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생활 못하겠다".. 신청만 하면 복무부적합 전역

권선미 기자 2019. 3. 1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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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214명 신청, 6118명 전역.. 5년 사이에 4배로 급증
조기전역 수단으로 악용 우려

현역 복무 부적합으로 전역한 병사가 매년 늘어나 지난해 처음 6000명을 넘었다. 17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6214명의 병사가 '현역 복무 부적합 심사'(현부심)를 신청해 이 중 98.4%인 6118명이 전역했다. 부적합 사유 가운데 66%는 복무 부적응(4014명)이었다. 신체 질환(1329명)이나 정신 질환(775명)보다 많았다. 2013년에는 병사 1479명이 현부심을 신청해 1419명이 전역했다. 5년 사이 4배로 늘어난 셈이다.

현부심은 현역 복무가 부적합한 군인을 심사를 통해 전역시키는 제도다. 본인이나 지휘관이 신청할 수 있다. 최근 그룹 '빅뱅' 소속 권지용(예명 지드래곤)씨가 신청했다가 복무 적합 판정을 받아 주목받았다. 군 복무 이후 생긴 신체·정신 질환으로 전역이 필요한 병사도 있다. 하지만 최근 현부심 신청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제도를 조기 전역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터넷에는 '현부심으로 조기 제대하는 법' 등을 공유하는 글도 적지 않다. 육군 부대에서 중대장을 맡고 있는 김모 대위는 "요즘 현부심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다. 김 대위는 "이미 한 차례 복무 적합 판정을 받은 병사까지 '군 생활 못 하겠다'며 다시 현부심을 신청한다"고 했다. "병역 기피로 조사받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놔도 소용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일부 병사는 "내가 잘못되면 중대장이 책임질 거냐"고 한다.

현재 군은 신병교육대 단계에서 복무 부적응자를 가려낸다. 부대 배치 이후에도 '관심 병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그린캠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그린캠프를 다녀온 병사 가운데 일부는 캠프 수료를 근거로 현부심을 신청하기도 한다.

병사가 현부심을 신청하고 지휘관이 동의하면 절차가 시작된다. 사단 조사위원회 조사, 병역심사관리대 관찰, 군 인사사령부 심사를 거쳐 전역 여부가 결정된다.

한 육군 간부는 "군 생활을 싫어하는 병사들을 부대에 데리고 있으면 관리도 어렵고, 다른 병사들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보내는 추세"라고 했다. 다른 육군 간부는 "조금 적응하면 군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판단돼 현부심 신청을 말렸더니 부모가 부대로 전화를 걸어와 '국방부에 민원을 넣겠다'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군 관련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조진성 행정사는 "현부심 상담 의뢰 가운데 절반은 부모가 상담을 신청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담솔'의 홍승민 변호사는 "복무 부적응 이유로 현부심을 신청하는 경우 전문가의 정밀 소견을 듣는 등 제도가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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