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붉게 덮은 미세먼지, 이 화면 믿으세요?

배문규 기자 2019. 3. 17. 21: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대기 모델링 ‘어스널스쿨’
ㆍ‘중국 영향 증거’ 오해 불러

지난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울긋불긋한 얼룩이 동북아시아를 뒤덮은 화면이 등장했다. 시민 사이에 ‘중국발 미세먼지’의 결정적 증거로 여겨지는 어스널스쿨 캡처 화면(사진)이다. 이날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일반인이 보기 쉽게 모델링한 자료일 뿐 미세먼지 위성사진이 아니지 않냐”고 묻자, 조명래 장관도 “수치 모델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실측하고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정보”라는 의미다.

지난 3·1절부터 엿새 연속 이어진 고농도 미세먼지 기간 동안 어스널스쿨 캡처 화면이 온라인을 뒤덮었다. 하지만 해당 화면은 수학적으로 대기 상태를 컴퓨터로 계산한 모델링 화면이기 때문에 실제 위성으로 관측된 흐름과는 차이가 있다. 어스널스쿨 홈페이지 고지사항에서도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기후모델링 프로그램 ‘GEOS-5’ 자료를 토대로 시각화한 지도라는 점을 밝히면서 “연구 목적 이상으로 이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어스널스쿨 캡처 화면이 널리 공유되는 것은 시민들이 미세먼지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인 상황에서 뾰족한 대응 수단을 찾지 못하자 스스로 정보 찾기에 나선 측면이 크다. 하지만 해당 화면이 단순히 정보를 참고하는 정도를 넘어 중국발 미세먼지를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중국도 자국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상황이어서 문제는 결국 미세먼지 ‘기여율’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지난다고 해서 모두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국내 오염물질과 미세먼지가 결합하는 ‘2차 생성’을 거쳐 농도가 치솟기 때문에 미세먼지 책임을 명확하게 따지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고농도 미세먼지 때 중국의 기여율이 확 뛰기도 하지만, 국내외 연구에선 대체로 40~60% 선을 오가는 것으로 나와 있다. 여기에 최근에 중국이 미세먼지를 급격히 감축했기 때문에 올해 말 발표되는 한·중·일 ‘미세먼지 보고서’(LTP 보고서)에 담긴 결과가 예상과는 조금 다를 가능성도 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