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정치

대북제재로 中교역 반토막..밀수로 버티는 평양경제

김성훈 입력 2019.03.18. 17:51 수정 2019.03.18. 19: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율·쌀값 의외로 안정세
수출 막히자 내수풍족 착시
中관광객 작년 3억6천만弗 써
제재 교묘히 뚫은 밀수 성행
장롱속 달러· 장마당도 한몫
"中비협조땐 급속 악화될 것"
'달러당 8000원, 쌀 1㎏에 4500원.'

대북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집계한 최근 3년간 평양 지역 달러값과 쌀 가격의 대략적 평균치다. 일시적 변동은 있었지만 평양 주민의 생활 형편 '바로미터'인 이들 수치는 지난 3년 동안 평균치를 오래 벗어나지 않았다.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2016년 26억3000만달러(약 2조977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억1000만달러(약 2377억원)로 90% 이상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도 31억1000만달러(약 3조5208억원)에서 21억8000만달러(약 2조3887억원)로 3분의 1이 날아갔다. 대중국 교역액 추이와 달러값·쌀 가격의 이 같은 '디커플링'은 현재 북한 경제가 처한 모순적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주민들이 가진 '장롱 속 달러'와 장마당 효과 등으로 인해 주요 민생 물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제재가 장기화하고 주요 공장·기업소들에 대한 타격이 심각해진다면 민생 경제까지 흔들릴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단 대북제재의 '아이러니'는 수치가 아닌 북측 내부로부터 전해지는 목소리로도 확인된다. 18일 탈북민 소식통은 매일경제와 전화 통화하면서 "최근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대북제재 이후에도 체감물가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측 가족이) 대북제재로 인해 수출 물량이 내수시장으로 돌려지면서 오히려 내수 사정이 더 좋아진 측면도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 장마당과 민간 상인, 돈주(신흥 부유층)들이 달러와 물자를 유통시키면서 밀수를 해서라도 초과 수요에 대응하며 생활 경제를 안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국도 전자결제(직불)카드와 휴대폰 판매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민들이 가진 외화를 끌어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민생 분야와 달리 주요 공장·기업소에 대한 대북제재의 타격은 주요 수출산업인 광산·섬유 분야 등을 중심으로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초 북·중 접경지역에서 카메라 망원렌즈로 찍은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 모습. [사진 제공 = 강동완 동아대 교수]
또 다른 탈북민 소식통은 "주요 공장·기업소 지배인들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국가에서 보장해줄 수 있는 외화나 자재가 없는데 성과에 대한 압박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차례 북한을 드나든 남북 교류·협력 전문가도 "중국 수출길이 완전히 막힌 석탄의 경우에는 북한 내 발전시설에 추가로 공급돼 오히려 주요 도시의 전력 사정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북측이 유엔 제재가 강화되기 이전부터 외화를 벌어들일 우회로를 만들어 성과를 내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측에서 공식적인 경제 관련 통계수치를 발표하지 않는 가운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외화나 물자들이 북·중 국경을 활발하게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관광이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측에서 상당한 경제 개선이 이뤄지는 것과 관련해 무역 외 수지, 특히 '관광'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서에서 "중국 통계국에서는 비공개로 하고 있으나 중국 관광통계국 관계자에 따르면 방북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2018년 7월부터 비약적으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중국 관광통계국 관계자를 인용해 "2017년에는 방북 중국인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으나 2018년 6월 정상회담 전후 다시 증가해 약 120만명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중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북한 관광 붐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인들이 북한에서 1인당 300달러를 쓴다고 가정해 북측이 지난해에만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3억6000만달러(약 4075억원)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인 2억1000만달러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유엔 제재와 무관한 관광 분야가 제재의 '옆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북제재 국면이 장기화한다면 북측에도 분명히 큰 부담이다.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 수요는 안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만일 중국이 미·중 관계를 고려해 현재 묵인하고 있는 대북제재의 옆·뒷문을 닫기 시작한다면 북측도 주민들의 장롱 속 달러에만 기대기는 힘들다.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