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팩트체크K] '국회의원수 300' 나경원·박주민 누구 말이 맞나

옥유정 2019. 3. 16. 07:04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안을 놓고 여야 정치권의 논쟁이 치열하다.

여야 4당은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고 하고, 자유한국당은 절대 반대를 고수하며 연일 반대 발언을 내놓고 있다.

특히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세다.

나경원 "국회의원 300은 불문의 헌법정신" vs.박주민 "10만 명당 1명이 제헌 취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면) 의원정수가 무한히 확대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의원정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헌법 정신에 반한다"

이에 대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고칠레오>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의 말은 사실과 다르며 "제헌 의회 구성 당시 인구 10만 명당 1명의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해 제헌의회를 구성했고, 그 정신이 (현행 헌법에) 계속 이어졌다"고 반박했다.

각 발언을 검증해봤다.


[검증1.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말은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다.

나 원내대표가 해당 발언을 하며 근거로 들었던 것은 2001년 헌법재판소의 비례대표제 위헌 결정이다.

지난 2001년 헌법재판소는 당시 1인1표제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정하는 선거법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시(2000헌마91)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공직선거법은 이른바 1인1표제를 채택하여 유권자에게 별도의 정당투표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구 선거에서 표출된 유권자의 의사를 그대로 정당에 대한 지지의사로 의제하여 비례대표의석을 배분토록 하고 있다"며 "이 같은 비례대표제 방식에 따르면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자나 그가 속한 정당 중 어느 한쪽만 지지할 경우 (중략) 후보자든 정당이든 절반의 선택권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선거에 있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하는 민주주의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당시의 선거제도가 평등선거와 직접선거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국회는 선거제도를 개편해 지역구 후보자와 정당에 대한 투표를 분리하고 각각 1표씩 행사하도록 했다.

따라서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부분은 당시 1인1표제하에서 비례대표제가 위헌이라는 것이지, 지역구와 정당에 대한 투표가 각각 이뤄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헌성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나 원내대표 측은 이에 대해 "일부 정당에서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되면 될수록 비례대표를 배정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헌재 결정의 논리에 비추어 표의 등가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검증2. "제헌 의회 구성 당시 인구 10만 명당 1명의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해 제헌의회를 구성했고, 그 정신이 (현행 헌법에) 계속 이어졌다"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은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다.

1947년 미 군정이 정권을 인도하기 위해 설립했던 과도입법의원의 의원선거법 제9조에는 "매 10만 명당 의원 1명의 비례로 선거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언급한 제헌의회 구성 당시 국회의원 선거법을 보면, 제8조와 9조에서 인구 15만 명당 1인의 의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제헌의회가 헌법을 제정했고, 1948년 공포된 제헌 헌법에는 제32조에 '국회의원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고 돼 있을 뿐 국회의원 정수에 대한 조문은 없었다.

시간상으로 보면, 1947년 입법의원 의원선거법에 따라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이 구성됐고, 입법의원에서 제정·공포한 국회의원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이 선출돼 제헌의회가 구성됐다.

박 의원 측은 이에 대해 "해당 발언은 제헌의회가 만들어지기 전 입법의원의 의원 정수가 10만 명당 1명이라는 의미였다"고 정정했다.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는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은 정식 국회가 아니고, 미 군정의 자문기구, 과도기적 기구이기 때문에 제헌의회와 과도입법의원이 그대로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입법의원 의원선거법이 제헌취지로 연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인구수 기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 선거법에 비추어 볼 때 제헌 취지는 국회의원 정수가 인구에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중요한 건 제헌 당시 선거법에서 인구 비례 원칙을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인구비례로 선출한다는 원칙은 1919년 임시의정원 선출 당시에도 명시돼있었고 그 취지가 제헌의회에도 이어져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증3. "의원정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헌법 정신에 반한다"는 나 원내대표의 말은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다.

국회의원 300명 기준은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의원정수이지 헌법에서 규정한 기준은 아니다.

헌법 제41조에는 '국회의원 수를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하한선만 정해져 있을 뿐 상한선은 없다.

다만 박정희 군부 독재 시절에는 국회의 권력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헌법에 의원 수의 상한을 두기도 했다.

제6차 개정헌법 제36조에는 국회의원의 수는 150인 이상 200인 이하의 범위안에서 법률로 정한다는 조문이 포함돼 있었다. 이어 7차 개헌(유신)에서는 150인 이상 250인 이하로 규정했다.

나 원내대표 측은 "헌법에 상한선이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200인 이상'을 '200명 대'로 봐야한다는 일부 헌법학자들의 견해를 근거로 한 발언"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검증4.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면) 의원정수가 무한히 확대될 수 있다"는 나 원내대표의 말은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다.

헌법에 의원 수 상한선이 없다는 이유로 국회의원 수가 무한히 확대될 수는 없다.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수를 정하는 선거구는 국회의 입법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소선거구와 최대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과도할 경우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은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차이는 33.33% 안에서 변경할 것을 결정했다.

예를 들어, 인구수가 가장 많은 최대선거구의 유권자가 1,000명이라면, 최소선거구는 667명(1,000명-33.33%) 이상이어야지 그것보다 낮으면 평등선거 원칙에 어긋난다.

따라서 국회의원 수가 인구에 비례하더라도 선거구를 무한히 나눌 수는 없어 의원 수도 무한히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 측은 "2017년 독일 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의석이 정원보다 111석 늘어난 사례가 있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원정수가 필연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참고자료
[내려받기] 2001년 7월 9일 헌법재판소 결정문 〈2000헌마91·112·134(병합)〉[HWP]
[내려받기]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 결정문 〈2012헌마190, 192, 211, 325, 2013헌마781, 2014헌마53(병합)〉[HWP]
[내려받기] 입법의원선거법(1947)[PDF]
[내려받기] 국회의원선거법(1948)[PDF]
[내려받기] 제헌 헌법(1948)[PDF]
[내려받기] 제6차 개정헌법(1962년 전부 개정[PDF]
[내려받기] 제7차 개정헌법(1969년 일부 개정)[PDF]
[내려받기] 대한민국 헌법(1987년 전부 개정)[PDF]

옥유정 기자 (okay@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