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육군, 보직해임 장군·영관급 25명 사실상 '격리'

박성진 안보전문기자·정희완 기자 2019. 3.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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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부사관 포함 땐 38명…최장 20개월 아무런 업무 없이 출퇴근만
ㆍ‘선 해임·후 징계는 군 편의주의’ 지적에 ‘부득이한 단절’ 시각도

육군 ㄱ대령은 오전 8시30분에 출근한다. 그의 점심시간은 오전 11시에 일찌감치 시작된다. 오전 11시30분부터 점심을 먹는 병사들과 구내식당에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식사시간을 서두르는 것이다. 부대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업무는 아무것도 없다. 그는 오후 5시30분이 되면 퇴근해 집으로 향한다.

ㄱ대령은 소위 ‘보직해임자’다. 근무지는 육군중앙보충대대다. 중령이 지휘관인 이 보충대대에는 ㄱ대령과 같은 처지의 군 간부가 23명에 이른다. 이들은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하는 일 없이 대기하다 오후 5시30분이면 퇴근하는 ‘쳇바퀴’ 근무를 짧게는 며칠, 길게는 20개월째 반복하고 있다.

육군은 17일 “현재 군 내에서 징계 및 법적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보직해임 후 보직대기 중인 중령 이상 군 간부는 총 25명”이라며 “장군 5명, 대령 12명, 중령 8명”이라고 밝혔다. 육군은 “이들 가운데 장군급 보직대기자는 5명(소장 2명·준장 3명)으로 기소 휴직 상태이고 영관급 이하 보직대기자는 육군본부 예하 보충대대에서 보직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위관급과 부사관급으로까지 확대하면 보직해임 후 대기 중인 군 간부는 총 38명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육군중앙보충대대에 23명, 제2작전사령부 보충대대에 3명, 군단 및 사단급 보충대대에 6명 등이 나눠서 대기근무 중이다. 이들이 보직해임 전에 근무하던 병과나 기관은 옛 기무, 정보, 헌병, 인사, 보병, 정훈 등 다양하다. 무관용 원칙에 따라 대기 중인 군 간부 숫자도 1년 사이에 폭증했다.

이들의 혐의는 성추행을 포함한 품위유지 위반이 절반을 넘는다. 나머지는 직권남용, 폭언·폭설, 공문서 위조 등이다. 이들 보직대기 간부는 징계 및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기간에 사실상 ‘격리 수용’된 상태다. 일부 대기자들은 자괴감을 느끼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심리적 불안정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중앙보충대대 수용 간부들의 경우 징계를 담당하는 법무장교가 1명뿐으로 징계위원회 진행 기간만 3~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기소된 경우에는 1심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몰라 최소 5~6개월 이상 대기가 불가피하다. 이들은 명백한 증거로 행위 자체가 엄중한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게 확실시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이를 놓고 군 내부에선 ‘선 보직해임, 후 징계절차 진행’ 자체가 여론을 의식한 ‘편의주의’라는 시각과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부득이한 단절이라는 인식이 엇갈린다.

가장 최근에는 육군 직할부대 ㄴ대령이 술자리에서 소주잔의 파인 부분에 술을 따른 뒤 코로 들이마신 후 부하들에게 따라 할 것을 강요하고 언어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15일 보직해임됐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정희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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