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사장은 권성동이 시키면 거절할 수 없는 사이" 법정 증언
[경향신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59)이 강원랜드에 채용 청탁한 대상으로 지목된 비서관이 인사팀장을 직접 찾아가 자신이 채용될 것이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의원님과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이 아주 가까운 사이”라며 “의원님이 어떤 것을 시키면 (최 사장이) 거절할 수 없이 잘 받아주는 사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순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권 의원 재판에서는 2013년 말 권 의원 비서관 김모씨가 경력직으로 채용될 당시 강원랜드 인사팀장이었던 ㄱ씨가 법정에 나와 증언했다.
ㄱ씨는 그해 11월 중순 최 전 사장의 집무실에서 “김씨를 채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ㄱ씨는 ‘최 전 사장이 김씨를 특정해 명시적으로 채용하라고 말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ㄱ씨는 인사팀은 채용 계획이 없었지만 최 전 사장 지시로 채용절차가 시작됐고 한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고 했다. ㄱ씨는 또 인사팀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회 등 대관업무를 하는 직원으로부터 “인사팀이 당연히 김씨를 뽑아야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급기야 원서접수 마감 직후인 그해 12월에는 김씨가 직접 찾아와 “최 사장에게 입사를 부탁하러 왔다”고 했다고 ㄱ씨는 밝혔다. 김씨가 “의원님과 최 사장은 아주 가까운 사이다. 최 사장은 의원님이 어떤 것을 시키면 거절할 수 없이 잘 받아주는 사이”라고 했다는 게 ㄱ씨 설명이다. 김씨는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특히 권 의원이 강원랜드 채용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의 언급도 김씨가 했다고 ㄱ씨는 말했다. ㄱ씨는 “김씨가 강원랜드 입사에 대해 ‘의원님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며 “당연히 (채용 청탁을) 권 의원도 알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후 최 전 사장은 ㄱ씨를 다시 한번 불러 김씨 채용이 잘 진행되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채용이 끝까지 잘 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ㄱ씨는 “(김씨 채용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장이 지시했기 때문에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만약 (최 전 사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경영지원본부장과 전무이사가 ㄱ씨로부터 김씨 채용건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ㄱ씨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ㄱ씨는 “조직사회에서 권 의원 비서관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일(부정 채용)이 진행되기가 어렵다”며 “저는 김씨를 특정해 보고했다”고 했다.
최 전 사장은 지난 11일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권 의원으로부터 김씨 채용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최 전 사장은 “국회에 방문했을 때 권 의원이 김씨를 한번 챙겨달라고 말했다”며 “강원랜드 사장 입장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하면서 강원랜드 현안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채용에 관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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