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파 정권이 한국경제를 벼랑 아래로 떨어뜨렸다" 말했다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9. 3. 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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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OECD가 성장률 전망치를 -0.2%p 낮췄다고 비난한다면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OECD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p나 하향 조정했습니다.”

우파 정권이었던 박근혜 정부 시절 OECD는 2015년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직전연도에 4.2%로 전망했다가 1년 남짓한 새 무려 -1.5%p나 하향 조정된 2.7%를 제시했다.

그리고 올해 OECD는 중간 전망(Interim Economic Outlook)에서 한국경제의 성장률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0.2%p 하향 조정했다.

그러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연설에서 얼마전 무디스(Moody's)에 이어서 OECD가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사실을 들며 좌파 정권이 한국 경제를 벼랑 끝에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많은 언론들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며 올해 한국 경제를 비관하는 내용의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그러나 OECD의 올해 전망 보고서나 경제지표를 꼼꼼히 살펴보면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OECD는 보고서 제목에서 “OECD는 유럽 경기가 약화되고 리스크가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고 명기했다. 즉 OECD가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한 핵심 요인은 바로 유로존 경기의 급락 때문이다. 실제로 OECD는 보고서에서 유로존 성장률을 지난 11월 1.8%에서 1.0%로 무려 –0.8%p나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의 경제를 이끄는 주요 국가인 독일은 1.6%에서 0.7%로 –0.9%p, 프랑스는 1.6%에서 1.3%로 –0.3%p, 이탈리아는 0.9%에서 –0.2%로 –1.1%p 각각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를 보면 OECD가 올해 유로존 경제를 얼마나 비관적으로 전망했는지를 알 수 있다.

더불어 OECD는 중국과 미국 경제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6.6%의 성장한 중국 경제는 이미 6.3%로 내려 잡았다가 이번에 6.2%로 –0.1%p 추가로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2.9%였던 미국도 2.7%에서 올해 2.6%로 다시 –0.1%p 하향 조정했다. 양국 간 무역전쟁은 물론 유로존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중국과 미국이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고, 피할 수 없는 조치다. 이는 좌·우파 정권의 경제정책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예컨대 지난 우파 정권인 박근혜 정부 시절 OECD는 201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이전해에 4.2%로 전망했다가 1년 남짓한 새 무려 -1.5%p나 하향 조정된 2.7%를 제시한 바 있다. OECD가 올해 고작 -0.2%p 하향 조정한 것을 두고 "좌파 정권이 경제를 벼랑 끝에 몰아간다"고 비난한다면 -1.5%p나 하향 조정됐던 박근혜 정부 시절엔 "우파 정권이 나라를 벼랑 끝이 아니라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고 비판했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려 있는지 OECD에서 발표된 경제관련 지표들을 보고 제대로 분석을 해보자.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OECD 주요국들(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가운데 3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8년 연간 성장률도 5위 수준으로 높다.(☞관련기사: 2018년 4분기 韓 성장률, OECD 주요국 중 '최고' 수준)

고용 참사라며 비판을 받는 고용 부문을 보면, 2018년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OECD 주요국 가운데 4번째로 낮고 OECD 주요국 실업률 평균치인 5.6%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GDP 대비 정부의 재정수지 비율은 2017년 기준 2.8%로 주요국들의 평균치인 -0.4%와 비교할 때 매우 건전한 재정상황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요국들 중 노르웨이 다음 2번째로 높은 흑자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42.5%로 주요국들 평균치인 94.4%에 비해 절반 수준이며, 최근 연간 데이터를 기준으로 볼 때 OECD 주요국들 중 가장 부채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 부문을 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대비 경상수지(흑자) 비율은 4.7%로 OECD 주요국 평균인 2.5%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며, 노르웨이, 독일, 스위스 다음으로 4번째로 높은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보면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연간 1.5%를 기록해 OECD 주요국 평균인 1.7%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요국들 가운데 6번째로 낮다. 단 물가상승률의 경우 수요가 부족한 영향이 있기 때문에 낮다고 해서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 없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단기 금리는 연간 1.7% 수준으로 OECD 주요국 평균치인 0.5%보다는 높은 수준이며, OECD 주요국 들 중 5번째로 높다. 특히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국가들이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 상황임을 고려하면 한국의 경제 상황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상에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OECD 주요국들과 거시경제지표들을 비교해봤을 때 한국 경제는 벼랑 끝에 몰려있다고 비난할만한 근거를 찾기 힘들며, 오히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매우 양호한 거시경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가 좌·우파 정부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없다.

다만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OECD 경기선행지수(Composite Leading Indicator)가 최근 1월 기준 98.96을 기록해 기준치인 100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 11월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한국 경제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OECD 중간 전망 보고서의 주요 메시지를 보면 "△첫째, 유럽의 경제성장세가 특히 취약하다 △둘째, 중국, 유럽 경기와 금융 시장의 불안이 글로벌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셋째, 각국 정부는 리스크 요인들을 줄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로 돼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것을 두고 비관할 게 아니라 OECD가 주문한 바와 같이 앞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국내외 리스크 요인들에 철저히 대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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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근 이코노미스트 skchoi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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