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 여전한 IT강국의 그늘..선량한 소비자만 피해

이동준 2019. 3. 1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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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국내발매 후 지금까지 3200만대 넘게 팔렸다는 일본 콘솔 게임기(특정 게임소프트웨어로만 즐길 수 있는 게임 전용 기기)의 불법 개조가 극성이다. 사용자들은 불법임을 알면서도 ‘게임 타이틀 구매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펌웨어(전자 기기 하드웨어의 기본적인 동작을 제어하는 프로그램)를 개조하고 게임을 복제한다. 저작권위반 등 법으로 금지된 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지는 것도 문제지만, 게임기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중고시장 등에서 개조 게임기를 정품인 줄 알고 구매했다가 사후 서비스를 못받는 등의 피해를 겪고 있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오른 판매 글. 커펌된 기기를 팔고 있다.
사진=중고거래 사이트 캡처
◆“제재당해도 공짜로 게임 즐길 수 있으니 괜찮다”
 
게임기 제조사가 제공하는 펌웨어 외에 임의로 개조된 ‘커스텀 펌웨어(이하 커펌)’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제조사는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부정사용 사례를 발견하면 온라인 플레이와 온라인샵 이용 및 게임데이터 저장을 제한한다. 기기에 문제가 생겨도 AS를 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펌웨어를 개조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온라인상에는 커펌 안내 글이나 커펌 설치 후 게임 구동 영상을 만들어 올리며 커펌 대행 서비스를 홍보하는 글이 많다. 하나같이 커펌을 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일반 소비자를 현혹한다. ‘제조사로부터 제재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한 채 불법 개조나 복제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당사자들은 ‘비싼 게임을 공짜로 사용하는 게 제재 당하는 것 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또 온라인 플레이를 하지 않고 혼자 하는 경우 등 게임을 즐기는 방식에 따라 불법복제를 선호하기도 한다.
 
돈을 받고 펌웨어를 개조해주는 업체 관계자는 “개당 5만원에서 7만원하는 게임을 모두 구매하는 건 경제적 부담이 크다”며 “인터넷에서 (복제된) 게임을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어 혼자 게임하는 걸 즐기면 커펌 하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어 AS와 관련해 “기기가 쉽게 고장 나는 것도 아니고, 고장 나면 사설 수리업체를 이용하면 된다”며 “제조사가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제한될 뿐 해결할 방법은 많다”고 덧붙였다.
 
커펌 대행을 광고하는 글도 있지만 커펌은 불법 행위다.
사진=동영상 캡처
◆“중고 구매했는데 AS 불가”
 
20대 남성 A씨는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개인 간 거래로 게임기를 샀다. 그런데 버스에서 게임을 하다 게임기를 떨어뜨려 액정화면이 깨졌다. 그는 수리를 위해 AS센터를 찾았지만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았다. 제조사가 부정행위로 간주한 커펌된 기기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처음 구매하는 거라 커펌이 설치된 건지 몰랐다”며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펌웨어가 변경된 기기는 사용 경험이 없으면 구분하기 힘들다. 커펌된 기기는 보통 SD카드에 게임 수십 개를 담고 있는 등 기기 내 설치된 프로그램에서 차이가 난다.
 
또 중고 시장에서나 개인 간 거래 시 부정확한 정보로 구매자를 속이는 경우도 많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커펌 됐지만 SD카드를 제거하면 순정 기기와 같아 AS를 받는 데 문제가 없다”는 식의 판매자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커펌은 기기 내 롬(ROM)에 설치돼 있어 SD카드를 제거하더라도 제조사가 정식 유통한 제품과 차이가 있다. 이 경우 AS나 온라인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
 
256gb 메모리에 최신 게임을 넣어 판매한다고 광고한다.
사진=중고거래 사이트 캡처
사설 수리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한계가 많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한 수리업체 직원은 “‘벽돌(이용화면으로 넘어가지 않고 게임기 로고만 표시되는 오류)’된 경우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액정화면이나 버튼 등은 중국에서 들여온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지만 커펌된 롬은 메인보드를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 바뀐 롬을 원상복구 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게임 이용자는 주로 10~20대 등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젊은 층이 많아 개조나 게임 복제 요구가 많다”며 “이들은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지만 관련 업계는 게임 타이틀 판매 부진 등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S사도 불법개조와 게임 복제가 활개치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적이 있고, N사의 경우 구형 모델부터 최근 발매된 신형기기까지 부정사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사설업체에서 수리는 가능하지만 제조사에서 하는 것보다 미흡할 수 있다”며 “수리 접수 시 발생할 문제를 사전에 알리고 동의를 얻은 후 수리를 진행한다. 같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수리비가 청구된다”고 말했다.
 
◆속 타는 개발사
 
불법개조나 게임 복제와 관련해 개발사도 손 놓고 내버려 두는 건 아니다. 부정 사용을 막으려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제재를 가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 사용자가 워낙 많아 제재에 어려움이 많다. 게임기 업체 N사 관계자는 “항상 우리 회사 게임기의 보안 위협에 대해 정보 수집 및 분석을 하고 있다”며 “계속 감시하고 기술적인 대책 및 법적 조치 등 모든 필요한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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