없는 것은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미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로 고전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바이토테러'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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