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남북회담 추진·비핵화 단계완화..文대통령 북미 중재역 본격화

조소영 기자 2019. 3. 18. 05:3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노이회담에서 남북으로 바통 넘어왔다"..북미에 각각 메시지
정의용·서훈 등 정부 보고 충분히 습득 후 중재 방향 가시화한 듯
© News1 DB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하노이'를 위한 북미 중재 역할을 본격화한다. 비핵화 협상에 있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북미 양쪽을 동시에 설득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는 사실상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동시에 지난 3차까지의 남북합의에 속도를 냄으로써 북한의 대화 테이블 이탈을 방지하고 미국과는 북한이 부담스러워하는 '완전한 비핵화' 일시 달성 방안을 완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나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달 하노이회담(2차 북미정상회담)의 바통이 남북으로 넘어왔다고 했다. 관계자는 1·2차 남북정상회담이 6·12북미정상회담(1차)의 물꼬를 텄고 이 회담은 평양에서 열렸던 3차 남북정상회담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번에는 남북간 대화의 차례가 아닌가, 이렇게 보인다"고 했다. 이어 "우리에게 넘어온 바통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적극적 의지로 해석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남북→북미정상회담' 순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미에서 끝난 다리를 '이제는 남북이 이을 차례'라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하노이회담 직후,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 대화한 뒤, 관련 내용을 자신에게 전달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북특사 파견 등 "아직 어떤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의 당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제안된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도 유효하다고 문을 열어뒀다. 다방면으로 북한을 향해 손을 뻗어둔 셈이다.

아울러 관계자는 남북정상이 맺은 4·27판문점선언(1차 남북정상회담), 9·19평양공동선언(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정신에 따라 비무장 내 모든 GP 철수, 공동유해발굴, 한강하구의 민간선박 자유항행 등을 연내 본격적으로 실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는데 이 또한 '북한과의 접촉'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사실 하노이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기대했을 '북한의 당황'을 달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관계자는 "공동유해발굴이나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은 4월 초에 실현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같은 날 미국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냈다. 관계자는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며 이른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전략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신 대안을 제시했다. 스몰딜(small deal)의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을 통한 상호신뢰 구축에 따른 최종목표 달성이다. 즉, 빅딜(big deal)보다는 작지만 매우 의미있는 스몰딜을 한두 차례 연이어 달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종반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목표에 달성하자는 것이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두 번의 연속적인 조기수확(early harvest)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표현하며 특히 북한이 원하는 일명 '살라미 전술'은 "충분히 경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살라미 전술이란 비핵화 단계를 잘게 나누고 해당 단계마다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에 대해 남한이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북한을 향해 대미협상의 여지를 주는 동시에 이를 깬다면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회담의 결렬 직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이어나가기 위한 북미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사실 회담 결렬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던 만큼 어떤 역할에 나서기보다는 유관 정부부처를 통한 분위기 파악과 현상유지에 주력했었다.

지난 4일 문 대통령은 마지막 회의가 열린지 9개월여 만에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장관 등을 향해 북미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협력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는 등의 주문을 했다.

이후 고위관계자가 북미를 향해 이같이 목소리를 내고 나선 것은 문 대통령이 각 정부 부처 등을 통해 하노이회담에 대해 충분한 보고를 받았고 향후 나아갈 중재 방향을 어느 정도 가시화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최근 동남아 3개국(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순방을 소화하는 동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중해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나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했으며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방미했다는 설이 청와대 안팎으로 파다하게 돌았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하노이회담 전후로 직면했던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비롯해 개각, 미세먼지 등 국내외 현안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 17일 청와대는 지난 16일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문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북미 중재 방안도 함께 발표함으로써 문 대통령이 본격적인 중재 발걸음을 옮긴다는 사실도 알렸다. 전날(17일)에 이어 18일에도 공개일정을 비운 문 대통령은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북미 중재역에 있어 더 밀도있는 고심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cho1175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