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수사' 검찰 넘긴 권익위, 검·경 수사권조정 돌발변수로
검·경 수사권 조정 앞두고 경찰에 '대형 악재'
민갑룡 경찰청장 "경찰 명운걸고 수사하겠다"
권익위는 경찰의 협조 요청을 거절한 뒤 압수수색 가능성이 제기되자 11일 지방에 있던 비상임위원을 직접 방문해 서면으로 서명을 받은 뒤 해당 카톡을 밤 11시에 대검찰청에 넘겼다.
박은정 권익위 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건은 신고 내용에 경찰의 유착을 의심할 만한 것은 물론 부실 수사와 관련된 부분도 포함돼 있어 검찰을 수사기관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선 권익위의 이런 행보에 내부적으로 매우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가 기관인 권익위가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경찰의 압박을 피해 검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서다.
박 위원장은 "신고자가 제출한 증거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 건은 검찰로 수사를 의뢰하는게 타당하다는 분과위원회의 결정이 있었고 상식적인 판단에 따라 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는 압수수색에 대한 내부 우려가 가장 컸다"며 "경찰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이번 사건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경찰 광역수사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 검찰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며 수사 상황만 보고받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에선 권익위의 이번 결정이 최근 여야가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패스트트랙) 대상으론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과 자유한국당은 현재 정부 법안에 포함된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검찰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법무부, 여당은 검찰의 기소권과 영장청구권 및 특수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은 남겨두고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은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직접 수사는 폐지하더라도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은 남겨둬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하는데 검찰이 한번 더 체크하는 것이 국민에게 더 이득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에 정통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검찰에게 일방적인 권한이 부여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손해보는 것은 국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찰 출신의 변호사는 "버닝썬 사례는 매우 예외적인 것이며 지금과 같이 견제 수단이 없는 검찰의 권력은 개혁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 일각에선 버닝썬 사건 자체가 아니라 경찰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수사하고 '환부'를 도려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수사권 조정은 겸찰과 검찰 중 누가 더 부패하고 덜 부패한 것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에서 드러나듯 "검찰 역시도 권한을 남용했던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며 "버닝썬 사건, 혹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등은 모두 수사권 조정의 본질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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