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두환 물러가라 했나" 초등학교 달려간 보수단체

최경호 입력 2019. 3. 15. 10:36 수정 2019. 3. 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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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대 회원, 광주 D초교서 항의 기자회견
11일 "전두환 물러나라" 외친 학생들에 항의
5월단체 "초등학생까지 겁박..비상식적 행위"
'6월 민주항쟁' 도화선..이한열 열사 모교
지난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전두환은 물러가라“를 외친 초등학생들. 오른쪽은 이 학교 출신인 고(故) 이한열 열사가 1987년 6월 9일 최루탄을 맞을 당시 모습. 중앙포토

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 인근 D초등학교 정문 앞. 극우단체인 ‘자유연대’ 회원 10여 명이 “아이들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라고 외쳤다. 이 학교 학생들이 지난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할 때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친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를 지켜보던 학부모들은“다 큰 어른들이 초등학교에 와서 행패를 부린다”고 말했다. D초등학교는 광주법원과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30m 거리에 맞닿아 있다.

이들은 ‘교장 정치적 중립 위반 항의’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학생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교사들을 규탄하러 왔다”며 “아이들을 겁박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초등학생들이 (5·18 당시에) 전두환이 뭘 어떻게 했는지 알 리가 없다”며 “학생들의 행동은 교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재판 당일 학생들의 발언 소식을 들은 뒤 학교 측에 항의 전화를 한 단체로 알려졌다.

5월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할아버지뻘인 어른들이 초등학생들을 협박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날 집회 대신 기자회견을 연 것 역시 “불허 가능성이 높은 집회신고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했다. D초등학교는 집회금지 장소인 법원과 100m 내에 위치한 데다 학습권 침해 등을 경우 집회신고 자체가 불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극우단체인 ‘자유연대’ 회원 10여 명이 광주 한 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월단체는 이날 회견이 5·18과 광주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판단해 일절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과 동구교육희망네트워크 회원 등이 교문 앞을 지켰다.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전두환 추종세력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린이들까지 협박하고 있다”며 “사회적 이목을 끌기 위한 비상식적인 행동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11일 낮 12시40분쯤 전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 도착하자 창문을 열고 “전두환 물러가라”를 외쳤다.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전 전 대통령의 도착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죄 요구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 역시 “어른들보다 낫다. 너희들이 대한민국의 희망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사죄나 해명 없이 곧바로 법원으로 향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2017년 6월 고(故) 이한열 열사 30주기 추모전시 당시 이 열사의 사진을 본뜬 판화와 조형물. 중앙포토
D초교는 1987년 6월 9일 전두환 정권 당시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교다. 이 열사는 당시 반정부 시위 도중 사고를 당하면서 전국적인 반독재·민주화운동인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2017년 개봉한 영화 ‘1987’에서는 배우 강동원씨가 이 열사 역할을 맡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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