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논란 부른 '김정은 수석대변인' 외신, 사실 아닌 기자의 해석이었다

김상기 기자 입력 2019.03.15. 04:03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국회 연설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재미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국 소재 비영리 외신번역 전문 언론기관인 뉴스프로는 14일 "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자 말고 한반도 전문가나 관계자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대변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멘트 정도는 등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외신에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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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엔 그런 표현한 사람 없는데 기자가 자기 생각을 제목에 반영..공신력 빌미로 인용하는 것도 왜곡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하면서 인용한 블룸버그통신 기사. 해당 기사는 2018년 9월 26일 송고됐다. 블룸버그통신 인터넷 페이지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국회 연설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외신에 나온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말한 외신은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9월 26일 작성한 ‘한국의 문재인은 유엔에서 김정은의 대변인이 됐다(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는 제목의 기사다.

기사는 ‘이번 주 뉴욕에서의 유엔총회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칭찬하며 사실상 대변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시작된다. 기사에는 이 문장과 제목 외에 문 대통령을 김 위원장의 대변인이라고 표현하는 전문가나 미국의 관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기사에는 오히려 이와는 다른 전문가 견해가 실려 있다. 스테판 노에르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 선임연구원은 “나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대변인이라기보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두 사람 모두가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면서 “(문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타협한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두 명의 초대형 인물의 자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재미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국 소재 비영리 외신번역 전문 언론기관인 뉴스프로는 14일 “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자 말고 한반도 전문가나 관계자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대변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멘트 정도는 등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대변인 활동을 한다고 믿는 기자의 생각대로 문 대통령의 활동을 끼워맞췄다”고 비판했다.

외신에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팩트다. 다만 그러한 표현은 객관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해석’에 가깝다. 외신이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으로 여긴다고 일반화하는 것 역시 일종의 왜곡이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작문형 제목으로 된 기사는 사실을 제대로 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름 있는 외신이 썼다고 하더라도 작문형 제목을 단 기사를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마치 ‘외신 모두 이렇게 평가한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도 일종의 왜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이 작문형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고 정치인이 외신의 공신력을 빌려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면 언론과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 수석대변인 논란은 사실과 의견이 뒤섞인 기사와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정치권의 ‘합작품’이라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 측은 관련 문의에 “기자 개인이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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