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취재후] '아파트 공화국'에 던져진 '종부세 폭탄'의 진실

이슬기 2019. 3. 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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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이상 아파트가 정말 전체의 9%밖에 안되나요?"

전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공개됐던 14일 저녁,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 이런 질문글이 올라왔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니 6억 원 이상 공동주택이 전국 전체 공동주택의 9%밖에 안 된다고 나오던데,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요?"(내용 요약)

해당 글에는 "오보다", "주위 아파트 보면 그 정도 가격이 없다"라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실상은 어떨까요? 국토교통부의 공식 집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공시가격 3억 미만의 공동주택으로 전체의 69.4%를 차지합니다. 다음이 3억에서 6억 사이의 공동주택으로 전체의 21.7%, 6억 이상 공동주택은 모두 합쳐서 8.9%에 불과했습니다.

고가주택만 관심 두는 언론…'아파트 공화국'의 민낯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발표되자 대부분 언론의 관심은 고가주택 소유주가 받는 타격에 집중됐습니다. 가장 많은 기사가 쏟아진 건 종합부동산세가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세금 폭탄'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9] 공동주택 공시가격 공개…고가일수록 상승률↑

종합부동산세 대상은 얼마나 늘어났을까요? 종부세 과세 기준에 해당하는 공시가격 9억 원 이상 공동주택은 지난해 14만 호에서 올해 21만 9천 호로 56% 늘어났습니다. 단순 비율로 보면 대상이 상당히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앞서 자료에 나타났듯이 처음부터 종합부동산세 대상으로 아예 검토조차 되지 않는 주택(공시가격 6억 원 미만)이 전체의 91.2%에 달합니다. 다주택자 기준으로 6억 원이니까 1주택자인 9억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대부분의 공동주택이 종부세와 아예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종합부동산세는 인별합산입니다. 집이나 땅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1인당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기준을 넘어야 과세한다는 얘기입니다. 가령 고가의 공동주택이라 하더라도 부부 공동명의이면 공시가격 9억 원이 아니라 12억 원부터 종부세가 나오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1주택자는 1,115만 명, 다주택자는 211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2018년 기준 종부세 과세 대상은 33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약 2%에 불과합니다.

국민 2%가 내는 종부세…얼마나 부담 늘까?


재벌과 연예인 등 초고소득 자산가들의 인기 주거지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의 '한남더힐'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전용면적 244.78㎡의 한남더힐 2019년 공시가격은 55억 6,800만 원입니다.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1.9% 올랐습니다.

이에 따른 재산세는 1,200만 원입니다. 종합부동산세는 3,800여만 원이 나오고요. 도시 재산세와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기타 세금을 다 더하면 보유세 합계는 6,600만 원 정도가 됩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결론적으로 각종 세금이 1,900만 원 정도 늘어난 셈인데요. 여기에 장기보유 공제나 60세 이상 고령자 공제를 받는 경우 세금은 10~40%까지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한남더힐'만큼은 아니지만, 손에 꼽히는 고가 아파트인 서울 서초구의 '방배아크로리버' 149제곱미터 아파트를 볼까요.

2019년 공시가격은 10억 1천만 원입니다.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16.51% 올랐습니다. 전국 평균 상승률의 3배 수준이죠. 재산세와 종부세 등을 다 합치면 총 보유세가 약 333만 원 나옵니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전년보다 늘어난 금액은 84만 원 정도였습니다. 역시 각종 공제를 받으면 세 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1%의 고가주택에 부과되는 세금, 이 정도 세 부담이 정말 '폭탄' 수준인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아파트 공화국'에서 소외된 연립과 다세대 266만 호


'부동산'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빽빽한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 단지나 요즘 최신 트렌드인 타워형 아파트 풍경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강남3구', '강남4구'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민은 서울 강남이 아닌 곳에서, 절반 가까운 국민들은 아파트가 아닌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전국의 아파트는 1,073만 호, 연립과 다세대는 266만 호입니다. 단독주택까지 합하면 700만에 가까운 가구가 아파트가 아닌 곳에서 거주 중입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빌라에서 5년째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30대 자영업자 권 모 씨는 이런 언론보도가 쏟아질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모든 언론보도나 하다못해 팟캐스트만 봐도 아파트 중심이고 아파트 얘기밖에 없으니까요.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은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언론이나 정책입안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면 다른 형태의 주택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과 배려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역시 서울의 한 빌라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합니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빌라에 살게 됐거든요. 빌라에 사는 것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어요. 그런데 빌라는 가격이 오르지 않는 반면 관심이 집중되는 아파트는 가격이 계속 뛰니까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은 점점 더 돈을 벌게 되는 것 같아요."

공시가격이 공개되거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한국 사회는 심하게 들썩입니다. 매번 '세금 폭탄' 논란도 반복됩니다. 상위 1~2% 부자들에게 해당하는 세금 소식을 98%의 국민들이 접하는 현실,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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